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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네이비 글라스 Apr 07. 2020

내겐 익숙한 ‘사회적 거리두기’

일상 속의 생각

코로나 19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요즘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사회적 거리두기’이다. 이것은 지역사회 감염을 차단하기 위해 만든 캠페인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것은 사람들끼리 직접 대면할 때 조심하라는 의미이고, 네트워크를 통한 소셜 미디어로는 계속 소통을 할 수 있다.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곳에는 갈 수가 없어져서 생활의 불편함이 있고, 우울함도 느낀다. 하지만 그것만 빼면 어쩌면 나는 조금은 다른 의미라 의아할 수도 있지만 코로나 사태가 벌어지기 전부터 이미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고 있었던 것 같다.

몇 해 전 나는 다니고 있던 직장을 그만두고 다음 취업을 위해 잠시 공부를 한 적이 있다. 공부에만 집중하기 위해 그 기간 동안 주변의 모임, 활동을 참여하지 않았다. 각종 SNS가 다양한 요즘 시대에 갑자기 산에 들어가 있을 수도 없고, 하는 수 없이 메신저, 채팅방 등에서 모임 사람들에게 나의 계획을 알리고 당분간 아쉬운 이별을 해야 했다. 그러면서 자연히 목표를 이룰 때까지는 모든 것을 나중으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나는 예전에 사람들과의 연락을 엄청나게 활발하게 하거나, 그들과의 만남을 자주 즐기는 편은 아니었다. 적당하게 주기적으로 모임을 가지는 편이었기에 가끔씩은 그들과의 연락을 끊고 지내는 것을 상상해본 적이 있었다. 직장생활과 학업을 병행하며 봉사활동까지 하며 열정적으로 한창 바쁘게 살 때는 어느 순간 지치면서 인간관계에도 휴가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막상 목표를 이루기 위한 나의 불가피한 상황에 의해 사람들과의 소통을 끊으려고 하니 마음이 불안했다.

‘혹시 연락을 장기간 동안 끊어야 하면 어쩌지? 사람들이 나를 기억하기는 할까? 혹시 나를 자기가 필요할 때만 연락하는 이기적인 사람으로 생각하면 어떡하지?’

등등의 별의별 생각들이 머릿속에 가득 차 나를 괴롭혔다. 그래서 처음에는 적응이 되지 않아 자꾸 휴대폰을 쳐다보게 되었다. 그러다가 점차 내가 연락을 끊은 상태임을 인식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그런 후에는 외로움이라는 것이 내게 찾아왔다.

‘그냥 연락 끊지 말걸 그랬나. 다들 나를 잊어버리면 어쩌지? 가끔씩 힘들 때는 그들의 목소리라도 들을 수 있을까?’

이런 잡스러운 생각들이 들 바에는 그냥 결심을 알리지 말고 연락을 지속하는 것이 나았을 정도로 혼자라는 것이 익숙해지지 않았다.

그런 상태가 조금 지속되자 다음으로는 혼잣말을 하는 나를 발견했다. 나름대로는 내 방식대로 외로움을 극복하고자 노력하는 행동이었나 보다.

‘지금 몇 시지? 아, 3 시구나!’, ‘어머, 집에 지갑을 두고 나왔네!’

이렇게 혼자 질문하고, 대답을 하거나, 그저 생각에서 그쳐야 할 것들이 입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 참 희한한 현상이었다. 그러나 혼자 대화를 하다 보니 어느새 고립감이 완화되는 것 같이 느껴졌다. 그 상태가 유지되자 나의 일상은 마침내 단순해질 수가 있었다. 드디어 목표에만 푹 빠져서 집중할 수가 있었다. 마음이 평안해지면서 책에 있는 내용을 이해하고, 빠르게 암기도 할 수 있었다. 산에 들어가지는 않고, 단지 연락만 끊었을 뿐이었는데 마치 무인도에 온 듯이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때 나는 이런 상태가 인간관계에서의 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새로운 일을 하면서부터 자연스럽게 사람들과의 연락이 다시 이어졌다. 물론, 내가 먼저 다시 연결하고 싶어서 노력한 것도 아니었지만 내게 소중했던 인연들은 먼저 다시 나를 찾아주었다. 나는 새삼스럽게 그들에게 고마움을 느끼게 되었다. 정말 소중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나를 언제든 기다려주고, 어려울 때 나를 걱정하고, 내가 다시 살아갈 수 있게 응원해주고, 내게 기쁜 일이 생기면 기꺼이 함께 웃어준다는 것을 전에는 몰랐었다.

그 일을 통해서 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한 생각이 좀 더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믿음’이라는 단어를 내 머릿속에 새롭게 인식하는 중이다. 나 또한 다른 이들에게 관계가 흔들리지 않는다는 믿음이라는 선물을 줄 수 있는 존재가 되고 싶어 졌다.

몇 개월 전 내가 가장 사랑하는 가족 중 한 명을 하늘나라에 보내야 했다. 상실감과 충격에 슬퍼하느라 그 일을 알리지는 않았지만 소식을 우연히 접한 몇몇 사람들이 내게 진심으로 위로를 해 주었다. 그 위로 또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는 것을 나는 이제 조금 알 것 같다.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을 하면서 우리의 마음도 한편으로 불안할 것이다. 때로는 외로움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 것은 우리에게 서로에 대한 믿음이 있으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 같다. 치열하게 하루하루를 살아오다가 잠깐 무인도에 휴가를 왔다고 상상을 한다면……? 비록 직접 만나지 못해도 서로를 위한 마음이 있기에 우리는 서로의 소중함을 깨닫게 될 것이다. 나중에 심각한 전염병 사태가 종식되었을 때 우리는 예전보다 더 아껴주는 사이가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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