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데렐라의 MBTI는 뭘까?
신데렐라가 P나 J였으면 이야기는 어떻게 흘렀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을 했다.
만약 P였다면 왕자를 만나려고 길을 나섰지만 마차를 타고 가던 중에 흥미롭고 즐거운 곳을 발견해 옆길로 새느라 왕자를 만나지 못했을까
아니면
옆길로 새지 않고 왕자를 만나 춤을 췄는데 춤추는 순간이 즐거워 시간을 확인하지 못해 마법이 풀렸고 화려하게 꾸민 사람들 속에 자신의 모습이 초라해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데
왕자의 눈에는 꾸밈없는 신데렐라의 모습이 좋아 보여 용기를 내서 자신의 진심을 전했으며 신데렐라는 진심 어린 왕자의 모습에 반해 둘은 그 자리에서 사랑에 빠졌을까
그러면 J였으면
계획적인 J가 시간을 확인하지 않았을 리 없으니깐 12시가 되기 전에 여유롭게 걸어 나왔고 구두를 떨어트리는 일 없이 무사히 집에 도착하면서 왕자와 사랑에 빠지는 일은 없지 않았을까
비록 둘의 사랑은 맺어지지 않았지만 신데렐라의 기억 속에는 왕자와 춤추던 하루가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았을까
음..
어쩌면 이 모든 상황이 J의 철저한 계획 아래 진행된 게 아닐까 생각했다
왕자에게 첫눈에 반한 신데렐라의 머릿속에는 어떻게 해야 이 만남을 이어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가득했고 고심 끝에 구두를 떨어트려 찾아오게 하자는 계획을 세웠으며
이 계획을 자연스럽게 실행하기 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다가 '이때다!' 하고 뛰어가던 중에
멈춰 서서 왕자의 눈에 띌만한 곳에 구두를 벗어놓고 집으로 왔고, 얼마의 시간이 흐른 뒤 신데렐라의 계획대로 왕자가 찾아오면서 둘은 사랑에 빠진 게 아닐까 하는 엉뚱한 생각을 했다
신데렐라가 P나 J였으면 이야기가 어떻게 흘렀을까?
이 엉뚱한 생각을 하게 된 건 MBTI가 뭐냐는 질문을 자주 받던 중에 길을 가다가 자신은 어렸을 때 공주가 아닌 왕자가 되고 싶었다고 말하는 사람을 봤다
모르는 사람의 말을 엿들었기 때문에 공주가 아닌 왕자가 되고 싶었던 이유가 있는지 물어볼 수 없었고 해소되지 않은 궁금증을 안고 지내던 중에 바닥에 널브러진 주인 잃은 물건을 봤다
장갑, 신발, 양말 한 짝씩 주인 잃은 다양한 물건을 보면서 여기는 신데렐라가 천지네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이 생각이 엉뚱한 생각으로 이어졌다
그렇게 한참 엉뚱한 생각을 했더니
의식의 흐름에 따라 생각하기 시작했고 의식의 흐름에 맡겨 생각하다 보니깐 MBTI도 좋지만 이보다 나에 대해 알 수 있는 검사는 없을까? 있다면 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찾았더니 TCI 검사가 있다는 걸 알게 되어 일주일 뒤 토요일 오전으로 예약했다
예약을 하고 났더니 빨리 TCI 검사를 받고 내 기질과 성격에 대해 알고 싶다는 생각과
검사를 받지 않아도 내 성격은 알 수 있는데 받을 필요 있을까 하는 상반된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상반된 생각으로 고민되던 순간마다 설렜기 때문에 검사를 받자는 생각으로 일주일을 보냈다
일주일이 지나 예약한 토요일이 되었고
다른 곳을 들렀다 가야 하는 일이 생겨 늦지 않게 시간 계산하며 나왔는데 내가 예상했던 시간보다 넘어가는 일이 생겼고 예약시간에 맞출 수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들자 초조해졌다
초조해지기 시작하자 오후로 예약할 걸 왜 오전에 했지 하는 후회가 들어 기분이 가라앉았고 늦을 것 같은데 지금이라도 예약 취소할까 하는 생각이 스치기도 했지만 예정대로 상담 센터로 향했고
다행히 늦지 않게 도착하면서 안도감과 함께 가라앉았던 기분이 돌아왔다.
그렇게 안도하며 엘리베이터에 올라 심리 상담 센터가 있는 층에 내렸는데 이때부터 내 머릿속에는 여러 생각이 스쳤고 그로 인해 여러 감정이 들기 시작했다
의아함.
심리 상담 센터라고 하면 깔끔하고 차분한 분위기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수선하다는 느낌과 협소하고 약간 허름한 공간을 보고 이곳에서 상담이 제대로 이뤄질까 하는 의아함이 들었지만 내부 공간과 상담은 별개이며
어수선하다고 느낀 건 시간 맞춰 오느라 조급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어 이로 인한 감정 변화는 없었다.
불편함.
좀 어수선하다 생각하며 직원에게 가서 예약하고 왔다고 했다
내 말을 들은 직원은 종이를 건네며 작성해 달라고 했고 종이를 받고 자리에 앉아 작성하려고 보는데 종이에 적힌 질문이 우울, 무기력, 불안과 관련된 것뿐이라 TCI 검사를 하는데 이걸 왜 적는 거지? 이상했지만 원래 적나 보다 생각하며 질문을 읽고 답을 적고 있었다
이제 막 몇 가지 질문에 답을 적었는데 상담사가 나를 보더니 다음 예약이 있으니 조금 빨리 작성해 달라고 했고 재촉하는 말을 들은 나는 불편했지만 종이에 적힌 질문이 나와 관련된 게 없어 대충 작성하고 상담실로 들어갔다
당황스러움.
