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쌈이 뭔가요?
고전 작품을 가르치면서 아이들에게 읽으라고 하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질문은,
"이거 중국어 아니에요?"
우리말을 우리말로 받아들일 수 없는 아이들의 언어의 벽이 있어 아이들은 고전 작품을 읽어보지도 않고 일단 어렵고 싫다고 생각한다.
고려가요 <서경별곡>의 첫 차시 수업이었다. 자신 있게 읽어 볼 사람 하니 기특하게 한 녀석이 손을 번쩍 들었다. 그 학생이 읽기 시작하자 여기저기서 낄낄거리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읽는 녀석이나 듣는 녀석이나 우스워 죽겠다고 난리다. 어찌 읽어낸 학생에게는 무한한 칭찬을 해주고는 아이들에게 시의 화자와 상황, 정서와 태도를 생각해 보라고 시간을 주었다.
그리고 잠시 후 첫 질문, 이 시의 화자가 여성인지 남성인지를 묻는 질문에서 그래도 여성 화자라는 대답이 많이 나왔다. 여성 화자인 근거를 찾아보라니 상관없는 단어를 답하다가 '질삼뵈'라는 단어가 어렴풋이 들렸다. 그때다 싶어,
"그렇지, 질삼뵈 잘 찾았어요. 질삼뵈가 뭐라고 해석되어 있지?"
"길쌈하던 베요."
"얘들아, 길쌈 알지?"
응? 그래, 모르는구나. 순간의 정적이 모든 것을 말해주었다. 아, 모르는 단어다. 그러면 당연히 여성화자인 걸 유추하는 게 어려울 수밖에 없었겠구나.
"얘들아, 그럼 길쌈이 뭘까요?"
"길에서 하는 싸움이요."
(안돼, 하지 마~ 그거 하지 마~~~~~~~~~~) 나의 내적 외침을 무시하고 설마한 그 말이 나와버렸다. 근데 남학교라 그런지. 그 대답에 모두 동의하는 듯.......................................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옷 중에 삼베옷을 아시나요? 지금은 삼베옷을 입는 걸 흔하게 볼 수 없지만 제가 어렸을 때만 해도 삼베옷이나 삼베 이불은 고오급이었습니다. 외할머니가 만들어 주셨던 삼베이불이 있었는데 그 까슬까슬한 감촉과 시원한 느낌은 여름 이불로 안성맞춤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삼베는 관리를 잘해 주어야 하고 다양한 원단 등이 나오면서 일상에서는 흔하게 사용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수의로는 많이 사용되고 있고 삼베의 장점으로 삼베 원단을 찾기도 한다고 합니다.
이 삼베는 대마로 만드는데 대마를 채취해 찌고 껍질을 벗기고 섬유질을 벗겨 하나하나 꼬아서 실을 만들고 이 실을 베틀에서 직조하는 매우 손이 많은 가는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제 시골은 안동이었는데 안동은 삼베의 산지로 유명한 만큼 어렸을 때부터 외할머니가 삼베를 만드는 과정에 대해서 많이 듣고 그래도 친숙한 원단이기는 했습니다. 아마 그렇지 않은 경우는 어렸을 적 티브이나 책의 삽화에서 베틀에 앉아 원단을 직조하는 과정을 보기는 했을 겁니다. 그러나 요즘 학생들에게는 그런 그림조차 낯설지도 모르겠습니다.
길쌈은 이렇게 실을 내어 옷감을 짜는 모든 과정을 통틀어 이르는 말로 전통적으로 길쌈은 여성들의 일이었고 이를 통해 생활에 보탬을 주었던 생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서경별곡>에서 화자는 이 '길쌈하던 베'도 버리고 임께서 나를 사랑해 주시기만 한다면 울면서 님을 따라가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통해 <서경별곡>의 화자는 '여성'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알 수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