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당신에게

한 발 떨어져서

-7

by 문득


발인을 마친 이틀 후는 그의 삼우제였다. 그가 이렇게 황황하게 떠나지 않았다면 그의 음력 생일이기도 했다. 이번 생일엔 한우라도 사다가 미역국이라도 끓여주려고 했었는데, 그런 생각을 하던 순간들이 다 수백 년이나 지난 일처럼 아주 멀게만 느껴졌다.


삼우제를 앞두고 봉안당에 갖다 놓을 꽃이라도 사려고 동네 꽃집에 갔다. 봉안당에서도 자체적으로 파는 꽃들이 있지만 여기서 사 가면 아무래도 그것보다 조금 더 예쁜 것을 사 갈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서였다. 한 번도 가 보지 않은 꽃집에 가서 이것저것 고르다가 미녀와 야수에 나오는 장미처럼 봉긋한 유리관으로 덮인 조그만 꽃장식 하나를 골랐다. 직원 분이 활짝 웃으며 앞쪽에 진열해 놓은 조그만 다육이 하나 그냥 드릴 테니까 골라 보시라고 권했다.


나는 망설였다. 나는 손재주가 좋은 편이 아니었고 특히나 화분 같은 건 잘 키우는 편이 아니었다. 그 잘 안 죽는다는 다육이도 하나 키우다가 죽인 적이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금 내 곁에 뭔가 살아있는 것을 데려다 놓을 자신이 없었다. 그랬다가 그것마저도 나의 부주의와 무심함에 죽어서 내 곁을 떠나간다면 그때야말로 정말 와르르 무너져 버릴 것만 같아서였다. 그래서 나는 겁먹은 표정으로 괜찮다고 고개를 저었다. 저 화분 잘 못 키워요. 다육이도 전에 한 번 키우다가 죽인 적 있어요. 얘도 아마 죽일 거예요.


물 너무 자주 주셨나 보다.


그러나 직원 분은 길어지는 내 말을 다 듣고 나더니 명쾌하게 한 마디 했다.


다육이는 물 너무 자주 주면 죽어요. 물 너무 자주 주는 것보다는 차라리 너무 안 주는 편이 얘들한테는 나아요. 한 달에 한 번 정도 준다 이런 기분으로 키우셔야 해요.


그랬던가. 나는 잠시 내가 키우다 죽인 그 다육이를 떠올려 보았다. 물을 너무 자주 줬던가, 그런 것은 솔직히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손바닥만 한 화분 하나를 들여놓고 애면글면, 아침저녁으로 들여다보며 일희일비하던 것은 기억났다. 그러다가 그 다육이가 시들어 기어이 죽어버렸을 때 상심했던 것도, 어느 날 죽어버린 다육이를 뽑아내고 조화로 된 다육이를 사다 화분에 꽂아주었던 그의 마음씀도.


나의 지나친 관심과 조바심이, 그 알아서 잘 큰다는 다육이에겐 오히려 부담이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결국 직원 분의 응원을 뒤로하고 다육이 하나를 골라 집으로 가져왔다. 얇은 플라스틱으로 된 모종용 화분에 심겨 있는 다육이를 한참을 보다가, 이 녀석을 오래 보려면 여기 둬서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예전의 다육이가 심겨 있던 화분에서 조화 다육이를 들어내고 받아온 다육이를 서투르게 분갈이해 옮겼다. 인터넷을 찾아보고 딴에는 신경을 쓴다고 한 일이었지만 이걸 이래서 될 일인지, 이게 오히려 녀석을 죽이는 일이 되지나 않을지 하는 걱정에 나는 겁에 질렸다. 이미 내 마음은 너무 약해져 있었고, 그래서 또 뭔가가 내 곁에서 죽는 걸 지켜볼 자신이 없었다. 결국 나는 그 화분을 손바닥에 소중히 받혀 들고 다시 꽃집을 찾아갔다. 집에 노는 화분이 하나 있어서 어설프게 옮겼는데 아무래도 불안해요. 분갈이 좀 해 주세요.


그러나 직원 분은 내가 가져간 화분을 이리저리 살펴보고 손으로 흙을 눌러보더니 화분 크기도 딱 맞고 이만하면 굉장히 잘하신 거라 제가 더 손을 댈 데는 없을 것 같다고 웃으면서 대답해 주었다. 마침 댁에 이렇게 딱 맞는 크기의 화분이 있으시다니 이것도 인연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대로 잘 키우시면 되겠어요. 분갈이는 식물에게도 스트레스니 바로 물 주지 마시고 며칠 있다가 한번 주시고요, 물이 들어가면 들뜬 흙이 내려가면서 알아서 뿌리가 자리 잡힐 거예요. 그때부터는 볕 많이 쬐어주시고 물은 한 달에 한 번씩만 주세요. 못내 미덥지 못해 두 번 세 번 정말로 이대로 괜찮은 건지를 물어보고, 나는 화분을 들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내가 과연 이 작고 약한 식물을 잘 키울 수 있을 것인지, 솔직히 아직은 자신이 없다. 그러나 그럼에도, 나는 이 녀석을 잘 키워볼 작정으로 볕이 잘 드는 창가에 내다 놓았다. 하필이면 이런 시기에 내게 온 것 또한 하나의 인연이 아닐까 생각하면서.


너무 자주 들여다보고 너무 자주 물을 주는 것도 뿌리를 썩게 할 수 있다.

너무 네 슬픔에 자주 물을 주지 말고 한 발 떨어져서 담담히 지켜봐 주렴.


그는 어쩌면 그런 말을 하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