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스레터
나는 애초에 지방 출신이고, 많은 이들과 함께 있는 걸 힘들어한다. 게다가 역마살도 있어 떠돌아다녀야 직성이 풀린다. 하지만 서울에 올라온 뒤로는 차를 끌 일이 거의 없었다. 유지비만 나가니 마치 굴러다니는 돈덩어리 같았다. 결국 재작년에 차를 팔았다. 그런데 차를 팔고 나니 뭐랄까, 마음껏 움직이지 못하게 된 느낌이었다. 있을 땐 그렇게도 운전하기 싫더니, 막상 없어지니 운전이 하고 싶어지는 이 간사함이란.
시골의 한적함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주기적으로 어딘가를 떠나거나, 잠시 속세와 멀어질 필요가 있다고 이따금씩 느낄 때가 있다. 흔히들 가는 곳 말고, 복작복작거리는 관광지 말고, 다들 잘 모르는 생소한 곳이 좋다.
아마 작년 5월이었을 거다. 그때도 사람 없는 곳을 찾다가 전라북도에 위치한 진안이라는 곳을 알게 되었다. 가족 대부분이 전라도 출신이라, 마침 고향 같은 편안함이 있는 지역이기도 했다. 에어비앤비에서 찾은 숙소는 한적한 동네에 위치했고 마당이 제법 넓었다. 관리는 호스트의 부모님께서 하시는 듯했다. 거의 1년이 지났는데도 사장님께서는 나를 충청도에서 온 운동하는 사람으로 기억하고 계셨다. 기억해주시니 감사하고, 괜히 반가웠다.
작년에 이곳에 왔을 땐 여름으로 넘어가기 전이라 그런지 주변이 싱그러운 연두빛이었는데, 올해는 이제 봄으로 넘어가기 전이라 아직은 앙상한 가지들이 제법 보인다. 같은 공간을 다른 계절에 와서 보니 색다른 맛이 있다. 그리고 높은 건물 대신, 높은 산과 나무만 있다. 빽빽하게 붙어 있는 건물들과는 다르게 집과 집 사이의 간격이 느슨하다. 조용하고, 평화롭다.
20대 때는 해외여행에 관심이 많았는데, 지금은 해외보다도 이렇게 국내의 고즈넉한 시골에서 자연을 보며 멍 때리는 것이 더 마음이 편하다. 여행을 다녀볼 만큼 다녀봐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이제는 해외가 더 번거롭게 느껴져서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그저 사람이 없는 자연 속에서 지내고 싶은 마음이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10년 뒤, 20년 뒤에 나는 어디에 있을까.
여전히 사람 없는 곳을 찾고 있을까, 아니면 이미 사람이 없는 곳에 있을까.
당신의 10년, 20년 뒤도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