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다. 드디어 출간될 책의 표지 디자인이 나왔다는 소식을 알려주었다. 나는 기대 반, 걱정 반으로 파일을 열어봤다. 두근두근…….
파일을 열어본 나는 열자마자 놀랐다. 그동안 했던 걱정들이 모두 싹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그동안 더 좋은 책을 만들기 위해서 책 원고를 몇 번씩 수정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차츰 내용이 내 마음에 들게 되었다.
그러나 책의 내용을 만나기 전에 먼저 보이는 것은 당연히 그 책의 표지와 제목이었다. 그만큼 중요하게 생각하던 표지 디자인이었기에 나는 출간을 앞두고 그것으로 고민이 많았다.
만약 출판사에서 제시하는 표지 디자인이 책과 어울리지 않다고 느껴질 경우에 내가 직접 디자인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았었다. 그런데 그 걱정이 부질없었다고 느껴질 정도로 내 책과 어울리는 디자인이 파일로 온 것이다.
표지가 정해지기 전까지는 책 제목으로 여러 번 출판사와 의논을 거쳤었다. 처음 출판사에 원고 투고를 해서 계약서를 썼을 당시 출판사의 대표님은 내가 정했던 원 제목이 마음에 든다고 출간을 할 때 그대로 가자고 하셨다.
하지만 퇴고 과정을 거치면서 수정을 하는 과정에서 책의 중심 내용과 더 잘 어울리는 좋은 제목을 찾아야겠다며 출판사에서 몇 번 제목 수정에 들어갔다. 물론 내가 제안한 제목도 고려해서 결국은 출판사와 나의 의견을 절충한 제목이 정해졌다.
그 과정에서 출판사에서 마지막에 제시한 제목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 마음에 와 닿지가 않아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글을 쓰면서 나는 단순히 ‘글을 쓰는 것’만 생각을 했었다. 내가 책 한 권 분량의 글을 완성하기만 하면 출판사에서 그대로 착착 인쇄해서 바로 책이 나올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기에 이런 뒷일은 전혀 고민할 새 없이 글만 생각하며 작성했었다.
작년 9월부터 대략적인 책의 내용을 구상하여 목차를 짰고, 10월이 되어 목차에 맞춰 한 달 내내 각 꼭지의 내용을 써 내려갔다. 11월 중반쯤이 되자 완성한 책 원고를 가지고 각 출판사에 원고 투고를 시작했다. 몇 군데에서 계약조건을 제시하면서 답변이 왔다. 다행히 12월에 그중 가장 좋은 조건의 출판사에서 계약서를 작성하게 되었다. 당시 출판사에서는 내 책을 5월 중에 출간하기로 계획했다.
그 후로 내가 쓴 원고는 몇 번의 큰 변화를 겪었다. 지금 완성본을 읽다 보면 처음에 내가 썼던 원작과 큰 틀은 비슷할지 모르겠지만 세부적인 부분들이 훨씬 읽기 편한 작품으로 변했다는 것이 느껴진다.
그리고 출판사와 편집 과정에서의 조율에서 부딪쳤었던 많은 부분들이 머릿속에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지금 나는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중간에 2번 정도 크게 수정을 해야 했던 때 대표님의 말씀을 듣고 많은 고민을 하며 퇴고를 하고, 수정을 하기를 반복했었다. 그 과정에서 상의할 수 있는 곳도 없던 나는 마음속으로 답답할 때가 많았고, 출판사에서는 일반 대중들에게 더 잘 읽힐 수 있는 책을 발간하기 위해 객관적인 부분에서 여러 가지로 내게 방법을 제시를 했었다.
그렇게 해서 더 좋은 책으로 거듭나기 위해 나는 수없이 책을 고치며, 다지며 여기까지 왔던 것이다. 결국은 출간 전 최종단계인 지금이 왔다…….
“작가님, 예정대로 5월에 출간을 하기에는 코로나 때문에 경기가 나빠져서 좀 어려울 것 같아요……. 미안하게 됐어요.”
코로나 19로 인해 모든 업계가 휘청거리고 있는 요즘 왠지 이 말씀이 어색하게 들리지 않았다. 나는 덤덤한 마음으로
‘차라리 잘됐다. 더 견고하게 잘 다듬어서 출간을 하는 것이 나을지도 몰라. 나중에 보면 출간이 미뤄진 것이 모두에게 더 잘된 일이 될 거야.’
하며 조바심을 내지는 않았다.
그러는 동안 책을 더 좋게 수정하는 과정도 거치고, 다음 작품을 작성하면서 나름대로 바쁘게 글을 쓰고, 읽는 일에 몰두를 해왔다. 그래서 거의 출간을 기대하지 않은 채로 생활하고 있던 어느 날…….
6월쯤 출판사에서 갑자기 연락이 왔다. 마무리 편집 작업을 해서 최종 제목을 다시 정하고, 표지도 만들어서 출간을 진행하자는 말씀을 들었다. 나는 코로나로 올해 안에 출간이 되지 않을 것으로까지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그 연락을 받고 출간이 내 예상보다 앞당겨진 것에 놀랐다. 그 당시 나는 또 아무 생각 없이 빨리 출간이 될 줄 알았다.
