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오늘은 함께 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일주일간 밖에서 훈련을 마치고 돌아온 제 남자친구가 저를 만나러 오는 날입니다.
매일매일 만나고 싶지만 꾹 참고 일주일에 4~5번만 만나던 남자 친구를 이번주에는 한 번밖에 못 봅니다. 염장 떨지 말라고요? 안됩니다 이건 제 연애이야기니까요.
어제는 비가 참 많이 왔습니다. 천둥번개를 동반한 비가 일대를 휩쓸고 갔죠. 그때 제 남자 친구는 밖에 있었습니다. 군인들은 훈련할 때 밖에서 자는 걸 왜 이리 좋아할까요? 듣지 않아도 알지만 전 남자친구 걱정에 뾰로통한 얼굴로 하늘을 바라봤습니다. 퇴근을 한 후라 깜깜해서 구름 한 점 보이지 않는 방충망 밖 밤하늘과 그 사이에서 내리는 굵고 가는 빗방울들이 야속해서 저는 주먹을 쥐어봤지만. 그대로 내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자연이랑 싸워 이긴 사람을 본 적 있으신가요? 일단 그게 저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오늘 오래간만에 데이트를 하려고 합니다. 심야영화를 보자고 할까 아니면 당구를 치자고 할까 고민이 깊습니다.
제 남자친구는 저와 동갑으로 올해 26살인데 만나게 된 건 5년 전 게임을 하다였습니다. 게임에서 친해진 우리는 단체카톡방을 개설해서 놀고 있었죠. 이쯤에서 다들 궁금해합니다. 어쩌다가 그 사람에게 반한 거야?
사실 전 스며들었다는 말을 더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 남자친구는 안 지 4년이 다 되어가도록 존댓말을 쓰는 사람이었으며 나름의 선이 있지만 가끔은 투정을 부리기도 하고 이야기를 하다 보면 다정하고 재밌고 또한 저랑 잘 맞는 사람이었거든요! 전 서서히 스며들어 잠식되어 버린 겁니다. 제가 그를 좋아한다고 말한 곳을 다른 곳도 아닌 찜질방이었습니다. 둘이 찜질방에 누워 가만히 서로를 바라보다가 문득 제가 말을 꺼냈죠
"나 너 좋아해. 근데 지금 안 받아주면 나 더는 이야기 안 할 거야"
남자친구는 상당히 곤란해했지만 절 받아주었습니다. 제 진심에 반했다고 그랬죠. 제 첫 추억입니다. 다음엔 첫 데이트에 대해 말해볼까 합니다.
독자님들은 현재 연인이 있으신가요? 그렇다면 첫 데이트와 그 감정은 기억하시나요? 궁금한 오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