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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이비 글라스 May 05. 2020

자연의 선택

영화'모아나'를 보고

얼마 전 집 근처 공원에 나가서 산책을 했다. 오늘은 다행히 공기 중에 미세먼지가 없는 날이라서 맑은 공기가 시원하게 코 안으로 들어왔다. 오랜만에 상쾌한 기분으로 걸어가니 문득‘미세먼지’라는 단어가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익숙한 단어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릴 때를 떠올리면 ‘공기 질’에 대해서 요즘처럼 심각하게 인식하지 않았었다. 그때는 지금같이 미세먼지 마스크를 착용하고 다닐지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한여름 밤에 깜깜해진 하늘을 올려다보면 별도 잘 보여서 하늘을 보며 북두칠성 별자리를 그려보곤 했었다.      

이제는 미세먼지 수치를 날씨 어플에서 수시로 확인을 하며 외출할 때 미세먼지 차단 마스크를 착용하는 날이 많아졌다. 어쩌다가 미세먼지 지수가 낮으면 저절로 기쁨의 탄성이 나오곤 한다. 

    

이렇듯 환경문제가 대두되면서 문화 부문에서도 이것을 소재로 한 작품이 늘어났다. 최근 나는 몇 해 전 개봉했던 영화 ‘모아나’를 봤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예전에 자연환경이 좋았던 모투누이 섬이 있었다. 그 섬이 저주에 걸리자 바다가 선택한 소녀 모아나는 섬을 구하기 위해 머나먼 항해를 떠난다. 저주를 풀기 위해서는 오직 신이 선택한 전설의 영웅 마우이의 힘이 필요한 상황이다. 모아나는 마우이를 우여곡절 끝에 설득한다. 그리고 둘은 저주를 풀기 위해 운명적인 모험을 함께 떠난다는 이야기다.     


영화 속 배경장소인 모투누이 섬은 곡식들이 잘 자라고, 바다에서 잡은 물고기를 먹으며 걱정 없이 살던 곳이었다. 평화롭던 섬사람들은 어느 날부터 곡식이 자라지 않고, 자랐어도 먹을 수 없게 썩어있어서 걱정을 했다. 물고기를 잡아도 잡히지 않고, 섬 주변은 점점 삭막해 갔다. 그 원인은 전설의 영웅이자 반신반인인 마우이가 섬사람들에게 인기를 얻고자 자연의 여신‘테피티’의 심장을 훔쳐서 저주의 신‘테카’가 진노했기 때문이었다. 그 후부터 심장을 잃은 테피티는 힘을 잃고 모든 자연이 망가진다.      


인간의 욕심 때문에 자연은 점점 망가져가고, 망가진 자연으로 인해 고통받는 것은 결국 인간들이었다. 주인공 ‘모아나’는 모투누이 섬의 저주를 풀기 위해 저주의 원인이자 동시에 저주를 풀 열쇠이기도 한 마우이를 찾아 나서는 과정에서 꼭 필요한 단계인 바다를 건너가야만 하는 미션이 있다. 그 섬에서는 바다를 무서운 존재로 인식해서 배를 타고 멀리 나가는 것을 제한한다. 그만큼 바다라는 자연은 인간들에게 아름답기도 하지만 동시에 두려움의 대상이기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모아나’는 섬을, 자연을 살리기 위해 바다로 떠난다.      


영화 속 섬사람들은 우리의 모습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기술의 발전으로 편리함을 누리는 반면 나빠진 자연환경으로 물과 공기를 비롯한 생태계가 파괴되었다. 그 후로 지구온난화를 겪으며 극단적인 기상의 변화와 오염된 물, 미세먼지로 가득한 공기를 마시게 되었고 결국은 우리들이 그 고통을 고스란히 되돌려 받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는 더 진보된 과학기술의 발전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우리의 욕심으로 빚어진 참사인 것이다.    

  

몇 해 전부터‘지구 온난화’ 문제의 심각성이 대두되며 여러 가지 환경을 위한 방안이 나왔다. 그것들 중에 몇 가지가 공익 캠페인에 나오기도 했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실 때 개인 텀블러에 담아 마시기, 우산에 일회용 비닐커버 씌우기 대신 우산 털이에 물기 털기, 시장 볼 때 물건을 비닐에 담는 대신 시장가방에 담기, 재활용 분리배출 잘하기, 차량 2부제, 대중교통 이용하기, 가까운 거리는 걷거나 자전거 타기 등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해 보았다. 하기 전에는 불편할 것 같았지만 의외로 사람이 적응의 동물이라 어느덧 습관이 되어가고 있다.      


영화에서 모아이가 섬을 살리기 위해 거친 바다를 건너 마우이를 만나 자연의 여신 테피티에게 빼앗겼던 심장을 돌려줘 저주를 풀고 예전의 풍요롭던 모습을 되찾으려고 노력을 한다. 그것을 보면서 우리는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며 공존해야 모두가 평화롭게 살 수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나는 그 모습이 곧 현재 우리의 모습과도 닮아있는 것 같았다. 우리는 달라지는 자연이 무서워서 이제 자연을 살리는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작은 실천방안을 만들어서 지키려고 한다. 또한 과학기술을 발전시켜서 자연을 되살리는 일에 쓰이도록 연구도 하고 있다.      


다행히 영화에서 모아이가 바다로 나가서 어려움을 겪지만 그 과정에서 바다가 모아이를 보호해준다. 그 덕에 모아이와 마우이는 위기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나서 자연의 여신 ‘테피티’에게 심장을 되찾아줄 수 있었다. 심장을 되찾은 테피티는 그제야 숨을 쉬고 저주가 풀렸다. 모든 것이 정상적으로 돌아오자 마침내 섬을 비롯한 자연 전체가 예전의 평화롭던 모습으로 변했다.        


감상하면서 마지막으로 갈수록 나는 그 속에서 희망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도 지금처럼 바다를 위해, 자연을 위해 노력한다면 언젠가는 예전의 걱정 없었던 날들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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