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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또 제주(마지막)

한림에서 마지막-2월8일 토요일

by 풀잎소리

이번에도 배편이 변경되었다. 며칠 전 완도로 도착하는 배를 예약했는데 날씨가 너무 안 좋아서 목포로 도착하는 배편으로 변경하라고 문자가 왔다. 오후 5시 출발이라 4시까지는 가서 차를 먼저 선적해야 했다.

언니랑 일찍 일어나서 집을 정리했다. 11시쯤 나가서 마지막으로 미술관을 가고, 차 한잔 마시기로 했다.

언니는 돌아다니면서 먹을 김밥을 만들었다. 만들다 보니 9줄이나 만들었고, 가지고 온 반찬통에 다 담아 넣었다. 아침으로 김밥을 먹었는데도 몇 통이 남았다. 그래서 다음 주까지 있을 과학샘한테 한 통 가져다주려고 했는데 과학샘도 손님이 와서 집에 있지는 않았다.

아침 먹고 모든 방과 화장실, 거실을 치우고 쓰레기도 모두 모아서 차에 실었다. 처음 이 숙소에 왔을 때와 똑같은 상태로 만드려고 노력했다.

언니와 한경면에 있는 현대미술관에 갔다. 르네상스 시대부터 현대까지의 그림들이 있었다. 천천히 관람하고 카페를 가려고 하는데 날씨가 너무 안 좋아서 항구와 가까운 곳으로 갔다. 거친 파도가 보이는 대형 카페 3층에 앉아서 언니랑 커피를 마시면서 제주의 마지막 날 소감을 얘기했다.

나는 내년에도 또 오고 싶다고 했다. 언니는 제주가 왜 그렇게 좋냐고 물었다. 다른 나라도 가보긴 했으나, 말이 통하고 집에 무슨 일이 있으면 곧 갈 수 있는 그러나 약간은 거리가 있어서 해외 느낌이 나는~ 아무튼 제주도가 좋다. 다만 아쉬운 것은 한 달 중 날씨가 안 좋은 날이 2/3는 되어서 가보고 싶은 곳들을 못 가본 곳이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또 한달살기를 해야 하는 이유가 생겨서 마냥 아쉬운 것은 아니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항구로 출발할 시간이 되었고, 제주여객터미널로 갔다.

선실에서 짐을 내려놓고 저녁을 먹을 수 있는 곳을 찾았다. 배가 커서 그런지 식당도 규모가 꽤 있었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끝으로 가다 보니 라면을 끓여 먹을 수 있는 곳이 있어서 거기 앉아서 맥주와 김밥과 라면을 먹었다. 식사를 다 했는데도 배는 아직 출발 전이었다. 선실에 가서 각자의 침대에 누워서 잠을 잤다.

밤 11시쯤 목포에 도착해서 집으로 오니 새벽이 되었다. 집으로 오는 내내 눈이 와서 운전하는 게 힘들었지만 집에 도착하니 편안한 기분이 들었다. 집과 내 방은 똑같이 있었다.

매우 매우 힘들었지만 당분간은 방학이니깐..... 짐 정리는 천천히... 그런데 새로운 학교로 발령이 나서 다음 주 주중에는 학교에 가야 한다. 원했던 학교로 발령이 나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면 한 달간 여행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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