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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마발 May 19. 2022

직장인화

셋이 모여 202! 17화

이 회사를 다닌 지 5개월째다.

수습 딱지를 떼는 증표인 아이패드도 받았다. 이제 회사의 모든 복지 혜택을 온전히 누릴 수 있는 사원이 되었다.


맡게 되는 일의 양도 조금씩 늘어났다. 하게 되는 일이 늘어날수록 회사에서 시간이 빨리 가서 참 좋다.

잠시나마 재택근무도 했었는데 회사 일은 재택보단 출근하는 게 더 좋은 것 같다. 아직 짬이 덜 차서 그럴까?


입사 선물로 받은 아이패드. 참 좋은 회사다.


재택근무가 끝나고 전원 출근으로 바뀌니 그전까지 내가 다니던 회사와는 분위기가 많이 달랐다. 사실 3개월 정도가 될 때까지 팀원분들의 이름과 얼굴도 제대로 몰랐다.


마스크도 쓰고, 재택근무를 하는 분들이 워낙 많아서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최근 들어서야 출근해서 뵙는 팀원분들의 얼굴과 성함의 매치가 끝이 났다.


이렇게 몇 달 동안 회사를 다니다 보니 나도 직장인화가 진행되어 가는 중이다.

여기서 말하는 직장인화는 특별한 건 아니다. 그냥 프리랜서일 때는 들어도 이해하지 못했던 직장인들의 이야기에 공감이 가고, 이런 거구나 싶은 그런 거다.


직장인의 점심에는 많은 도구가 필요하다.


가장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건 퇴근을 하고 무언가를 한다는 건 생각보다 더 어렵다는 거였다.

입사 전, 취직을 결정하고서 ‘퇴근하고 작업하면 돼.’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건 너무나 큰 착각이었다.

매일 같이 왕복 3시간을 지하철에 서서 시간을 보내는 건 많은 체력을 요구했다. 출근은 어찌어찌 버티지만 퇴근은 정말 끔찍하다.

어깨가 무겁고, 몸이 축 늘어지는 것이 이게 삶의 무게인가 싶다. 그래서 초반에는 퇴근하고 열심히 작업을 하지 못했다. 아니, 하지 않았다가 맞다.


피곤하다는 핑계로 그리 열심히 하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조금씩 흐를수록 피곤함은 더 심해져 갔고, 그만큼 내 작업은 점차 뒤로 밀렸다.

근데 사실 회사에서 하는 일이 많지는 않다. 팀원들 중에 가장 적게 일을 하고 있다.


지금은 매일 작업을 하고 있다. 여전히 몸은 피곤하고, 잠을 푹 자지 못해서 아플 때도 있지만 그래도 하고 있다. 몸의 고통보다 글을 쓰지 못했을 때 오는 자기혐오와 스트레스가 더 싫었다.


앞으로 작업 일정을 짤 때는 좀 더 신중해야겠다. 마냥 패기로 일을 할 수 없는 체력이 되어 버렸다.


퇴근시간 강남역은 헬이다.


두 번째는 주말과 공휴일의 소중함이다.

직장인들에게 주말은 정말 소중하다. 회사를 가지 않아도 되고,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유일한 날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주말에는 집에 붙어있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똑같은 이틀이어도 평일과 주말의 시간은 전혀 다르게 흐른다. 분명 이틀은 48시간이지만 주말은 24시간인 것 같이 느껴진다.


회사에서 이야기를 하다 보면 일요일은 큰 약속이 아니면 무조건 쉰다는 분들도 계셨다. 다음 날이 출근이니 약속은 토요일만 잡는다는 거였다. 처음에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주말인데 놀아야 하는 거 아닌가?’


아니었다. 직장인에게는 노는 것보다 쉬는 것이 우선이었다.

오랫동안 주말이 없는 삶을 살았다. 심지어 공휴일 인지도 모르고 지나간 날들도 많다. 하지만 이제 달력에서 빨간 날이 있으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빨간색이 더 좋아졌다.


마지막 직장인화는 날짜를 세는 개념이 달라진 것이다.

전에는 한 달이 바뀌는 기준은 당연히 1일이었다. 달력이 넘어가거나 핸드폰 속 월의 숫자가 바뀌어야 한 달이 지났음을 느꼈다.

하지만 지금의 기준은 25일, 월급날이다. 나의 시간의 흐름은 정확히 월급날에 맞춰지고 있다.


‘오, 몇 주 뒤면 월급이다.’


‘이번 달은 이때가 월급날이네.’


이런 식이다.

월급의 액수보다 월급이 들어오는 것 자체에 큰 만족감과 행복을 느낀다.

수많은 알바를 해왔지만 그때 받던 월급과는 또 다른 기분이다. 이게 정규직이라는 건가…?


퇴근할 때는 몸이 천근만근이다. 일도 별로 없는데 말이다.


회사를 오래 다니지 않았기에 아직 많은 일을 겪은 것도 아니지만 직장인의 삶은 쉽지 않다.

각자 삶의 걱정에 회사에서의 걱정도 하나 더 얹고 살아야 한다. 그래서 직장인은 피곤하고, 고달프다.


뭐… 요즘 세상에 안 고달픈 사람이 누가 있겠나 싶긴 하다.

얼마  출근을 위해 일어난 나의 입에서는   번도 하지 않았던 말이 튀어나왔다.


‘아, 개피곤해. 회사 가기 존나 싫다.’


이렇게 나도 직장인이 되어 간다.

이렇게 나도 어른이 되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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