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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마발 Aug 20. 2021

FP2(Free Practice) : 지도를 알아보자.

그냥 운전이 좋아서 2화

93년생인 나는 20살에 운전면허를 땄고, 그 면허는 단순히 신분증의 역할이었다. 내가 제대로 운전을 한 것은 2014년에 호주에서였다. 당연히 내비게이션을 사용했고, 자차가 있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혼자 유럽여행을 다녀오기도 했지만 길을 잃거나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것 역시 인터넷의 힘을 빌린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나는 당연히 지도를 볼 줄 모른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무려 54000원짜리 지도책을 구매했다. 난 그냥 지도책을 검색해 아무거나 사면될 줄 알았는데 대부분 어린이용 서적이었으며, 1:120000이니 1:7500이니 하는 축척의 크기도 달랐고, 전국 도로지도부터 관광지 지도 등 다양한 종류의 지도책이 있었다.

학창 시절에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은 나는 축척이 어떤 것이 큰 것인지에 대한 개념도 없었기에 어떤 지도를 사야 내가 편하게 여행을 다닐지 몰랐다. 힘겹게 인터넷을 뒤적거리며 찾은 지도가 바로 영진 문화사의 영진5만지도였다.


표지부터 지도처럼 생겼다. 촌스럽게 생겼다.
첨단 과학으로 제작된 지도라는 것을 보여준다. 멋지다.


무려 VJ특공대에서 현지조사과정을 방영했다는 엄청난 커리어를 가진 이 지도는 1:120000이나 1:75000 지도보다 더 자세하게 나와있다고 해서 구매했다. 책은 내 생각보다 두꺼웠고, 거대했다. 처음 받았을 때는 헛웃음이 절로 튀어나왔다. 


페이지가 많아서인지 책은 큰데 종이가 얇다. 길을 잃고 빡치면 금방 찢어 먹을 것 같다.


책을 펼치면 사진과 같이 몇 페이지에 가면 어느 지역을 볼 수 있는지 친절하게 설명이 되어 있다. 하지만 이게 지역별로 묶인 것이 아니니 윗동네나 아랫동네를 보고 싶다고 다음 페이지를 넘기면 옆동네가 나오니 주의해야 할 것 같다.


따로 외우려고 노력하지 않을 것이다. 머리 아프니까.


나 같은 빡대가리들을 위해 지도와 범례에 대한 설명도 나와있다. 참으로 친절하다. 나는 저기 보이는 고속국도라고 쓰여 있는 고속도로는 달리지 못한다. 나중에 주작하다 걸리면 큰일 나니 절대 타지 않을 것이다.

이 지도는 꽤나 많은 정보를 담고 있다. 관공서는 기본이고, 논과 밭, 심지어 묘지도 표시되어 있다. 밤에는 무서우니 잘 피해 가도록 하자.


숨 막힌다...


현재 내가 살고 있는 동네의 페이지를 펼쳐 보았다. 이것을 보고 있으면 눈알이 빠질 것 같았고, 컨셉을 잘못 잡았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기에 빠르게 책을 덮었다. 이 이상 지도를 보고 있으면 난 이 프로젝트를 접을 것만 같았다.


21일 토요일. 나는 연습 삼아 가족여행을 이 영진5만지도와 함께 해보려 한다. 가족들이 기다리는 남해까지 가야 하는데 별생각 없이 펜션 위치를 검색해보니 가족들은 다가오는 추석에 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 이미 하겠다고 글까지 써 올린 판에 이제 와서 그만둔다면 너무 가오가 상한다. 그러니 난 내일 남해로 떠난다. 부디 이 글이 프로젝트의 마지막 글이 아니길 바라본다.


다녀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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