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대로 되지 않는다.

세 번째 제주한달살기 12일차_2026. 1. 23.(금)

by 풀잎소리

초등학교 동창 두 명이 오늘 제주에 온다.

어제 밤 카톡방에서 11시 도착이라는 걸 확인했고, 오늘 아침부터 부지런히 움직였다.

수영을 빠르게 마치고 나갈 준비를 하고 있는데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11시 도착이 아니라, 11시 출발이라고 했다.

잠시 화가 났지만 카페라떼를 여유롭게 마실 시간이 생겼다고 생각하니 그것도 괜찮았다.

그런데 청주에서 출발하는 시간도 조금 늦어졌다는 연락이 다시 왔다.

더 여유 있게 공항으로 갔지만 친구들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공항에 오래 정차할 수도 없고, 주차장으로 가기에도 애매해 주변을 계속 돌았다.

원래는 12시 20분 도착이라고 했는데 연락이 닿지 않아 조금 걱정이 되었다.

30분쯤 지나서야 전화가 왔다.
착륙할 자리가 없어 비행기에서 내리는 것까지 지연되고 있다고 했다.

결국 1시가 다 되어서 친구들을 만났고, 점심을 먹기 위해 몽탄으로 이동했다. 우대갈비를 먹기로 했다.

예약이 어려운 곳이라 친구에게 미리 알아보라고 했지만 이미 예약은 마감이었다.

캐치테이블 앱으로 웨이팅을 등록했고 도착해 보니 우리의 순서는 18번째였다.

기다리는 동안 런던베이글에서 내일 먹을 빵을 사고 아래층에서 바로 먹을 수 있는 베이글과 커피를 샀다.

한 시간쯤 지나 네 번째 순서가 되어 매장으로 올라갔다.
하지만 3시가 가까워질수록 예약 손님들이 계속 들어왔고 우리 순서는 더 이상 줄지 않았다.

매장 안에서 30분 넘게 기다리는 동안 네 번째라는 숫자는 그대로였고, 예약 손님들만 계속 자리를 채웠다.

하루 종일 커피 말고는 먹은 게 없어서 조금씩 화가 나기 시작했다.

예약 담당 직원에게 언제쯤 자리가 나는지 물었다.
예약 손님이 우선이라 테이블링 대기 손님은 언제 들어갈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예약만 받든지, 아니면 대기를 받지 말든지, 잠시 따질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이 시스템을 만든 사람이 그 직원은 아니니까.

우리는 웨이팅을 취소하고 가기로 했던 카페도 취소한 뒤 이마트로 갔다.

먹을 것을 사서 숙소로 돌아와 그것이 오늘의 첫 끼이자 마지막 식사가 되었다.

오늘은 참 뜻대로 되지 않은 날이다.

그러나 식사는 만찬이었고, 매우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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