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슬기 May 19. 2020

불안함에 나를 방치하고 싶지 않아

내 마음과 일을 모두 챙기는 "명상"과 "변화하는 사람들의 자조모임"


안정적이지 않은 생활만큼 불안에 휩싸인다



불안함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모두가 불안을 느낀다. 다만 사람마다 불안함을 느끼는 부분이 다른 거 같다. 어떤 사람은 코로나 19로 인해 사람들을 만나는 것에 심한 불편감을 느끼며 피하고 싶어 한다. 또 누군가는 사람 간의 관계에서 불안함을 느낀다. 


나의 경우는 일이라는 부분에 불안이 많이 작용하는 거 같다. 불안함을 느낀다는 것은 그만큼 내게 중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한데, 안타깝게도 일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 내가 한 일이나 작업물이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으면 무능함으로 연결되어 내 존재 이유를 잃어버린 기분을 느끼곤 한다. 내가 왜 일에 이렇게 매몰되어있는지 궁금하지만 이는 둘째치고 현재 회사 밖에서 프리랜서, 파트타임으로 돈 버는 일과 해보고 싶은 내 일을 동시에 하다 보니 안정적이지 않은 생활만큼 불안이 자주 다가온다. 이 불안함을 떨치기 위해 뭔가를 끊임없이 해야 한다고 독촉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지난주 토요일엔 집중해서 온라인 커뮤니티 강의와 모임을 참여하고 에너지가 가득했는데 일정이 다 끝나고 나니 갑자기 몹시 피곤해졌다. 잠시 침대에 누웠다가 일어나야지 하며 침대에 누워 무기력해졌다. 그냥 일찍 잠들고 싶었다. 그와 동시에 스스로에게 이런 말들을 퍼부었다. 



"안돼 벌써 자면 안 돼. 오늘 들은 내용 복기하면서 정리해야지. 그리고 아직 해야 할 콘텐츠 작업이 남았잖아. 직장도 안 다니고 돈도 제대로 못 버는데 더 열심히 만들어내야지."


무기력한 몸을 알아주지 않고 저항하는 생각 때문에 누워있었지만 쉬지는 못했다. 깨어있어야 한다며 유튜브 영상을 여러 편을 보며 3시간을 흘려보냈다. 뒤늦게 이런 나를 알아차리고 '그래. 오늘은 피곤하니까. 잠을 자자.' 하면서 핸드폰을 놓았다.


요즘은 독립출판물을 제작하면서 자괴감에 빠지곤 한다. 글도 잘 못쓰는데 이걸 왜 한다고 한 거지. 이 글이 도대체 어떤 의미가 있지. 기대했던 사람들이 이 책을 보고 실망하면 어떻게 하지. 등등 부정적인 생각을 자주 한다. 장작에 불이 붙듯 화르륵 불안함이 커진다. 모든 것이 나를 위한 선택이지만 부정적인 생각에 휩싸여 불안해하기만 한다면 오래 견디기 힘들다. 그래서 이런 나를 방치하지 않고 더 나은 하루를 살기 위해 하는 것들이 있다.





생각에 빠진 나를 알아차리게 해주는 "명상"



첫 번째는 나를 지탱해주는 '명상'이다. 명상은 나를 알아차리고 다정하게 수용해주며 지금 여기로 돌아오게 하는 훈련법이다. 명상하면 가만히 눈을 감고 숨을 쉬는 모습을 막연하게 생각하지만, 그 모습 내면엔 수많은 생각과 알아차림 그리고 수용과 저항이 있다. 명상을 하면서 가장 좋은 것은 생각이 많고 불안한 나를 알아차리는 것이다. 


요즘은 코로나 19로 야외활동이나 모임을 조심해야 하는 시기인 만큼 참여하고 있는 왈이네 마음 단련장에서 제공하는 온라인 멍상 수업에 참여한다. 정해진 시간 Zoom 줌 (화상회의 서비스)에 들어가서 오늘의 마음을 물어봐주고 가이드에 맞춰 함께 명상을 한다. 반가부좌와 같은 자세로 허리를 세우고 다른 곳의 힘을 푼다. 스르륵 눈을 감고 숨에 집중한다. 그러다 보면 생각이 쏟아진다. 정신을 놓으면 그 생각에 이끌려 먼 미래에 마음이 가있기도 하는데, 선생님 가이드 덕분에 다시 생각하는 나를 알아차리고 지금 여기로 돌아오려고 노력한다. 


