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토록 작은 존재들

세 번째 제주 한달살기 18일차_2026. 1. 29.(목)

by 풀잎소리

작년에 포도뮤지엄에서 『어쩌면 아름다운 날들』을 주제로 한 전시를 보았다.
그때의 장면들은 생각보다 오래 남았다.

올해 전시의 제목은 『우리 이토록 작은 존재들』이었다.누가 기획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전시는 제목에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 작품마다 각자의 개성을 숨기지 않고 놓여 있었다.


“당신이 사랑하는 모든 사람, 당신이 아는 모든 이가 하나의 점 위에 있습니다.”

이 글귀 앞에서 오래 서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엄마는 지금 점보다 더 작은 원자가 되어 내 주위에 흩어져 있을 것 같았다.

1층과 2층 전시를 보고 지하 1층에서 잠시 쉬었다.
창밖으로 산책로가 보였고 여러 개의 철봉에 매달린 그네가 있었다.
그네도 작품이었다.

비상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혼자 타고, 둘이 타고, 셋이 탔다.
잠시 초등학생이 된 것 같았다.

짧은 관람이 아쉬워 산책로를 따라 걸었다.
길은 포도호텔까지 이어졌다.
산방산이 정면으로 보이는 곳에 포도송이처럼 흩어진 객실들이 놓여 있었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후배 국어 선생님이 물었다.
“언니는 어떤 작품이 제일 기억에 남아요?”

나는 두 개를 떠올렸다.
이완의 〈고유시〉와 사라 제의 〈Sleepers〉.

고유시는 각자의 일상이 서로 다른 속도로 흐른다는 것을 초침으로 보여주던 작품이었고,
Sleepers는 꿈의 파편처럼 찢어진 종이 위로 영상들이 머물다 사라지던 장면이 인상깊었던 작품이었다.

말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가능하다면 직접 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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