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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마발 Apr 10. 2023

A매치 휴식기

그깟 공놀이:직장인은 축구를 얼마나 볼 수 있을까? 4화

3월 A매치 휴식기가 찾아왔다. 국가대표 축구보다 리그 경기를 더 좋아하는 나로서는 그다지 반갑지 않은 기간이지만 이번 A매치 기간은 내게 참 필요한 시간이었다.


A매치 휴식기 전 4경기 중 3경기를 직관했더니 내 통장 잔고는 바닥을 치고 있었다. 별로 신경 안 쓰고 있었는데 어느 날 본 내 통장에는 경악스러운 금액만이 남아있었다. 직관뿐만 아니라 경기 전날, 다음날 여행도 다녔기에 3월에는 돈을 좀 많이 썼구나 싶었는데 이건 그냥 많이 쓴 수준이 아니었다.


일단 가장 큰 지출은 차량 관련 지출이었다. 고급유를 드시는 내 애마는 3월 한 달 동안 약 3200km라는 거리를 달렸고, 약 50만 원을 기름값에 썼다. 여기에 톨게이트비도 20만 원 정도를 썼으니 여행 중 지출했던 식비나 숙박비까지 한다면 정말 어마어마한 금액을 썼다. 물론 나뿐만 아니라 여자친구도 그만큼 많은 비용을 지출했을 거다. 이 프로젝트는 생각보다 더 돈이 많이 들어가는 프로젝트인 것 같다.


이것보다 더 많이 운전하고, 더 많이 지출했다.


게다가 매주 주말마다 광주, 부산, 전주 등 쉬지 않고 장거리를 뛰었더니 여자친구가 많이 지쳐있었다. 나야 축구에 미쳐있으니 그저 신날 뿐이지만 여자친구는 아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우리는 총 3주간 축구와 거리 두기를 하기로 했다.


축구는 직관이 최고다. 그래서 난 K리그의 가장 큰 매력은 멀고 먼 유럽 땅의 해외축구와는 달리 언제든 경기가 있다면 직관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꼽는다. 직관에 비하면 다소 아쉽기는 하지만 집관은 집관 나름의 재미가 또 있다.


5라운드 수원FC와의 홈경기는 오랜만에 집관을 하기로 했다. 인터넷이나 모바일 중계는 쿠팡플레이로만 시청할 수 있지만 여전히 티비 채널로는 시청이 가능했기에 스마트티비가 아니어도 얼마든지 집에서 K리그를 볼 수 있었다.


집관의 좋은 점 중 하나는 긴 시간 동안 축구를 이어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나는 평소에도 응원하는 팀이 아닌 경기도 자주 보는 편이었는데 보통 1경기씩 연속적으로 진행되는 K리그 일정상 한 경기가 끝나고 채널만 돌리면 다음 경기로 넘어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나처럼 축구를 많이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큰 장점이지 않을까 싶다. 특히 인터넷으로 보게 된다면 다양한 경기를 동시에 시청할 수도 있어서 시즌 막판에 우승 경쟁이나 강등 경쟁이 치열할 때는 경쟁팀의 경기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기도 하다.


일전에 축구에 무관심한 여자친구와 집관을 시도했던 적이 몇 번 있었다. 해외축구도 보고 광주 경기도 봤지만 그때는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았고, 경기에 집중하지도 않았다. 그나마 지난 카타르 월드컵 정도는 좀 더 집중해서 보기는 했다. 나는 축구를 보고, 여자친구는 핸드폰을 보곤 했었다. 하지만 이제 직관을 몇 번 가면서 관심이 가는 선수도 생기고, 축구 규칙도 조금씩 알아가면서 조금씩 축구에 몰입한 여자친구는 티비로도 선수를 알아보는 단계에 이르렀다.


집관은 오랜만이었다.


90분 내내 핸드폰을 보는 시간보다 경기를 보는 시간이 훨씬 많았고, 골이 들어갔을 때는 함께 소리도 지르고 박수도 치면서 마치 경기장에 있듯이 경기를 즐기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았다. 이제 조금만 더 세뇌시키면 자신의 피는 노란색이라고 말하는 꼴이 머지않을 것 같다.


이번 시즌 새롭게 윤빛가람을 영입하며 라스, 이승우, 무릴로 등 더욱 강력한 공격진을 가진 수원FC는 지난 4경기동안 단 1승 만을 거뒀지만 승격 이후 꾸준히 1부 리그에서 3골 먹히면 4골을 넣는 시원한 공격 축구를 보여주었던 팀이라 꽤나 무서운 팀이었다. 하지만 광주는 이날 멋진 중거리골을 두 골이나 넣은 광주는 2:0으로 시즌 3승을 기록했다.

지난 인천전의 5:0 대승 덕분인지 관중도 인천전보다 많은 4000명이 넘는 관중이 왔으니 경사가 아닐 수 없었다. 승리를 직관하지 못한 것이 내심 아쉬웠지만 광주까지 가는 비용과 내 통장잔고를 생각하면 직관 욕구가 자연스레 사그라들었다. 자본주의가 이렇게 무섭다.


포항과의 원정 경기는 중계도 보지 못했다. 저녁 시간에 열리는 경기였는데 약속과 경기 시간이 같아서 경기를 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저 중간중간 스코어를 확인할 뿐이었다.

광주는 역대 포항에게 1승 만을 거뒀다. 이럴 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포항에게는 항상 약한 모습을 보이는 광주였는데 이 날도 어김없이 2:0으로 패배하고 말았다. 지난 수원FC와의 경기는 어린 선수들도 잘해주었고, 에이스 엄원상이 나오지 못했음에도 경기를 잘했기에 점차 좋은 팀이 되어가는구나 싶었는데 역시나 주전 선수들의 공백이 포항전 패배로 이어지지 않았나 싶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축구전용구장인 스틸야드 원정은 경기를 보기에 안성맞춤인 경기장이고 특유의 분위기가 있어 축구팬들이 좋아하는 경기장이라 직관을 가지 못한 것이 아쉬웠지만 패배를 직접 보지 않았으니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광주의 다음 경기는 대구 원정이다. 지난 3주 간의 휴식기를 끝내고 우리는 대구 원정에 가기로 했다. 코로나 이전에 연이은 매진 행진을 기록하며 K리그 팬들이라면 꼭 한 번은 가고 싶은 경기장이 대구의 DGB대구은행파크인데 드디어 나도 소문의 그 경기장에 가기로 했다.

일요일 저녁 경기라 서울에 돌아오는 길이 걱정이기는 하지만 드디어 대팍을 가볼 수 있다는 설렘이 더 크다. 돌아오는 한 주는 회사에서의 시간이 더욱 더디게 흐를 것 같다.


휴식기동안 벚꽃 구경도 실컷 했다.


1R 수원삼성 0:1 광주FC - 결장

2R 광주FC 0:2 FC서울 - 선발

3R 전북현대 2:0 광주FC – 선발

4R 광주FC 5:0 인천유나이티드 – 선발

5R 광주FC 2:0 수원FC – 결장

6R 포항스틸러스 2:0 광주FC – 결장


2023시즌 3경기 1승 2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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