이렇게 말로만 하면 추상적인 느낌을 지울 수 없으니 예를 들어보겠다. 선생님께서 진행해주는 명상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는데 이전에 '이름표 붙이기'라는 명상을 한 적이 있다. 편한 자세로 앉아 눈을 감고 숨에 집중하다가 생각이 들면 그 생각에 이름표를 붙이는 것이다. 앞으로 다가올 일을 걱정한다면 '걱정'이라는 이름표를 붙이고 다시 숨으로 돌아온다. 또 과거 내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면 '과거'라는 이름표를 붙이고 다시 지금 여기의 감각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이 명상을 하면서 내가 오지 않을 미래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잠깐 사이에도 수많은 생각을 느꼈고 또 그 생각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배웠다. 


물론 가끔은 생각하는 나를 알아차리지 못해 그 속에 빠져들 때도 있지만, 전과 다르게 알아차리는 빈도가 점점 늘어났다. 유난히 지치고 힘든 내가 느껴질 때는 달달하고 맛있는 케이크를 사주거나 정성껏 요리를 해주기도 한다. 덕분에 안정적인 것이 없는 이 시기를 불안에만 휩싸이지 않고 다양한 시도를 하며 지내고 있다.




수고한 나에게, 고생한 당신에게 따뜻한 마음을 건네는
"변화하는 사람들의 자조모임"



또 최근에 내게 힘이 되는 것은 빌라선샤인 내 뉴먼소셜클럽인 <변화하는 사람들의 자조모임>이다. 이는 내가 필요해서 만들게 되었다. 새로운 것들을 시도해야 하는 변화의 시점에 있는 사람들을 마주하고 싶었고 그 과정에서 움츠려 들기도 하고 나아가기도 하는 지점들을 나눠보고 싶었다. 그래서 소셜클럽 모임을 기획했고 감사하게도 8분이 함께 하고 있다. 



평일에는 변화의 속도를 내기 위해 [오늘의인정]을 진행해서 슬랙으로 하루에 하나씩 스스로를 인정하는 기록을 공유한다. 주말에는 온라인 모임으로 각자 힘들었던 마음을 나누고 자신의 일주일 인정을 회고해보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하루를 마치기 전, '오늘 뭐했지? 아무것도 한 게 없는 거 같은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다시금 생각의 주파수를 긍정적인 부분에 맞추고 인정할 것들이 무엇이 있는지 적다 보면 수고한 내가 보인다. 이렇게 쌓인 평일의 인정들을 같이 공유하다 보면 타인이 적은 글에 감응이 되기도 한다. 한 번은 한 멤버분이 하기 힘든 것을 힘들다고 말한 자신을 인정한다는 글을 적어주셨다. 이걸 보며 어렵고 힘들어도 꾸역꾸역 하느라 고생한 과거가 떠올랐다. 그래서 언젠가는 나도 못하는 것을 못한다고 명확히 말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처럼 인정할 것들은 찾아보면 적을 것이 넘친다. 오늘 아침 일찍 일어난 자신을 인정하기도 하고 새로운 툴은 익힌 것을 대견하게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주말이면 [함께하는 인정회고] 라는 온라인 모임을 가진다. 일요일 밤, 할 일은 잠자리에 드는 것 밖에 없는 그 시간에 편한 모습으로 만난다. 얼굴을 보며 이번 주 나를 힘들게 했던 마음이 무엇인지, 한주 돌아보면 기억에 남는 인정은 무엇인지 그리고 다음 주에 어떤 변화가 기다리고 있는지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다 보면 서로의 삶이 너무도 구체적으로 보여서 친구의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여주고 고생했다고 말을 건넬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 온라인 모임을 2번 정도 가졌는데 다들 따뜻한 마음으로 함께 해주니 생각보다 더 큰 힘을 얻으며 일주일을 마무리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노력에도 우리 안에 불안함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내가 나를 완전한 존재라고 생각하지 않는 만큼, 내가 나를 사랑해주지 않는 만큼 불안함은 여전히 존재할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 소용돌이에 자신을 방치하지 말아야 한다. 그렇게 두기엔 우리는 소중하니까. 이 하루도 다시는 오지 않을 시간이니까. 우리 모두가 마음도 일도 잘 챙기며 살아가길 진심으로 바래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조직 밖 노동자, 펀딩 프로젝트 외주를 끝내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