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네이비 글라스 Apr 03. 2020

여자는 한 달에 한 번씩 호르몬의 지배를 받는다

에세이


‘여자의 마음은 갈대다’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여자의 마음은 자주 바뀌고 알 수가 없다는 뜻에서 나온 말이 아닌가 싶다. 그렇다. 이런 말이 있는 것이 이상하지 않게 느껴지는 것은 실제로 월경을 하는 기간에 나타나는 증상이기 때문이다.   

    

여자들은 한 달에 한 번씩 겪는 일이 있다. 사람들은 그것을 ‘마법에 걸린다’고 말하기도 한다. 사람마다 생리기간이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1주일 정도는 겪는다. 한 달 중에 1주일이 생리기간이지만 시작하는 날의 2~3일 전부터 생리를 알리는 각종 증상들이 찾아온다. 거기다 생리 시작일로부터 2주 후가 되면 배란기에 접어든다. 배란일은 가임기 여성들이 임신을 하기 좋은 조건의 기간이다. 생리 중에 겪는 생리통이 끝난 지 약 1주일 만에 배란기가 되면서 배란통이 온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나의 경우는 배란통 증도 약 1주일 정도 느낀다. 결국 다 합치면 한 달에 14일~17일 정도의 기간을 생리 및 배란 통증과 함께 하는 것이다. 나는 여자로 태어난 지가 35년 정도 되고, 생리를 시작해서 여성의 몸으로 산지는 23년째 된다. 그래서 나름대로 이것에 적응을 해가는 중이다.      


생리통증은 다양해서 약국에서 파는 진통제에 쓰여 있는 종류만 해도 수십 가지다. 그중에 내가 주로 느끼는 증상은 두통 및 편두통, 치통, 잇몸 헐거나 부기, 뾰루지 등의 피부 트러블, 가슴 부풀기, 손과 발 부종, 소화불량, 식욕과다 및 억제, 혈액순환장애로 인한 근육 경직이나 마비(쥐), 냉대하증, 이뇨 촉진, 설사나 변비, 정신적 불안감과 짜증, 우울감, 분노조절 이상, 배 조임현 상. 허리 끊어지는 증상, 졸음, 오한 등 다양하다. 이런 통증은 이제 일상적이라 그 기간이 다가올 때는 진통제를 먹고 생활을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 되었다. 진통제가 몸에 좋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그때마다 먹지 않으면 아파서 누워있는 날이 더 많아져 생활을 할 수가 없기에 저절로 약을 먹게 되었다. 

몸이 아프면 진통제로 고통을 덜 느끼게 할 수가 있지만 문제는 정신적으로 호르몬의 지배를 받는 것인지 마법인 건지 그 기간에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는 것 같이 느껴진다. 실제로 20대가 되면서 일정을 적어두는 다이어리를 매년 쓰는데 그 기록을 살펴보니 생리일과 주변 사람들과 싸웠던 일이 겹칠 때가 많았다. 원래는 별로 그런 생각이 없이 지내다가 문득 다이어리를 보다 보니 당시의 남자 친구와 평소에는 거의 싸울 일이 없다가도 생리기간에 괜히 아무 일 아닌 것으로 시비를 걸게 되거나 서운함을 느껴 우울해했고, 그러다가 싸움으로 번지는 일이 생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남자 친구뿐 아니라 부모님, 친구들 등 내 주위에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존재들에게도 적용되고 있었다. 취업을 위해 시험을 준비하던 어느 날은 평소에도 점점 예민해지고 있음을 알았지만 생리기간이 되면 몇 배로 더 예민해졌기에 아버지께 생리기간에 내 정신이 아닌 것을 설명해드리며 그날은 내가 좀 이상해도 이해해주십사 달력에 예정일을 미리 표시해두기까지 한 적이 있었다. 아버지는 내 이야기를 들으시고 여자들이 그렇게까지 고통을 겪고 있는지 몰랐다며 대단하다고 그 날짜에 조심하시겠다고 하셨다. 


얼마 전 친구와 오랜만에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가 우연히 생리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나의 경우 남자 친구와 그 기간마다 다투게 되었던 경험을 말했더니 친구도 사귀었던 사람들과 헤어지게 될 때마다 생리기간이었다며 왜 화를 낸 건지 후회된다고도 했다. 그 기간이 지나면 다시 예전의 우울하지 않은 정신상태로 돌아오게 되고 그때는 이미 일이 터진 후라서 수습하기 힘들 때가 있게 되는 것이다. 마치 술을 많이 마셔서 취한 상태로 저지른 행동을 다음날 술이 깨서 생각하면 반성하게 되듯이 말이다.   

   

여자는 아이를 출산하는 몸으로 태어난다. 출산은 인류에 있어서 미래를 이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고귀한 일이다. 그만큼 인간에게 신성한 일이니 수많은 여성들이 매 달마다 이 같은 일을 겪는 것인가 보다. 

생리를 해도 아파서 괴롭고, 안 해도 몸에 무슨 일이 있는지 걱정이 된다. 그것을 매달 경험하는 것이 여자다. 생리에서 벗어나는 길은 임신을 하는 10개월과 중년이 되어 갱년기로 월경이 끝나는 것 밖에는 없다. 임신기간은 모두들 알듯이 임신 증상들이 있고, 갱년기에 월경이 끝나면 신체적으로 여성으로서의 기능이 떨어져서 몸이 전반적으로 약해진다. 그래서 생리가 끝나면 많은 사람들은 오히려 해방감보다는 늙어간다는 절망감을 느낀다. 참 해도 괴롭고, 안 해도 걱정인 것이 바로 월경이다.     


       


작가의 이전글 행불행은 자기가 마음먹기에 달려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