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에게...

세 번째 제주 한달살기 15일차_2026. 1. 26.(월)

by 풀잎소리

M선생님께

당신은 나보다 한 살 어리지만 늘 나보다 먼저 어른처럼 행동하는 사람입니다.

오늘, 딸과 함께 제주에 오느라 고생 많았어요.

당신 딸은 중학교 때부터 봐 왔지만 학교에서 사제지간으로 다시 만날 거라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어요.

그런데도 당신 딸이 나를 어려워하지 않고 친구들에게 “우리 엄마랑 제일 친한 선생님이야” 라고 말했다고 해서 괜히 마음이 놓였습니다.


내가 힘들 때마다 당신이 해주던 말과 행동을 나는 아직도 또렷이 기억하고 있어요.

어머니가 편찮으셨을 때, 그리고 돌아가셨을 때 당신은 전화를 했고 장례식장에도 두 번이나 찾아왔죠.

그때마다 당신은 위로의 말을 하지 않고 밝고 재밌는 말로 나를 웃게 했죠.
그게 더 위로가 되었어요.

항상 나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을 그렇게 챙기는 당신을 보면 가끔은 ‘저 사람은 저렇게 사는구나’ 싶을 때가 있었어요.


이번에 일부러 딸을 데리고 제주에 왔는데 내가 아파서 제대로 즐기지 못해서 미안했어요.

그래도 셋이 고스톱을 치며 놀던 시간은 너무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당신 딸이 룰을 배우며 “친구들이랑도 해보고 싶다”고 말하던 모습이 나 때문에 밖에 못 나간 하루를 조금 덜 미안하게 만들어줬어요.


당신을 공항에 데려다주고 돌아온 뒤 톡이 하나 와 있었죠.

“부장님, 안방 침대 옆 협탁에 봉투 놓았어요. 맛있는 거 사 드시고 몸조리 잘 하세요.”

부의금도 모자라서 또 이렇게 봉투를 놓고 간 당신을 나는 여전히 잘 모르겠어요.

이 마음을 어떻게 돌려줘야 할지도요.


가족은 아니지만 가족처럼 곁에 있어 준 당신과 앞으로도 이렇게 지내고 싶습니다.

오늘 하루도 당신답게 지나갔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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