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제주 한달살기 5일차_2026. 1. 16.(금)
엄마는 연세에 비해 양식이나 고기를 잘 드셨다.
파스타나 피자, 치킨을 시키면 잘 드셨고 거품이 가득한 맥주가 있으면 거품만 한 모금 드시기도 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그런 음식들을 꺼려하시기 시작했다. 비위가 상한다는 말을 자주 하셨다.
대신 팥죽이나 국수, 명란젓처럼 후루룩 넘어가는 음식을 찾으셨다.
어느 날 언니가 엄마를 뒤에서 꼭 안아드렸을 때 엄마는 허리가 너무 아프다고 하셨다. 정확히는 등이었던 것 같다.
그때는 몰랐다.
엄마의 나이가 많아지니 입맛도 달라지는가 보다 생각했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몸이 먼저 말을 하는 줄도 몰랐다.
오늘 엄마가 잘 드셨던 로제 파스타를 해보았다.
제주 하나로마트에서 산 바지락과 새우, 전복을 넣었다.
피클 대신 큰언니가 해준 장아찌를 꺼냈고 하이볼을 한 잔 곁들였다.
파스타를 먹는 동안 건너편 자리가 비어 있지 않은 것 같았다.
한 장면처럼 잠시 머물렀다가 천천히 사라졌다.
점심을 먹고 소파에 누워 책을 읽었다.
제주에 와서 읽으려고 챙겨온 책들 중에서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를 펼쳤다.
생각보다 문장이 잘 넘어가지 않았다.
명언들이 이어졌고 소설처럼 엮여 있었지만 자꾸 집중이 흐트러졌다.
반쯤 읽고 휴대폰을 몇 번 집어 들었다. 기다리는 연락은 없었다.
나는 이야기가 있는 소설을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어제까지 읽던 「장래 희망은, 귀여운 할머니」가 오늘은 더 기억에 남는다.
덴마크 여행에서 만난 줄리의 어머니 이야기가 나오는 부분에서 한동안 책장을 넘기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