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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동별곡 Dec 17. 2018

옥수동 탐사단 작업일지**

[마을탐사 프로젝트] 옥수동의 보석을 찾는 사람들



9월의 이야기 
옥수동을 걸으면서 길어 올린 이야기



50년 세월과 함께 한 옥수아파트



옥수아파트 1층 상가 문방구




골목에서 찾은 이야기


커다란 그림만 그린 첫 기획안을 발표한 뒤, 옥수동 탐사단은 머리로는 알 수 없는 생생한 옥수동의 삶 그 자체를 찾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아직 여름의 열기가 가시지 않은 9월 초, 옥수동에서 태어나고 자란 주민을 섭외한 옥수동 탐사단은 옥수동의 기억 찾기에 나섰다.


‘지금은 없는 동네-옥수동 트러스트’에 나온 가게 중 유일하게 옥수동에 남아있는 ‘함흥 찹쌀 순대’를 시작으로 옥수 2동에 남아있는 과거의 흔적들을 좇았고, 옥수동 주민의 어린 시절 기억이 묻어있는 옥수 중앙교회 인근 공원과 옥수 아파트, 자칫하면 막다른 길로 오해받을 수 있지만 주민들만 알고 있다는 옥수 아파트 옆 오래된 골목길, 옥수동 주민들이 사랑하는 옥정 김밥집, 최근에 인기를 얻은 옥수 오름길 등을 돌았다. 함흥 찹쌀 순대 사장님은 옥수동 탐사단들이 잊혀가는 마을에 대해 기록을 하는 사람들이라는 걸 알고는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 하셨다. 오른 임대료 때문에, 재개발 때문에 숱하게 가게를 옮겼던 사장님은 내년 계약이 끝난 이후 어떻게 할지 막막하다며 깊은 이야기를 끄집어냈다. 순댓국을 먹으며 오간 이 이야기는 옥수동 탐사단의 기억에 오랫동안 남을 가장 특별하고 소중한 경험이 되었다. 




옥수동 골목길 풍경


옥수동 주민들이 사랑하는 @옥정 김밥




쉽게 꺼내기 어려운 마음 


옥수동의 골목에서 많은 이야기를 길어냈지만, 그것을 모아 하나의 기획으로 만들어 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10월에 있을 주민 쇼케이스를 앞두고, 기획안을 발표할 날짜가 성큼 다가왔다.


정기엽 설치 미술가는 과거의 기억을 둘러보는 ‘옥수동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정기엽 작가에게 재개발 이후 완전히 뒤바뀐 옥수동은 ‘추적하기 힘든 이야기들의 집합소’ 같은 곳이었다. 옥수동의 과거를 기억하고 있는 주민들의 실제 이야기와 픽션이 섞인 비디오 아트를 통해 삶의 터전을 빼앗긴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하는 ‘옥수동 프로젝트’는 오랫동안 활동을 해 온 베테랑 예술가에게도 새로운 시도였다.


김민지 설치 미술가는 많은 고민을 거쳐 ‘The Oksu, 나의 기념비’ 프로젝트를 구상했다. 주민과 예술가들이 함께 옥수동의 기억을 파란 타일에 그리고, 그것을 합쳐 옥수동의 유래가 된 우물인 옥정수를 이미지화한 옥수동 기념비를 세우는 것이 그 첫 번째 안이었다. 설치미술 작가들과 함께 옥수동의 오래된 기억이 남아있는 콘크리트 미니어처 집을 만드는 프로젝트와 개인의 기억을 바탕으로 한 옥수동의 풍경을 미디어 아트, 또는 설치 미술로 표현하는 방법도 제시되었다. 이러한 프로젝트들을 통해 김민지 작가는 주민들의 이야기와 예술가들의 역량을 동시에 펼칠 수 있는 ‘옥수동 기념비’를 세우고자 한다고 밝혔다.


김혜원 기획자가 몸담고 있는 극단 하땅세에는 극본을 담당하는 작가가 따로 없었고, 장진수 극작가는 함께 작업할 배우들을 마땅히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두 사람은 의기투합해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했었다. 장진수 작가가 옥수동 우물을 소재로 옥수동의 설화를 담은 대본을 쓰면 김혜원 기획자가 대본을 받아 전체적인 기획안을 쓰기로 했지만, 결국 가고자 하는 방향이 달라 최종 기획안은 다르게 구상되었다.


장진수 작가는 빠른 개발로 새로운 풍경을 맞은 옥수동에 새로운 설화를 선물하고 싶어 했다. ‘옥수는 거꾸로 흐른다’ 프로젝트는 옥수동을 바라보는 예술가의 시선에서 이야기를 진행하되, 관객들이 참여해서 만들어 낸 오브제로 그 의미가 완성되는 극이다. 장진수 작가는 이러한 참여형 창작극을 통해 옥수동의 현재를 담아낸 새로운 설화를 풀어가고 싶다는 목표를 밝혔다.


김혜원 기획자는 옥수동의 유래가 된 옥정수의 우물에 얽힌 오래된 설화를 풀어가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누가 내 우물을 가져갔지?’는 유쾌한 가족극으로, 옥정수를 지키는 도깨비들과 함께 옥수동의 설화에 얽힌 과거를 돌아보고, 공연이 끝난 뒤 관객들이 고무줄을 이용해 자신만의 우물을 만들어볼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기획되었다. 현재의 옥수동의 모습에 초점을 맞춘 장진수 극작가와 옥수동의 이름 유래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옥수동의 과거에 중심을 둔 김혜원 기획자의 서로 다른 기획은 서로 다른 매력으로 빛나고 있었다.





10월의 이야기
주민들에게 묻다


10월 9일. 옥수동 탐사단이 그동안 치열하게 고민해왔던 마을 기획이 주민들에게 처음으로 소개되는 날이었다. 쇼케이스에 참여한 주민들은 옥수동 탐사단과 성수동 탐사단의 8가지 기획을 듣고, 가장 마음이 가는 기획에 투표했다. 이렇게 마을별로 뽑힌 ‘주민 선정 마을 기획’은 시범 운영 후 수정을 거쳐 진짜 주민들의 곁을 찾아가게 된다. 주민 앙케이트 외에도 창의 워크숍이 진행되었는데, 특히 김혜원 기획자가 소속된 극단 하땅세의 무대 소품 제작 워크숍은 주민들의 열렬한 반응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은 언제나 어렵고 불안하기 마련이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배우고 또 배워도 제자리걸음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옥수동 탐사단들은 그런 어려운 도전을 끝까지 완주해냄으로써 진정한 ‘탐사단’이 되었다. 옥수동이라는 동네를 다양한 각도에서 살피며 그 안에 숨어있던 보석을 끌어내려는 노력이 있었기에, 옥수동을 더 많은 사람들이 아끼고 기억할 수 있는 마음이 그 위에 덧입혀진 것 같다. 언제나 활기차고 호기심이 넘치는 옥수동 탐사단들의 열정이 오래도록 우리 동네에 머물러있길 바란다.



10월 9일 마을기획 쇼케이스 현장_극단 하땅세의 무대 소품 제작 워크숍





옥수동 탐사단 회의 현장 스케치





-끝



에디터 임규리

편   집 손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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