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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마발 Aug 03. 2021

FP(Free Practice) : 운전이 좋아서.

그냥 운전이 좋아서 1화

남자는 차, 시계, 지갑이라는 말이 있다.


근데 나는 시계와 지갑에는 관심이 전혀 없다. 주변 친구들이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명품 시계나 지갑에 돈을 쓸 때도 시계는 핸드폰으로 보고, 지갑은 돈이나 카드가 빠지지 않으면 됐다 라는 생각이었다. 물론, 저것들에 돈을 쓸 만큼 여유로운 재정상황도 아니었던 것도 있었다.


이처럼 명품이나 사치품에 관심 없는 나를 미치게 만드는 것이 딱 하나 있는데 바로 차다.


내가 차와 운전을 이렇게나 좋아하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 면허는 20살에 땄지만 운전을 하지도 않았고, 내가 차를 갖게 되는 건 먼 훗날의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호주에 가게 되었고, 일 때문에 운전을 해야 했었다. 약 3년 동안 신분증으로만 사용하던 운전면허증이 제기능을 하게 되었다. 그때 운전의 맛을 알아버린 것 같다.

한국에 귀국하고서 서울에 놀러 갈 때면 없는 돈을 쪼개어 차를 빌려 타곤 했었다. 비록 내 차는 아니었고, 비싼 차를 렌트한 것도 아니었지만 운전을 하는 그 시간은 정말 행복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나에게 덜컥 차가 생겼다.

당시에 연재를 하던 작품 때문에 이곳저곳에 취재를 다녀야 했고 욱작가와 썸머와 상의해서 같이 쓸 차를 한 대 구매하기로 했다. 당시 돈이 없던 대학생이었기에 초기 비용도 없고, 저렴한 장기렌트로 차를 구매했다. (라고 쓰고 빌렸다고 읽는다.)


처음 만난 아방이.
이 날의 기쁨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스티어링 휠에 가죽도 감싸져 있지 않은 깡통에 가까운 17년식 아방이는 이후로 우리의 소중한 발이 되어 주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우리가 원하는 곳이 어디든 아방이는 달려주었다. 그런 아방이를 사고로 아프게 하기도 하고, 더러워지면 손수 세차도 해주고 애지중지하며 지금도 함께하고 있다.


길게는 네 시간씩 세차를 했다. 힘들지만 뿌듯했다.


운전은 하면 할수록 더 재밌어졌다. 가까운 거리도 차를 타고 가게 되었고, 아방이를 사고 난 뒤로는 광주에 내려갈 때 대중교통을 타고 내려간 적이 없었다. 군대에서도 얼른 휴가를 나가 운전이 하고 싶어 미칠 지경이었다. 운전이 재밌어지니 자연스레 차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다양한 차를 운전해 보고 싶어 졌고, 욱작가가 새 차를 사게 되자 차에 대한 욕심이 더욱 커져갔다.

그래도 나는 차보다는 운전이라는 행위에 더 재미를 느끼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가끔 장거리 운전을 할 때 고속도로가 아니라 국도만 타고 운전을 하기도 했다. 고속도로보다 평균적으로 1~2시간 정도 더 걸리고, 주행거리도 그만큼 길어지는 국도는 그 시간과 맞바꿀 만한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버스로도 다녀봤고, 직접 운전해서 다녀봤던 고속도로의 익숙한 풍경에서 벗어나 새로운 풍경을 보게 되고, 생각지 못했던 장소를 지나갈 때는 모험을 하는 듯한 묘한 쾌감을 느끼기도 한다.


운전은 재밌다.
이런 멋진 풍경을 만나는 날도 있다.


처음 국도를 다녀본 것은 욱작가와 썸머와 셋이 강원도 여행을 갔을 때였다. 있는 돈, 없는 돈 털어 갔던 여행이라 하이패스 요금이 너무나 아까워서 고속도로를 타지 않기로 했던 우리는 생각지도 못했던 한계령 와인딩을 즐겼다. (뒷자리에 앉은 썸머는 전혀 즐기지 못했다고 한다.)

광양에서 축구를 보고 서울까지 국도로 올라오던 봄에도 그랬다. 그냥 길을 따라갔을 뿐인데 나는 어느새 벚꽃 길을 달리고 있었다. 이처럼 국도 여행은 나를 의외의 장소로 데려갔다.


운전이 너무나 재밌는 나는 차량의 내비게이션 없이, 지도를 보고, 국도로 여행을 하는 이 재밌는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다. 차도, 운전도, 여행도 좋아하는 나에겐 최고의 프로젝트가 아닐까 싶다.


차에 관심이 생기다 보니 자연스레 차와 관련된 여러 콘텐츠도 찾아보게 되었다. 유튜브의 자동차 리뷰나 운전 브이로그부터 넷플릭스 속 자동차 관련 다큐나 영화도 열심히 찾아보았다. 그중에서 나를 사로잡은 것은 바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F1 : 본능의 질주’였다. 이 다큐멘터리를 보고 난 F1이라는 스포츠에 관심이 생겼고, 요즘에는 그랑프리 중계나 하이라이트를 찾아보게 되었다.

난 놀이기구도 잘 못 타고, 평소 운전도 얌전하게 하는 편이라 F1 선수들처럼 빠르게 달리거나 서킷을 달리지는 못하겠지만 조금이나마 기분이라도 내보고자 이 프로젝트의 회차를 F1에서 따왔다. Free Practice(연습주행) – Qualifying(예선전) – Race(본선전)으로 이루어지는 F1 그랑프리를 조금이나마 흉내 내 보았다.


F1, 본능의 질주. 이걸 본 사람은 모터스포츠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 써 나갈 이 글에는 다양한 곳을,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가보려고 한다. 좋은 곳에서 추억을 쌓고, 길을 잃고, 의외의 장소에 도착하는 그런 모험을 해보려고 한다. 단순히 운전이 좋아서 시작한 프로젝트가 어느 길로 갈지, 어디로 가야 할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발이 닿는 대로, 본능이 이끄는 대로 가다 보면 어디든 가 있지 않을까?


싸지만 건강한, 부족하지만 훌륭한 우리 아방이가 날 어디로든 데려다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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