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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마발 Nov 09. 2022

아직 제주도는 여름이었네.

그냥 운전이 좋아서 17화 : 13 LAP

여행지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무엇을 해야 할까? 인증샷 찍기? 곧바로 숙소로 가 짐 풀기? 관광지 가기?

뭐니 뭐니 해도 역시 여행의 시작은 먹는 거다.


제주도에 도착한 우리는 차를 항구 한편에 세워 두고 내비게이션에 주소를 입력했다. ‘김만복 김밥’.

이 김밥을 처음 먹은 건 꽤나 오래전인데 그때는 가게가 그다지 크지 않았었다. 그때 이후로 제주도에 오면 꼬박꼬박 먹게 되었다. 그만큼 내 입맛에 딱 맞는 음식이었다. 부담스러운 가격도 아니었고, 양이 너무 많거나 적거나 하지 않았다. 게다가 김밥이니 포장을 해도 부담이 없어 어디든 편하게 먹을 수 있었다. 본점의 위치도 항구나 공항에서 멀지 않아서 배고픔을 참고 충분히 갈 수 있는 거리였다.

김밥을 구매한 우리는 공항 옆에 위치한 용담포구 쪽으로 이동했다. 제주도에 왔으니 바다를 보며 제주도에서의 첫 끼를 만끽하고 싶었다.


바다가 정면으로 보이는 벤치에 앉고 싶었지만 해가 너무 뜨거웠다.


용담포구를 따라 이동하며 밥을 먹기 좋은 곳을 찾아 헤맸다. 이때는 이미 10월에 들어섰으니 날이 많이 덥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큰 오산이었다. 제주도의 해는 우리의 예상보다 뜨겁고 강렬했다. 추울지 모르겠다 싶어서 긴 옷 위주로 짐을 쌌다면 정말 큰일 날 뻔했다.


화장실도 있고 바로 옆에 편의점도 있어 쉬어가기 좋은 어영공원.


조금 이동하니 어영 공원이라는 작은 공원이 나타났다. 그늘이 없이 벤치만 있는 곳도 있었지만 한쪽에는 테이블과 함께 지붕도 있어 밥을 먹기에 제격이었다. 우리는 그곳에 앉아 푸른 바다를 옆에 두고 공항을 오르내리는 비행기 소리를 BGM 삼아 김밥을 먹었다.


김만복 김밥은 언제 먹어도 맛나다.


어느새 숙소에 가면 체크인이 가능한 시간이 되었다. 가는 길에 목포에서 하지 못했던 주유도 끝내며 라포도 우리도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숙소로 향했다. 우리는 그동안 여행을 다니면서 숙소 예약은 모두 호텔 어플이나 네이버 예약을 통해서만 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에어비앤비를 통해 숙소를 예약했다. 사진과 후기를 꼼꼼히 체크하고 예산에 맞는 숙소를 예약했지만 에어비앤비는 처음인지라 어떻지 궁금했다.

1시간도 지나지 않아 한림읍 안쪽에 위치한 숙소 ‘제주안에서’에 도착했다. 그리고 우리 입에서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감성 넘치는 숙소 '제주안에서'. 사장님이 직접 지으셨다고 한다.


숙소는 우리의 생각을 한참 벗어날 정도로 좋았다. 외부를 보고 나온 감탄은 숙소에 들어가서 한 번 더 튀어나왔다.

이곳은 한 달 살기는 불가능하고 최대 일주일 예약이 가능하기에 기본적인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이 갖춰져 있었다. 소파와 티비부터 주방용품 심지어 세탁기까지 갖춰져 있었다.


그냥 여기 살고 싶었다.


1층은 거실과 주방 그리고 화장실이고 침실은 복층 구조의 2층인데 복층임에도 높이가 낮지 않아서 180이 넘는 나도 불편함 없이 이용할 수 있었다. 이곳에서 2박을 하기로 했는데 가격을 듣고는 믿을 수 없었다. 이런 퀄리티의 숙소, 요즘 폭등한 제주도의 물가를 생각하면 그 어떤 숙소보다 최적이었다. 그냥 이틀 내내 숙소에서 쉬며 놀아도 충분하겠다는 기분이 들 정도였다.


