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에세이 02ㅣ생략된 동물과 인간의 관계 속에서 코로나가 발생했다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으로는 안 되는 거 같아."
이런 말을 왜 했는지 모르겠다. 갑자기 고립감이 크게 다가오던 날이었다.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질 줄 알았는데, 지인의 가족이 확진이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더욱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몇 남지 않은 소중한 친구들에게 연락했다. 그러다가 마침 시간이 맞는 친구와 각자 책상에 저녁거리를 놓고 줌으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나온 말이었다.
영상으로 마주한 덕분에 오랜만에 친구의 얼굴을 보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마음이 한결 좋아졌지만, 처음 맞이 하는 이 상황이 현실감이 없었다. 모니터 너머의 친구가 왠지 녹화된 모습 같기도 했고, 영화 속에서 영상통화를 하는 장면을 보는 거 같기도 했다. 정말로 내가 살아온 세상이 너무도 달라졌구나 체감할 수 있었다. 평소 친한 친구에게도 별로 질척이지 않던 내가 세상에 혼자 있는 거 같이 느낀다고 했고 친구도 그 마음을 이해한다고 했다. 자신도 일주일에 2번 정도 출근을 하고 재택으로 일하는데 하루 종일 반려견 말고는 말할 일이 없다고 했다. 그래서 갑자기 이유 없이 엄청 우울해졌다가 다시 괜찮아지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생략된 동물과 인간의 관계
우리는 자연스럽게 코로나에 대한 이야기, 코로나로 인해 달라진 일상과 드는 생각들을 나눴다. 그러다 내 무의식 중에 코로나19가 사라지지 않을 것이고 더 큰 무언가가 올 거라는 불안감이 싹트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 생각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내가 쉽게 하는 부정적인 인지왜곡의 일종이기도 했지만, 그동안 겪어온 일련의 사건들 때문이기도 했다. 2002년 사향고양이와 관련이 있던 사스(SARS), 2015년 단봉낙타와 직간접 접촉으로 시작된 메르스(MARS), 2020년 박쥐에서 인간으로 이어진 코로나19(COVID 19). 반복적으로 발생된 바이러스 사태들이 무엇이 크게 다른지 모르겠고 동물과 인간 사이에 '접촉'이라는 단어로 생략된 과정 속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다. 그런데 지금까지 우리가 만연하게든, 비밀스럽게든 이어온 동물과 인간의 관계가 달라지지 않는다면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아마도 이런 무의식의 생각이 뒤엉켜 '이렇게 살면 안 된다'라고 말했던 거 같다. 그러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이전과 다르게 살아야 하는데 그 방법이 무엇일까?
원헬스, 다르게 살아야 하니까
다행히 같은 시대에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있어 지난 8월 듣똑라를 통해 '원헬스'라는 개념을 알게 되었다. 인간, 동물, 자연의 건강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의미를 담은 단어로 수의학계에서는 예전부터 꾸준히 말해왔던 이야기라고 했다. 이 개념을 알게 되고 이것이 내가 살아야 할 방향성이라고 느꼈다. 3년 전부터 동물을 먹지 않으면서 비건 지향으로 살았는데 '나의 건강'이 가장 큰 이유였기 때문이다. 몸을 움직이기도 힘든 좁은 공간에 엄청난 항생제와 화학약품을 투여받으며 스트레스를 받는 동물을 먹는 것이 내 건강을 해칠 것 같다는 것이 시작이었다. 그렇게 내 건강을 챙기다 보니 동물들의 건강이 신경 쓰였고 더 나아가 지구가 괜찮은지 걱정되었다. 그러면서 덩어리 고기를 먹지 않는 걸 시작으로 닭, 구워 먹는 생선, 우유를 적극적으로 거부했고 간헐적으로 완전 비건식을 해내고 있다. 음식뿐 아니라 내가 생활 속에서 쓰는 제품에서도 비건 제품을 사용하려고 노력하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가끔 시켜먹는 배달음식으로 플라스틱이 금세 한가득이고 'OTHER'이라고 쓰여있으면 재활용도 안 된다고 하고 실제로 우리가 생각하는 재활용이 되는 건 전체의 일부분뿐이라고 했다. 이렇게 생각하면 또 한없이 무기력해지고 할 수 있는 게 없는 거 같은 기분에 휩싸이는데 그래도 지금처럼 살면 안 되니까, 다르게 살아야 하니까.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실천하는 것들에 집중하고 더 확장하는데 힘써보고 싶다. 그렇게 지내면서 지금보다 나아질 미래를 상상할 수 있기를 바래본다.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