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을 다닐 때는 몰랐던 새로운 일의 감각
지인을 통해 한 소비재의 와디즈 펀딩 프로젝트 외주를 맡았다. 이에 지난 3주간 펀딩 프로젝트의 전체 기획과 콘텐츠 작업을 진행했고 좋은 클라이언트와 협업한 동료들 덕분에 무사히 외주가 종료되었다. 생각해보면 인하우스 마케터로서 했던 일과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 꽤나 신선하고 만족감이 있었다. 이에 해당 외주 업무를 돌아보며 마케팅 프리랜서로서 일한 경험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정해졌다'라는 것은 일의 끝이 있다는 것이다. 이것의 장점과 단점이 존재하지만, 그동안 직장인으로 일하면서 일의 끝이 있는 프리랜서, 계약직, 파트타임 등에 단점만 봐왔던 거 같다. 그러나 정해진 기간과 과업이라는 제약 덕분에 그 기간 안에서 온전히 과업에 집중할 수 있었다. 더불어 해당 기간이 끝난 후엔 '내가 이걸 만들어냈구나'라는 일의 감각이 명확했다.
작은 조직에서 일하다 보면 조직 내 발생하는 여러 가지 일에 함께 동원되기 마련이다. 이것이 조직이 구성원을 활용하는 유용한 방법이지만, 구성원으로서 진행해야하는 일의 중요한 업무이 밀리기도 하고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처리하느라 충분히 집중하지 못하는 환경에 처하기도 한다. 하나의 일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또 다른 일이 시작된다. 이에 계속되는 일의 연속일 뿐, '일을 끝냈다'는 감각이 흐릿해진다. 그러나 이는 조직에 소속된 정규직이라는 이유로 당연하게 감수하는 부분이었다.
경험해보니 직장에서 벌어지는 일의 방식이 당연한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정해진 기간과 과업이 있다는 것이 단점만 가진 것은 아니라는 것을 몸소 체득한 시간이었다.
회사에서 일을 하다 보면 작업자로서 만족스러운 퀄리티를 내기 위해 욕심을 낼 때가 종종 있다. 이에 더 많은 자료조사와 자체 수정의 수정을 거듭한다. 상사의 피드백을 반영하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 작업자로서 기획의도를 설명하며 더 나은 합의점을 찾기 위해 에너지를 쏟는다. 최종 컨펌이 난 후에도 의문이 생긴다면 개선점을 찾아 반영했다. 이는 조직의 성장과 더불어 개인의 만족까지 실현하기 위해 애를 썼던 것이다.
그러나 프리랜서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클라이언트였다. 클라이언트의 의도, 방향성, 가치, 취향을 확인하고 이를 맞춰가며 작업을 한다. 이에 최초 기획 의도와 다르게 구성을 바꿔달라고 하던지 워딩을 변경 요청했을 때 개인적인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클라이언트 의견을 명확히 이해하고 빠르게 반영하는 작업을 진행한다. '외주로 자아실현하지 않는다.' 이것이 프리랜서의 감각이다.
직장인에게 월급날은 정말 기분 좋은 날이다. 고생한 한 달이 월급날에는 보상을 받는 기분이 든다. 이게 금액이 크면 클수록 좋긴 하겠지만, 일을 해서 돈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에 프리랜서로 좋은 것은 돈이 자주 들어온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일이 꾸준히 이어질 때를 전제로 하는 것이다. 한 달 단위로 페이를 받는 것도 있지만 단기간으로 진행하는 외주도 많기에 한 달에도 여러 번 돈이 들어올 수 있다. 돈이 들어오는 날엔 기분이 좋은데 그것의 빈도가 높아지니 꽤 괜찮았다.
한 외주 업무가 끝났으니 또 일을 찾아야 한다. (일 주시는 분 언제나 환영입니다.) 이것은 직장을 다닐 때 느끼지 못한 생존적인 경험이다. 야생에서 먹이를 찾는 동물들이 이런 심정이려나. 어떤 일이든 장점만 가진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프리랜서의 장점은 다시금 단점이 되어 불안하게 만들고 스스로를 안정감과 거리가 먼 하루를 보낸다. 그래도 아직은 직장에서 일하면서 경험하지 못한 일의 방식이나 감각들을 직접 체득 해나가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