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에서 30일차-2월7일 금요일
언니는 수풍석 박물관을 가고 싶어 했다.
그래서 몇 주 전에 예약을 했는데 날씨가 너무 안 좋아서 취소를 알리는 문자가 왔다.
갑자기 갈 곳이 없어져서 무엇을 할지…. 일단 밥을 먹자 해서 작년에 친구들이랑 갔던 상춘재로 갔다
아보카도명란솥밥과 고등어구이를 주문했다. 여긴 깔끔해서 좋다. 역시 요리를 잘하는 언니는 잘 먹어놓고 나오면서 ‘비리다, 느끼하다, 내가 한 밥이 더 맛있다 ' 이런 느낌의 말을 꼭 한마디 한다
원래는 포도호텔 레스토랑에 가려고 했는데 눈이 와서 통제되는 바람에 동쪽에 있는 아일랜드 조르바라는 카페로 가기로 했다. 눈보라가 치는 한적한 길을 운전하고 있는데 정미조가 리메이크한 '어른'이 스피커로 흘러나왔다. 바람으로 눈보라가 안개처럼 흩어지면서 정미조의 목소리가 같이 흩날렸다. 언니가 손바닥으로 눈가를 훔치는 것 같아서 ‘언니 우는 거야’, ‘어, 이 순간이 너무 벅차네’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다. 눈이 그치고 맑게 개인 날씨처럼 언니의 고생도 걱정도 개였으면 한다. 아주 천천히 조심스럽게 운전해서 동쪽에 있는 아일랜드 조르바에 도착했다.
이 카페는 테이블이 많지 않다. 먼저 온 가족팀이 자리를 내줘서 커피를 마실 수 있었다. 가족팀이 나가고 카페 주인장과 친해 보이는 여자분들하고 얘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분들은 제주도가 너무 좋아서 아예 정착한 사람들이었다. 그중 한분하고는 연락처까지 주고받았다. 우리가 한림에서 왔다고 하니깐 카페 주인장이 어두워지기 전에 서둘러 가라고 권하신다. 사실 언니는 카페 주인장을 만나보고 싶다고 해서 멀리서 온 것이긴 했다. 걱정하는 주인장한테 언니는 말을 걸고, 다음에 또 오기를 약속하면서 숙소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하나로마트를 들러서 내일 먹을 김밥거리를 사가지고 돌아왔다.
어제 피곤해서 저녁을 대충 먹어서 오늘은 제대로 먹기로 했다. 콩나물국, 전복구이, 회, 굴전 등 냉장고에 있는 음식들도 이제는 다 정리해야 해서 나름의 만찬을 준비했다. 벌써 한 달이 다 되다니~ 너무 아쉽다. 아쉬운 마음을 언니와 나누면서 제주 온 지 30일이 되는 밤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