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선은 달라도

#빙스레터

by 빙수코치

어릴 때 나는 우리 집이 기초수급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때 처음 깨달았다. 출발선은 모두에게 같지 않다는 것을.


태어날 때부터 선택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가족, 가정환경, 성별, 키, 타고난 기질 같은 것들. 애석하게도 이것들은 노력으로 바꿀 수 없다. 인정해야 하는 영역이다. 하지만 분명히 바꿀 수 있는 것도 존재한다. 몸, 건강, 사고방식, 태도, 실력, 어느 정도의 경제적 여건, 내가 일하는 방식같은 것들.


어렸을 때의 나는 자기연민에 빠지는 게 싫었다. 아마 책에서 나보다 더 힘든 환경에서도 성공을 이룬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접했기에 나라고 못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노력으로 결과가 달라진다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믿었다. 그리고 완벽한 결과를 보장받진 못하더라도, 그 과정을 통해 배우는 것들은 나에게 값진 경험으로 남았다. 그래서 운동에 최선을 다했고, 책을 읽었다. 어쩌면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내가 하는 대로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이 자리 잡은 건.


우리는 각자가 가지지 못한 것을 열망한다. 성공, 돈, 명예, 인정, 사랑. 그래서 자기계발과 성공담이 끊임없이 소비되는 것일 테다. 나는 그들처럼 엄청난 부나 명예를 꿈꾸지는 않는다. 내가 추구하는 삶을 실현할 수 있는 환경에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삶이면 충분하다. 돈은 그 삶을 가능하게 하는 수단이다. 그래서 일은 나에게 중요하다.


"이것도 못버티면서 유엡씨를 가서 성공하려 한다는건 도둑놈심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십년은 해야 인생을 바꿀 수 있다."
"자기 사주를 바꾸려면 신도 진저리 칠만큼 해야한다."

김동현 선수가 한 말이다. 나도 운동을 해봤기에 그의 말과 태도에 공감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모두가 치열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이 정답도 아니다. 다만, 얻고 싶은 것이 있다면 그에 맞는 행동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 말 자체도 나의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다.


누군가에게는 열심히 하는 삶이 맞을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멈춰 있는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성장하는 삶이, 누군가에게는 안주하는 삶이 맞을 수 있다.


정답은 없다. 각자에게 맞는 길과 시기가 있을 뿐이다.

타인과 사회에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자신이 맞다고 생각하는 길을 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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