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제주 한달살기 20일차_2026. 1. 31.(토)
몸이 나아졌다고 생각했는데 사람을 오래 마주하는 일은 아직 버거웠던 모양이다.
친구들의 배려로 식사만 같이하고 먼저 들어왔다.
오늘은 친구들한테 카멜리아 힐에 가라고 했다.
한 친구가 거기 뭐 하는 곳이냐고 물었다.
“너 동백꽃 필 무렵 봤지. 거기서 공효진이 하던 가게 이름이 뭐였어.”
“카멜리아였던 것 같은데.”
“응. 카멜리아가 동백꽃이야.”
친구들은 그 말을 듣고 길을 나섰다.
나는 숙소에 남아 잠시 혼자만의 시간을 보냈다.
저녁에는 중문 쪽 묵은지 고등어조림집으로 오라고 했다.
20분 정도 운전해 가서 함께 밥을 먹었다.
두 친구는 소주를 마셨다.
소주를 마신 친구 중 한 명을 내 차에 태워 숙소로 돌아왔다.
그 친구는 같은 말을 몇 번이고 반복했다.
그때는 그냥 술이 올랐나 보다 생각했다.
그건 예고편이었던 것 같다.
숙소에 와서 술을 더 마셨고 말은 점점 날이 섰다.
우리가 몰랐던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처음엔 왜 저러지, 왜 저렇게까지 말하지, 그 정도 일로…
그런데 가만히 듣다 보니 그 사이에 오래 눌러 둔 시간이 있었다.
우리는 신호를 못 봤다.
아니, 봤는데 가볍게 넘겼는지도 모른다.
밤이 길어졌다.
나는 물을 한 컵 마시고 괜히 창밖을 한 번 더 보았다.
포도뮤지엄에서 읽었던 문장이 떠올랐다.
‘우리는 물결을 거스르는 배처럼, 쉴 새 없이 과거 속으로 밀려나면서도 끝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포도뮤지엄에서 본 글귀처럼 친구도 과거를 거슬러 앞으로 나아가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