상담실에 들어갔더니 이곳을 방문한 이유에 대해 물어봐서 MBTI에 대한 질문을 받다가 나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어 찾아봤고 TCI 검사가 있다는 걸 알게 되어 받으러 왔다고 대답했다
내 대답을 들은 상담사는 당황한 듯 잠시 침묵했고
그런 상담사를 보면서 이런 이유로 이곳을 찾으면 안 되는 건가 싶어 나도 덩달아 당황했지만 곧바로 내가 생각한 이유가 아닌 다른 이유로 인해 당황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황당함.
예약 과정에 착오가 생겼고 이로 인해 TCI 검사가 아닌 초기 심리 상담으로 잘 못 예약이 되었다고 했다
예약이 잘 못 됐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별다른 감정이 들지 않았지만 이후에 어떻게 해주겠다는 대안 없이 잘못의 원인을 나로 돌리려는 느낌을 받아 황당했다
황당하고 불편한 마음이 겉으로 드러났는지
TCI 검사는 오래 걸리는 게 아니니깐 오늘 검사하고 해석까지 받을 수 있다고 하면서 밖에 있는 직원에게 안내했고 직원에게 검사지를 받아 문항을 읽으며 하나씩 체크했다
불쾌감.
문항을 읽으면서 체크하고 있는데 상담사가 내 옆으로 오더니 가만히 서 있었다
어떤 행동이나 말은 하지 않았지만 아까 들었던 '다음 예약이 있으니 조금 빨리 작성해 달라'는 말이 생각나면서 또 재촉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나빴다
기분은 나빴지만 아무 말 없이 지켜보고 갔기 때문에 재촉하는 게 아니라 원래 보고 가는 걸 거야 생각하며 다시 문항을 읽으며 집중하려고 했지만 집중이 되지 않았고 기분은 점점 더 나빠져 불쾌했기에 직원에게 가서 검사를 받지 않겠다고 말했다
멋쩍음.
내 말을 들은 직원은 상담실로 들어갔다 나오더니 잠시 들어와서 상담사와 이야기를 나눠보라고 했지만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고 이 감정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로 마주 보고 얘기하고 싶지 않아 거절했다
내가 거절하자 이번에는 상담사가 나오더니 불편하게 해 드린 것에 대해 사과하면서 잠시 들어와서 이야기를 나누자고 했다
여전히 기분은 풀리지 않았지만 계속 거절하는 것도 편하지 않았기에 상담실로 들어갔다
상담실에 들어갔더니 불편하게 한 부분에 대해 한 번 더 사과하면서 이대로 가면 서로 불편함만 남으니깐
예약금 외 검사 비용을 받지 않고 TCI 검사만 받거나 검사 비용을 다 지불하고 추가로 몇 가지 검사를 받는 게 어떻겠냐고 했다
두 가지 제안을 하면서 옆에 서 있던 이유에 대해 알 수 있었는데
옆에 서서 보고 갔던 이유가 재촉하는 게 아니라 불편하게 했던 게 미안해서 비용을 받지 않고 추가로 몇 가지 검사를 해주려고 내 속도를 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멋쩍었다
즐거움.
두 가지 제안 중에 TCI 검사만 받기로 한 뒤 상담실에 앉아 남은 문항을 체크하고 냈더니 결과가 나오는 동안 몇 가지 질문을 하겠다고 하면서 생각나는 대로 편하게 대답하라고 했다
첫 번째 질문은 나와 가족의 장단점을 말하라고 해서 대답했고 다음 질문으로는 내 성격이 부모 중 누구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는지 물어봐서 이에 대해 생각나는 대로 대답했다
그다음으로 받은 질문의 순서는 기억나지 않지만 우울했던 계기, 자기 계발서를 읽고 기억에 남은 것, MBTI가 무엇인지, 어떤 글을 쓰는지 물어봤고 여기에 대답하기 위해 생각했더니 불쾌한 감정이 사라졌고 불쾌함이 사라진 자리에는 즐거움이 찾아왔다
그날의 대화는 즐거웠다
일방적으로 질문만 하는 게 아니라 받은 질문에 내 생각을 얘기하면 상담사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줬기에 주고받은 대화가 즐거웠다
뿌듯함.
질문을 주고받는 동안 결과가 나왔고, 결과를 보던 상담사는 나에게 노력을 많이 하셨네요라고 했다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노력이라는 말을 듣고 뿌듯했다
나는 노력한 게 맞으니깐
어느 날 이대로 살면 안 될 것 같아 혼자 생각하고, 책 읽고, 글을 쓰고, 그러다 내 얘기를 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내 얘기를 했다
별거 아니지만 이 과정이 내게는 노력이었고 '노력 많이 하셨네요'라는 말이 제대로 잘 살았네요라는 말로 들려 뿌듯했다
의문.
엉뚱한 생각이 의식의 흐름으로 이어졌고 의식의 흐름에 따라서 행동했더니 여러 생각과 감정이 들었다
이때 내가 느낀 감정의 대부분은 나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불편함은 나쁜 걸까
감정이 요동치는 건 나쁜 걸까
생각이 많은 건 나쁜 걸까
아니라고 생각한다
많은 생각들로 인해 느껴지는 불편함과 감정의 요동은 나쁜 게 아니다 정말 나쁜 건 불편하다는 이유로 내 생각이나 감정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나는 내 생각이나 감정을 제대로 들여다보고 있는 걸까
그렇다고 생각한다
많은 생각들로 인해 감정이 요동치고 그 감정으로 인해 불편함을 넘어 불쾌했던 그날을 돌아보며 글을 적었더니 그렇다는 확신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