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처럼 남을 휴가

세 번째 제주 한달살기 6일차_2026. 1. 17.(토)

by 풀잎소리

작년 10월에 제주도 숙소를 예약했다.

엄마가 11월에 병원에 입원했고, 의사에게서 시간이 많지 않다는 말을 들은 뒤 숙소 예약을 취소했다.

장례를 치르고, 이것저것 일들을 마무리한 뒤 다시 학교로 돌아갔다.

어느 날 문득 처음 예약했던 숙소가 떠올라 조심스럽게 메시지를 보냈다.

호스트는 아직 다른 예약이 없어서 내가 원하는 기간에 머물 수 있다고 답해왔다.

그렇게 제주에 오게 됐다.

여기 온 지도 벌써 일주일이 되어 간다.

어쩌면 이 휴가는 못 올 뻔했던 시간을 엄마가 건네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고생했고, 이제 새로운 출발을 앞둔 막내딸에게 잠시 쉬어가라고...

그래서인지 괜히 더 잘 지내야 할 것 같았다.

아침에 수영을 하고 책을 읽고 배가 고프면 밥을 먹었다.

그렇게 하루를 보냈는데도 어딘가 조금 남았다.

그래서 숙소 주변을 걸었다.
신화월드 단지 들어오는 초입 자그만한 정원에서 해가 기우는 걸 오래 바라봤다.

그제야 내가 지금 제주에 와 있다는 게 몸으로 느껴졌다.

내일은 무얼 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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