주차는 숙소 바로 앞에 할 수 있어 짐을 옮기기도 편하다.


*숙소 ‘제주안에서’의 예약은 에어비앤비뿐만 아니라 네이버를 통해서도 가능하다. 다만, 위에서 설명했듯 최대 1주일까지만 예약이 가능하며 자세한 가격은 네이버에 검색하면 나온다. 연박으로 예약하면 할인도 된다고 한다.*


하지만 힘들게 온 여행을 숙소에서만 허비할 수 없었다. 우리는 다시 라포에 올랐다.

제주도에는 많은 오름이 있다고 했다. 각각의 오름마다 크기도, 형태도 달라 모두 다른 볼거리를 가졌다고 했다. 그래서 숙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오름을 가보기로 했다.

운이 좋게도 숙소에서 가까운 곳에 아주 유명한 오름이 있었다. 바로 새별오름. 마침 해가 질 시간이기도 했으니 오름에 올라 노을을 보러 가기로 했다. 사진으로 볼 때 좀 커 보였지만 오름이 커봤자 얼마나 크겠어 싶었는데 실제로 보니 그냥 산이었다.


커도 너무 큰 새별오름.


해가 완전히 지기 전에 노을을 볼 수 있게 부지런히 새별오름을 올라갔다. 경사고 가파르고 거리도 짧지 않았다. 혹, 새별오름을 오르겠다면 오르기 전에 마실 것 하나 들고 올라가야 한다. 안 그럼 갈증 때문에 오름도, 노을도 즐기지 못할 거다.

조금씩 올라갈수록 해는 점점 저물어갔다. 마침내 꼭대기에 오르자 붉은 노을을 볼 수 있었다. 해가 지면서 쌀쌀한 바람이 불었지만 이미 땀이 나고 있었다. 평소 같으면 참 짜증 나는 상황이지만 이 날은 아니었다. 땀 좀 나면 어떠랴. 옷이 젖고, 냄새 좀 나면 어떠랴. 제주도에서만 느낄 수 있는 풍경을 보고 있는데.


다행히 해가 다 떨어지기 전에 올라갔다.


어느새 제주도에서의 첫날밤이 찾아왔다. 어째서 항상 여행의 시간은 이리도 빨리 흐를까?

아직 남아있는 3일을 생각하며 아쉬운 마음을 달랬다. 하지만 이대로 밤을 보내긴 아쉬우니 무언가가 필요했다. 바로 맛있는 음식.

바닷가에 왔으면 역시 회를 한 접시 먹어야 한다. 우리는 미리 알아본 한림읍에 있는 한수위마트(한림수협위판장)으로 갔다. 한수위 마트에 들어가면 왼쪽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마트가 있고, 오른쪽에는 회를 살 수 있는 활어센터가 있다. 여기서 한 회를 2층 식당에서도 먹을 수 있는 노량진 수산시장 같은 구조였다.


이유는 모르지만 물고기 사진만 찍고 내외부 사진은 하나도 안 찍었다. 배가 많이 고팠나 보다.


우리가 조금 늦게 도착한 건지 벌써 문을 닫은 가게들도 많았다. 활어센터를 한 바퀴 돌며 고등어회가 들어간 모든 회 한 접시를 살 수 있었다. 회가 떠지는 동안 옆 마트에서 회와 함께 먹을 것들을 구매할 수 있어 좋았다. 무엇보다 일반 마트보다 훨씬 쌌다.

숙소로 돌아와 회와 한라산을 함께 먹었다. 처음 먹어본 고등어회는 내 예상과는 다르게 전혀 비리지 않고 맛있었다. 음식의 양도 적당했고, 숙소에서 웰컴 키트로 준 라면도 먹고 술도 적당히 취했다.


사진 보니 또 먹고 싶다.


숙소 앞 테라스에 앉아 주차되어 있는 라포 한 번 보고 고개를 살짝 돌려 조용한 제주도의 밤 풍경을 보며 피는 담배는 참 맛있었다. 이런 게 힐링이고 행복이구나 싶었다.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제주도의 첫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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