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천보 산책

세 번째 제주한달살기 13일차_2026. 1. 24.(토)

by 풀잎소리

원래 계획은 친구 한 명과 내가 윗세오름을 가고, 다른 한 친구는 숙소에 남아 밀린 드라마를 보기로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몸 상태가 썩 좋지 않았다.

결국 목적지를 바꿔 가까운 곶자왈도립공원으로 향했다.

숙소에 있기로 했던 친구도 곶자왈은 같이 가겠다고 했다.

곶자왈에서 곶은 숲이고, 자왈은 돌과 나무, 덤불이 뒤섞여 거칠게 얽힌 땅을 뜻한다.
제주는 한라산이 폭발하며 흘러내린 용암 위에 만들어진 섬이라 숲의 바닥 대부분이 현무암이다.

곶자왈을 걷다 보면 뿌리가 땅 밖으로 드러난 나무들을 보게 된다.
손으로 만져보면 콘크리트처럼 단단해 잠시 멈춰 서게 된다.

그래서인지 곶자왈의 산책로에는 테크가 놓여 있거나 돌이 유난히 많은 구간이 많다.
우리가 걸은 길도 테크가 없는 곳은 돌이 많아 등산화나 바닥이 두꺼운 운동화가 아니면 걷기 쉽지 않았다.

한 바퀴를 돌고 나와 커피를 마셨다.
그래도 아직 몸이 덜 풀린 느낌이어서 송악산 둘레길을 조금 더 걸었다.

바람은 세찼지만 잔잔한 바다 위로 윤슬이 번져 있었다.
시선이 자꾸 바다 쪽으로 흘렀다.

평소 운동을 거의 하지 않던 친구가 앞서 걷던 우리에게 소리쳤다.

“나, 일 년치 운동 오늘 다 했다!”

그 말에 잠깐 웃었고, 우리는 다시 각자의 속도로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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