그러나 내 생각과는 달리 마무리 편집도 여러 번 거치느라 오래 걸리고, 새 제목에 대한 아이디어 교환과 마지막으로 타협까지의 과정도 있었기에 그리 단순한 일들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적합한 제목이 확정되고 나서 마음에 드는 예쁜 표지 디자인을 보고 나는 아주 조금 내 책이 곧 나온다는 것이 실감 나기 시작했다.
요 며칠은 새로운 고민을 맞이해 밤에 잠이 오지 않는 불면증에 고생을 하기도 했다. 바로 출간한 뒤에 책에 대한 홍보였다. 아무리 열심히 만들어 낸 책이라도 그 책의 존재 자체를 사람들이 모르면 읽어볼 기회가 없는 것이 아닌가…….
출판사에서는 정해진 계획대로 책을 서점 가판대에 놓고, 서평단 모집 등을 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는데 그 외의 부분은 전적으로 본인이 나서야 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심란해졌다. 나는 글을 쓰기만 했을 뿐이지 마케팅, 홍보 부분은 어떻게 하는 것인지 문외한이기 때문이었다.
남들은 작가로서 자기 책을 출간하면 저자 강연회를 열고, 전국적으로 강연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자기 책을 알리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파워블로거로서 블로그를 활용한 책 리뷰로 책을 알리는 것도 보았다.
출판사에서는 내가 원한다면 유튜브를 활용한 홍보를 할 수 있는 기본 안내 정도는 해 줄 수도 있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물론 그 모든 것은 나 자신이 해야 하는 일들이겠지만. 그래서 더 걱정이었다.
친구들은 내게 답답하다며 남들처럼 인스타그램을 활용한 홍보를 해보라며 조언해주기도 했다. 이런 일이 닥칠 것을 미리 예상해서 몇 개월 전부터 블로그와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어두고 가끔씩 게시물을 올리기도 하지만 나는 도무지 그런 쪽으로는 소질이 없는지 늘 그저 그런 상태일 뿐이었다.
그러던 나의 사정을 하늘이 아셨는지 얼마 전 나에게 알 수 없는 기적이 찾아왔다. 다른 때와 마찬가지로 브런치 글을 올리면서 층간소음으로 시달리는 요즘 느낀 점을 글로 올렸더니 다음날 아침에 알림 메시지가 많이 떠있는 것이다.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인가 해서 눌러보니 그 브런치 글이 포털사이트 ‘다음’과 ‘카카오톡’에서 브런치 탭 맨 위에 떠 있었다. 알림에는 그 글 조회수가 천명이 되었다고 알려줬고, 순식간에 2천 명, 3천 명이 되더니 얼마 안 되어 만 명을 돌파했다고 떠 있는 것이 아닌가. 나는 그런 적이 처음이라 그저 어리둥절하고 있었다. 결국 그 날 3만 2천 명 이상이 그 글을 봤다고 기록되었다.
도대체 그 글이 왜 포털사이트 맨 위에 올라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신기해서 ‘층간소음’을 검색어에 입력해보니 그 글이 브런치 칸 맨 위에 뜨는 것을 볼 수가 있었다. 정말 우연이었기에 어떻게 해서 올라갔는지는 내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내 글을 본 수많은 사람들이 그것에 공감을 하는 마음이 있어서 열어본 것이기에 나는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분들이 세상에는 많다는 것에 큰 위로가 되었다.
이 일이 있고 나서 나는 그냥 마음을 내려놓는 계기가 되었다. 어차피 책을 내고 출간 과정에서 최선을 다했다면 내가 할 수 없는 영역까지 괜히 고민만 하다가 그것을 해결할 수 없어서 스트레스를 받고 병이 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다음 작품에도 제대로 집중할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를 바에는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에서 최선을 다하고 나머지는 하늘에 맡기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책을 알리는 일에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은 일단 최대한으로 하되 어차피 걱정해도 해결되지 못하는 부분은 머릿속에서 잊어버리고, 그저 내가 처음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의 설레는 마음으로 기쁘게 계속 글을 쓰면 될 것이다. 첫술에 배부르지 않는다는 말이 있듯이 처음부터 잘 되어야 한다는 강박을 가지지 않고 꾸준히 성실하게 나의 진심을 담은 글을 쓰는 것이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이라는 생각이 든다.
곧 출간을 앞둔 지금, 이렇게 되기까지 내게 글을 써보라고 제안해 준 나의 동생이 있었고, 늘 지지해주시는 부모님이 있어서 힘이 되었다. 내게 글쓰기의 기쁨을 알려주며 책을 출간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준 이은대작가님과 바이북스 출판사 대표님과 편집실 분들이 모두 애써주신 덕에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는 것 같아서 감사하는 마음이 든다.
그리고 내 책을 출간함으로써 그 출판사에도 좋은 일이 많이 생길 수 있기만을 간절히 기원하고 있다.
책 한 권이 세상에 나오기까지는 작가뿐 아니라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수고와 땀이 합쳐진 소중한 결과물임을 나는 처음으로 느꼈다.
어제 나는 최종 교정을 마쳤다. 그러나 혹시나 해서 오늘도 또 한 번 점검을 할 것이다. 인쇄에 들어가면 2쇄를 찍기 전까지는 더 이상 고칠 수가 없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