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슬기 Aug 26. 2020

조직 밖 노동자, 영상 외주 프로젝트를 마치며

영상 외주 제작으로 순수하게 남는 장사가 되는 그날까지


다양한 영상 콘텐츠를 만들어왔다. SNS 채널에 맞춘 1분 이내 짧은 영상부터 행사 모객을 위한 크리에이터와 콜라보 영상, 브랜드 캠페인 및 브랜드 행사 홍보 영상 등 그리고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도 이제 1년이 넘었다. 그러나 조직 밖 노동자로서 처음으로 영상 외주 작업을 맡아 기획, 촬영과 편집까지 진행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3분 내외의 영상 콘텐츠 한 건이지만, 프로그램 내 참가자 인터뷰와 스케치를 담았고 곧 오픈되는 유튜브 채널의 초반 홍보 콘텐츠로도 활용되는 콘텐츠였다. 기획안을 썼던 날부터 페이를 받았던 마지막 날까지 약 한 달간의 과정을 돌아보려고 한다.




모든 콘텐츠엔 기획이 필요해


기획이 필요하지 않은 일이 있을까? 특히 혼자서 만들고 올리는 일이 아니라면 기획을 보여주는 기획안 역시 필요하다. 안타깝게도 외주 작업의 경우 기획에 대한 시간과 노력이 페이 항목으로 설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기획안을 통해 클라이언트와 서로의 핏을 맞추고 콘텐츠의 이해도를 끌어올리는 것이 필요하다. 해당 영상 외주의 첫 기획안은 스케치 영상이 중심이 되고 프로그램을 잘 설명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그러나 기획안을 본 클라이언트는 목표가 다르다고 말했다. 해당 콘텐츠의 목표는 유튜브 채널 홍보라고. 그 목표를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소스가 프로그램 진행 과정이었다. 목표를 이 소스로 어떻게 달성할까 고민하다가 프로그램 과정을 보여주지만 참가자인 한 개인, 개인이 잘 보이는 인터뷰 영상으로 기획안을 수정했다. 수정된 기획안을 만족스러워했고 이를 중심으로 촬영과 인터뷰를 진행해갈 수 있었다. 지금 돌아봐도 아찔한 순간이다. 기획안이 없었다면 클라이언트와 담당자인 내가 서로 다른 목표를 향해 달려가지 않았을까. 항상 생각하지만 모든 콘텐츠엔 기획이 필요하다가는 걸 느낀 경험이었다.





영상외주 작업, 나의 노동시간은 어떻게 되지?


영상 작업을 해왔지만 정확한 제작 시간을 알지 못했다. 조직 안에서는 시간 단위로 내 노동력을 계산하지 않기 때문에 최대한 짧은 시간에 할 수 있는 만큼 해내려고 했다. 이제는 달라진 환경인 만큼 대략적인 제작시간보다 명확하게 알고 싶었다. 그래서 작업이 시작되는 시간과 끝나는 시간을 적으며 한 달을 지내왔다. 기록해보니 영상 작업은 생각보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먼저 현장에서 찍는 촬영의 경우 그때 담지 않으면 나중에는 구할 수 없는 소스들이 많다. 그래서 애초에 촬영 1시간이 쉽게 2시간으로 늘어났고, 인터뷰이가 늦게 도착하는 변수로 추가 노동시간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외 다양한 그림을 보여주기 위해 클라이언트가 자체 촬영한 영상 파일을 추가로 받았다. 이에 촬영 소스만 400개 정도 되었고, 이를 하나  하나 확인하고 정리하는데도 생각지 못한 시간이 필요했다. 보통 영상 견적을 영상 길이 기준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같은 3분이라도 카메라가 몇 대인지, 활용할 촬영 소스가 얼마나 되는지, 트랜지션이나 자막 효과를 어느 정도 선으로 생각하는지 등에 따라 작업시간이 크게 차이가 나는 걸 느꼈다. 더불어 영상을 다운받고 인코딩하는 시간 정말 상상 이상으로 필요하다. 수정에 따라 여러 번의 인코딩이 필요할 수 있는데 제일 긴 인코딩 시간은 3시간이었다. 노트북이 한 대여서 슬픈 나는 3시간 동안 영상 인코딩 작업을 열어놓고 핸드폰으로 다른 작업을 하기도 했다. 이번 프로젝트의 경우 정말 순수하게 노트북 앞에 앉아서 편집하는 시간만 따졌을 때 약 35시간 정도 되었다. 이것 이외 투입되었던 노동시간을 떠올리며 끝없이 올라가는 시간의 숫자를 적었다. 이 노동시간을 통해 다시 한번 내가 한 작업의 의미를 새롭게 돌아보게 되었다.



'수정'이라는 무한한 우주


어디까지가 수정이고, 어디까지가 수정이 아닐까. 이를 칼로 무 자르듯 나누는 건 아마 참 어려운 일일 것이다. 나의 경우 계약서에 수정 2회를 명시하고 추가 수정 시 비용 발생을 명시했었다. 이 덕분에 심적인 부담과 알 수 없는 요청에 어느 정도 선을 만들었다. 그럼에도 작업을 하면서 내가 생각한 수정과 클라이언트가 생각한 수정이 다름을 느꼈다. 내가 생각했던 수정이란 1차 완성본에서 일부 장면이나 일부 자막 변경 등을 떠올렸고, 클라이언트의 경우 수정 과정을 통해 영상 길이가 길어지거나 새로운 원소스를 편집하는 것까지도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 차이를 오롯이 받아들이고 수정 작업을 충실히 해냈다. 이는 앞으로도 힘들겠지만 작업을 해나가면서 '수정'에 대한 감을 잡아가고 싶다. 그래서 미리 클라이언트와 협의를 하고 이를 통해 스스로도 만족할 수 있는 작업환경을 세팅해보고 싶다.



사도 사도 끝이 없는 영상의 세계


영상 외주를 찾아보려고 하면서 담당자 입장에서 비싸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한 편 만드는 게 이렇게 많은 돈이 든다고?' 하지만 영상 제작을 하다 보면 참 필요한 게 많아서 그게 비싼 것은 정말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우선 나의 경우 해당 영상외주를 위해 참고 참았던 카메라를 구입했다. 스스로도 이건 비용이 아니고 투자라고 생각하며 100만 원 가까운 돈을 썼다. 이걸로 난 이미 마이너스였다. 그 외 더 큰 용량의 SD카드가 필요했고, 1TB 정도의 외장하드는 기본이었다. 사용하던 삼각대도 뭔가 아쉽지 않은가 싶어서 영상용 삼각대를 찾아보다가 80만 원대 가격을 보고 창을 닫았다. 인코딩으로 한참 시간을 보내야 하는 노트북을 보며 노트북에 넣을 수 있는 마이크로SD카드를 주문했고 맥북을 사야겠다고 다짐했다. 이렇게 필요한 것을 구입하고 또 필요한 것들을 떠올리다 보면 영상 제작으로 번 돈이 순수하게 플러스가 되기엔 참 어렵다고 느꼈다.







그럼에도 영상을 계속 만들고 싶다. 영상은 이제 누구에게나 흔하고 편한 콘텐츠가 되었고 유튜브는 모든 브랜드에서 하려는 채널이다. 그 흐름 속에서 이리저리 헤엄치면서 작업을 하나씩 해보고 싶다. 하면서 또 배우고, 배운 걸 적용하면서 내가 만족할 수 있는 작업환경을 만들고 싶다. 그렇게 순수하게 플러스가 되는 첫날을 손꼽아 기다려보려고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