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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슬기 Aug 10. 2020

월요일이 싫지도 금요일이 좋지도 않아

전과 다른 조직 밖 노동자의 일주일 감각


조직 밖 노동자의 일주일 감각


조직 밖 노동자로 지낸 지 6개월이 되었다. 일하는 환경이 달라진 만큼 크고 작은 변화를 느끼고 있는 요즘이다. 특히 일주일을 느끼는 감각이 전과 참 다르다. 직장을 다니는 동안 월요일이 싫다고 말한 적은 별로 없었지만, 월요일이 힘들었다. 말의 힘이 너무도 강하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싫다고 말하지 않은 것뿐이었다. 어차피 말해도 월요일은 돌아오고 몸을 움직여야 하는 것이니 싫다고 부르짖어 더 나를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았다. 학창 시절, 소심한 모범생 같은 패턴을 버리지 못하고 '싫어도 해야 하는데 뭘...' 하며 속으로 삭이곤 했다. 금요일에도 여느 평일처럼 항상 정시퇴근을 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다음날이 주말이라는 것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 덕분에 몸과 마음이 가벼운 금요일 밤이곤 했다. 요즘은 월요일이 싫지도 금요일이 좋지도 않다. 싫은 날이 덜 싫어지면 좋은 것도 덜 좋아지는 것. 인생은 이럴 때보면 공평하다고 느껴진다. 그 어떤 선택에도 절대 좋은 것만 주지 않으니까 말이다. 



그다지 싫지 않은 월요일


월요일이 싫지 않은 이유는 주말과 평일의 생활에 큰 차이가 없어서이다. 같이 사는 동생도, 동네의 분위기도 주말엔 평일과는 다소 다른 시계로 흘러가는 기분이지만 내 일상엔 다른 것은 없다. 특히 평일엔 외주 업무를 하고 주말엔 웬만하면 내 업무를 해보려고 하기 때문에 새로운 일을 시작해야 하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내 업무란 당장 돈이 주어지지 않지만 해보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장기적으로 큰 그림을 그리는 일 등이 있다. 이 일은 내가 나에게 동기부여를 주고 움직이게 해야 해서 다른 의미로 에너지가 든다. 그래서 일주일 내내 힘을 내 무언가를 해야 하니 월요일이라고 그다지 미워할 이유가 없다.


또 한 가지는 정해진 시간에 출근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일을 주로 재택으로 진행하기에 아침 일찍 나를 흔들어 깨워서 사람들 틈바구니에 집어넣지 않아도 된다. 게다가 요즘처럼 비 오는 날은 어떤가. 가방에 우산에 마스크까지, 출근부터 온몸과 마음이 젖어버리고 만다. 또 나는 경기도 주민이라 대체로 서울로 출근하는 시간을 기본 1시간은 훌쩍 넘어간다. 따로 운동하지 않아도 내 신체 중에 하체가 나름 튼튼한 이유는 버스에 서서, 지하철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며 지낸 그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다. 다행히 요즘은 그럴 일이 별로 없어서 월요일이 그렇게 싫지 않다.



그리 좋지 않은 금요일


금요일이 좋은 이유는 주말에 쉴 수 있고 쉬어도 월급이 나온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내겐 금요일이 그리 좋지 않은 이유는 주말을 쉬는 날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내가 쉰다고 돈이 나오지 않으니까. 이런 이유가 편의점이나 슈퍼가 연중무휴 문을 열고, 자영업자들이 일주일에 겨우 하루를 쉬는 것과 비슷할 것이다. 그렇게 일을 한다고 잘되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그래도 뭔가를 해야만 하는 환경임을 느낀다.


또 평일의 일상이 그리 고통스럽지 않아서 금요일을 유달리 좋아할 이유가 없다. 생각해보면 일이 힘들수록 끝나는 날을 더욱 애타게 기다리는 거 같다. 그런데 요즘은 고통스러운 게 별로 없다. 시간에 쫓겨 해야 할 일도 없고, 매 순간 평가받는 기분도 느끼지 않는다. 그만큼 벌이가 줄어들긴 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받아서 하고 내가 낼 수 있는 속도를 내면서 일을 해나가고 있다. 가끔 머리가 안 굴러가면 잠시 침대에 누워 펜으로 아이디어를 끄적이다가 다시 자리에 앉아 후다닥해내기도 한다. 평일을 견디기보다 해내는 느낌으로 지내니 금요일이 좋다기보다 오늘도 나름 괜찮다고 넘기게 된다.






어쩌면 이런 일상을 기다렸는지도 모르겠다. 너무 괴롭지 않은, 평온하게 차곡차곡 흘러가는 하루를. 이런 하루들이 지속가능할지 또는 나중에 이 시기를 어떻게 떠올리게 될지 모르겠지만, 월요일이 싫지도 금요일이 좋지도 않은 요즘 일상이 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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