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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또 제주(29)

한림에서 29일차-2월6일 목요일

by 풀잎소리

아침에 국어 동생은 차를 렌트해서 비행기 탑승 전까지 여유 있게 돌아다니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 셋은 밖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과학샘이 국어 동생을 공항 근처 렌터카 회사에 데려다 주기로 했다. 한림항 근처 바당길에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식당 운영을 가족이 하는 것 같았다. 앳된 얼굴의 점원이 친절하게 주문을 받고 음식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우리는 이 집의 시그니처인 듯한 톳칼국수 2개와 전복뚝배기를 주문했다. 메인 음식이 나오기 전에 보리밥이 나왔다. 탁자 위에 놓여 있는 강된장으로 양념을 하되, 너무 짤 수 있으니 조금만 넣으라고 설명해 주었다. 애피타이저로 보리밥을 먹고 있으니깐 메인 음식들이 나왔다.

만족한 식사 후에 다시 집으로 와서 두 사람을 떠나보냈다.

대전 가서 또 만날 건데, 꼭 작별인사를 하는 것처럼 울컥하는 감정이 들었다.

나와 과학샘은 새로운 학교에서 5년을 보내야 했고, 국어 동생은 올해 자율연수 휴직으로 3월부터 플랜이 있었다. 올해 3월부터 우리 셋은 새로운 환경에서 일 년을 보내야 하기 때문에 뭔가 작별인사 같은 느낌이 들었나 보다.


오후에 언니가 오기로 했다. 한달살이 마지막 이틀을 함께 보내고 대전까지 가는 긴 시간을 동행하기 위해 언니가 와주는 것이다. 언니는 나 혼자서 제주도로 가는 것이 불안하고 짠했다고 한다. 6시까지 목포항에 도착하기 위해서 새벽 2시에 출발했고, 그날따라 날씨가 너무 안 좋았다. 거기다 차 트렁크에 짐이 한가득이라서 혼자 운전하고 도착해서 짐까지 나르는 것이 힘들거라 예상했던 것 같다. 그래서 대전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언니가 함께 하기로 했다.

그런 언니가 오는데 집을 청소해야 할 거 같아서, 두 선생님들을 보내놓고 창문부터 열고 환기를 시켰다. 거실, 방, 부엌, 화장실까지 청소를 한 후에 언니를 데리러 공항으로 갔다.

오후 5시쯤 만나서 어디 가기는 시간이 늦어서 애월 하나로마트에 가서 저녁거리를 사고, 한림 수협에서 돔을 떠 왔다. 얼마 전 일본 여행을 다녀온 언니는 피곤했는지, 맥주 몇 잔에 금방 취했다.

1월에 제주대로 편입시험을 보러 온 조카의 엄마이기도 한 언니는 오래 공부하고 있는 딸 때문에 마음고생이 심하다. 꿈을 위해서 노력하는 조카의 합격이 늦어질수록 옆에서 지켜보는 언니와 나는 마음이 너무 안타깝다. 약학과로 편입하라고 권한 것이 나이기도 해서 조카가 편입이 안될 때마다 내가 괜히 조카의 인생에 끼어들었나 싶어서 후회되기도 했다. 하지만 나도 늦게 임용이 되었고, 정말 벼랑 끝에 선 마음으로 공부했기 때문에 교사가 된 후 보람이 남들보다 컸기 때문에 조카한테 이렇게 말하곤 했다.

'버티자, 이 시간을 잘 견뎌내면 네가 바라는 것이 이루어질 거야. 버티고 견디는 시간이 짧은 사람도 있고, 긴 사람도 있어. 지금 너한테는 이 시간이 길게 느껴지겠지만 나중에 돌아보면 짧은 추억으로 기억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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