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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3일의 비상계엄 전후로 생활리듬이 엉망으로 흐트러진 사람이 비단 나 하나만은 아닐 것이다. 14일 탄핵 가결 후 가장 많이 나눈 인사가 '오늘 밤엔 잠 좀 편하게' 자 보겠다'였던 걸 보면 정말 그렇다. 계엄 당일인 3일은 계엄 해제 발표가 나는 것을 보고서야 겨우 누울 수 있었고, 누운 후에도 잠이 오지 않아 온갖 뉴스를 뒤적이며 거의 밤을 새다시피 했다. 그 후로도 마찬가지였다. 날이면 날마다 쏟아진 온갖 속보들을 찾아보고, 그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살펴보느라 새벽 세 시를 훌쩍 넘겨 네 시 가까이 되어서야 마지못해 잠드는 나날이 계속되었고 탄핵이 가결된 후로도 그 리듬은 뭐 그리 크게는 달라지지 않았다.
문제는 또 있다. 이 브런치에서 조회수로만 따지면 top 5안에 드는 그 군소음보상금 글에서 짐작하신 독자님도 있으시겠지만 우리 집 근처에는 공군 비행장이 있고 그래서 수시로 전투기들이 뜨고 내리는 소음이 들린다. 이번일이 있기 전까지는 아 거 참 되게 시끄럽네 정도의 감상일 뿐이었다. 그러나 그날 무려 헬기씩이나 타고 온 군인들이 국회 유리창을 깨고 진입하는 것을 보고 난 후로는(심지어 이 장면은 그날 본 것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이었다는 것이 그 후에 본 여러 가지 방송에서 드러났다) 이 전투기 소음이 가끔 견디기 힘들 만큼 버겁게 느껴지기도 한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겨울이라 창문을 꼭꼭 닫아 두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들리는 전투기 소음 때문에 눈에 띄게 집중력이 흐트러지고 심장이 두근거릴 때가 있다.
한동안 점심을 먹고 난 오후 2시쯤 잠깐씩 눈을 붙이곤 했었다. 그 시간에 30분쯤 자는 쪽잠은 꽤 달콤하다. 그러나 자꾸 이렇게 낮에 잠드는 버릇을 들여서는 안 될 것 같아 온갖 노력 끝에 간신히 낮잠을 자지 않게끔 생활 리듬을 맞추어 놓았는데, 저런 식으로 밤에 잠을 잘 들지 못하고 자꾸만 늦게 자게 되다 보니 수면이 부족해진 것인지 요즘은 오후 3, 4시가 되면 걷잡을 수 없는 졸음이 밀려와서 나도 모르게 깜빡 졸고 제풀에 놀라 후다닥 깨기를 내내 반복하고 있다. 이렇게 일상이 박살 나 버린 사람이 나만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주변에도 온통, 그날 이후 깊은 잠을 못 잔다거나 입맛이 없다거나 이유 없는 불안감에 시달린다든가 하는 사람이 하나 둘이 아니고, 그건 아마 다들 비슷하리라 생각된다.
도대체 엉망이 되어버린 나의 일상은 그래서 누가 책임져 준다는 건지, 정치라는 게 국민이 사는 걸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왜 이렇게 발목을 붙잡고 사람을 힘들게 하는지 뉴스에 비치는 몇몇 한심하고 뻔뻔한 얼굴들에게 물어보고 싶어진다. 나라라는 게, 정치라는 게 국민 사는 거 훼방 놓으려고 있는 거냐는 항의와 함께. 물론 그런 말 따위 들은 척도 안 할 것 같은 사람들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