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문학의 전통, 웃음.

풍자의 짝은?

by 어떤사람

고등학교 1학년 국어에는 한국 문학의 전통으로 구성된 단원이 늘 있다. 주제나 소재, 표현 면에서 연속성을 가지는 한국 문학의 전통을 다루는 단원이다. 개정 교육 과정에도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는데 이번 교과서는 사랑을 표제어로 이별의 정한을 다루는 소단원, 자연을 표제어로 자연을 대하는 태도를 다루는 소단원, 웃음을 소재로 골계미를 다루는 소단원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대단원을 개괄하면서 웃음의 표제어를 설명하는 중이었다. 웃음은 한국 문학이 가진 중요한 전통 중의 하나로 웃음을 통해 상대방을 위로하거나 비판하는 고도의 표현 방식이다. 그래서 국어 영역에서도 중요하게 다뤄지고는 한다.

이 소단원을 소개하면서 표현법에 대해 이미 배운 배경지식을 활성화하고자,

"웃음을 다루는 중요한 표현법으로 배운 게 뭐가 있지?"라고 물으니

이내 "풍자요"하고 대답한다.

"하나 더 있는데, 풍자하면 또 바로 나오죠. 풍자의 짝이 뭐지?"


"신기루요!"


"응? 아~~~~~~~~~~~~" 빵 터지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이어진다. 그래, 요즘 풍자랑 신기루가 자주 같이 등장하기는 하더라. 틀린 말도 아니지...................................................................



골계미는 자연의 질서나 이치를 의의 있는 것으로 존중하지 않고 추락시키는 방식으로 미의식을 드러내는데 풍자와 해학이 있습니다. 풍자와 해학은 대상을 과장하거나 왜곡해 웃음을 유발하는 공통점이 있지만 이 웃음의 종류가 좀 다릅니다.


풍자는 날카로운 웃음으로 대상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탕으로 대상을 공격하는 비판적 웃음입니다. 부정적 인물과 환경을 희화화시켜 무너뜨리게 됩니다. 따라서 사회적인 부조리함을 다루고 있는 소설이나 시에 많이 등장하게 되는데, 대표적으로 고전작품으로 <봉산탈춤>이나 <춘향전> 등과 현대소설에서 채만식의 소설에서 나타납니다.


말뚝이 (가운데쯤에 나와서) 쉬이. (음악과 춤 멈춘다.) 양반 나오신다아! 양반이라고 하니까 노론(老論), 소

론(少論), 호조(戶曹), 병조(兵曹), 옥당(玉堂)을 다 지내고 삼정승(三政丞), 육판서(六判書)를 다 지

낸 퇴로 재상(退老宰相)으로 계신 양반인 줄 아지 마시오. 개잘량이라는 ‘양’ 자에 개다리소반이라는

‘반’ 자 쓰는 양반이 나오신단 말이오.

양반들 야아, 이놈, 뭐야아!

말뚝이 아, 이 양반들, 어찌 듣는지 모르갔소. 노론, 소론, 호조, 병조, 옥당을 다 지내고 삼정승, 육판서 다 지

내고 퇴로 재상으로 계신 이 생원네 삼 형제분이 나오신다고 그리하였소.

양반들 (합창) 이 생원이라네. (굿거리장단으로 모두 춤을 춘다. 도령은 때때로 형들의 면상을 치며 논다. 끝

까지 그런 행동을 한다.)

- 김진옥‧민천식 구술, 이두현 채록, <봉산 탈춤>에서

<봉산탈춤>에서 말뚝이가 양반을 희롱하자 양반이 화를 내고 말뚝이가 변명을 하자 양반들이 안심하는 어리석은 모습을 통해 웃음을 유발하는데 이때 양반들의 어리석은 모습을 희화화해 부정적인고 비판적인 대상인 양반의 권위를 공격하는 것입니다.


반면 해학은 대상에 대한 연민과 애정을 바탕으로 대상을 우스꽝스럽게 표현하는 동정적인 웃음입니다. 상황에 대한 희화화이며 인물에 대한 연민과 공감의 방식으로 위로하기에 웃음으로 눈물 닦기라고 표현합니다. 고전작품의 <흥부전>이나 현대소설 중 김유정의 소설에서 많이 나타납니다.


장인님이 일어나라고 해도 내가 안 일어나니까 눈에 독이 올라서 저편으로 휭 하게 가더니 지게 작대기를 들고 왔다. 그리고 그걸로 내 허리를 마치 돌 떠 넘기듯이 쿡 찍어서 넘기고 넘기고 했다. 밥을 잔뜩 먹어 딱딱한 배가 그럴 적마다 퉁겨지면서 밸창이 꼿꼿한 것이 여간 켕기지 않았다. 그래도 안 일어나니까 이번에는 배를 지게 작대기로 위에서 쿡쿡 찌르고 발길로 옆구리를 차고 했다. 장인님은 원체 심청이 궂어서 그렇지만 나도 저만 못하지 않게 배를 차였다. 아픈 것을 눈을 꽉 감고 넌 해라 난 재밌단 듯이 있었으나, 볼기짝을 후려갈길 적에는 나도 모르는 결에 벌떡 일어나서 그 수염을 잡아챘다마는, 내 골이 난 것이 아니라 정말은 아까부터 벽 뒤 울타리 구멍으로 점순이가 우리들의 꼴을 몰래 엿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말 한마디 똑똑히 못 한다고 바보라는데 매까지 잠자코 맞는 걸 보면 짜장 바보로 알 게 아닌가.

- 김유정, <봄․봄>에서


장인과 사위가 싸움을 하는 장면에서 순진하고 어리숙한 인물인 내가 점순이를 의식해 장인님의 수염을 잡아채는 모습에서 웃음을 유발하고 있는데 이때 대상을 공격하려는 의도가 없고 대상의 어리숙한 모습에 연민과 애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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