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퇴사면담을 했습니다.
서늘한 아침 바람이 몸을 훑고 지나간 오늘, 저는 퇴사를 각오했습니다.
사실 각오를 한건 꽤 전이었죠. 이사를 결심하고 이사준비를 하면서 생각나는 건 '지역'문제였습니다. 과연 이 회사에 오래 다녀도 될까? 이 회사에 그만한 이끌림이 있을까? 3년을 넘어 4년 가까이 회사를 다녔지만 고민이 많았어요. 오래 다닐 회사는 아니지만 동료들이 주는 이끌림이 있었기에 쉽게 포기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집값과 여러 조건들을 생각했을 때 조금 멀리 가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저는 퇴사를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오늘 퇴사 날자가 정해졌습니다. 아직 믿기지는 않아요 이 회사에서 내가 퇴사를 한다니. 결혼을 할 때까지는 계속 다닐 줄 알았던 회사에서 나간다니! 설레는 듯 덤덤한 마음이었지만 몸은 착실히 다음 취업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평소 돈을 바로바로 써버리는 타입이라 모아두는 돈이 없어 그런 이유도 있었죠. 그렇게 취업도 마무리가 됐고 이제는 집만 남았습니다.
제가 26년의 삶을 살면서 처음 독립을 시도하려고 합니다.
혼자 사는 게 생각만큼 행복하지는 않을 거라고, 힘이 들것이라고, 많은 이들이 말렸지만 그동안 제 방도 없이 자라온 저로서는 자취만큼 달콤한 유혹이 없었죠. 꼼꼼히 집을 살폈습니다. 안전한 곳, 역과 가까운 곳, 조용한 곳, 하지만 퇴직금으로는 갈 수 있는 곳이 한정적이었죠 그래도 끝까지 찾아내려고 합니다.
요 한 두 달간은 제 이사와 이직에 관한 내용이 자주 실릴 것 같습니다. 독자님들께서는 혼자 사시나요? 애인과? 남편이나 아내와? 아니면 대가족? 어느 때는 행복하고 어느 때는 가끔 가족을 원망하게 되는 이 시점에 저는 그들을 두고 혼자 나아가볼까 합니다. 청소도 제대로 못하고 빨래도 제대로 못하고 하물며 요리도 잘 못하는 저지만 그럴수록 나아가봐야죠.
다들 오늘도 힘내시기 바랍니다. 저도 오늘을 힘내고 내일도 힘낼게요.
그리고 꼭 무모해도 가끔은 하고 싶은 걸 하세요. 저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