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제주 한달살기 23일차_2026. 2. 3.(화)
한달살기 일주일 차에 들어선 동료 선생님이 숙소에 왔다.
지난주에 왔던 선생님도 가족들 방문에 정신이 없었다고 했다.
제주에 오면 각자의 시간이 더 바빠진다.
점심을 함께 먹기로 해서 파스타를 만들었다.
얼마 전 해 먹었던 시금치 파스타였다.
소금을 넣은 물이 끓기를 기다렸다가 면을 넣고, 다른 불 위에는 올리브오일을 넉넉히 두른 팬을 올렸다.
마늘과 페페론치노를 볶다가 바지락과 새우, 전복을 넣었다.
제주에 있으니 해산물은 어렵지 않다.
면이 익어갈 즈음 팬으로 옮기고 시금치를 넣었다.
면수를 조금 부으니 윤기가 돌았다.
선생님은 이시돌센터 안 이시도르 카페에서 식빵과 밀크잼을 사왔다.
밀크잼은 처음 본다.
우유팩 모양에 들어있는 밀크잼통은 귀여웠다.
식탁에 마주 앉아 서로의 엄마 이야기를 했다.
말이 길어지지는 않았다.
포크를 잠시 내려놓는 순간이 몇 번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어디를 갈까 잠시 검색했다.
숙소와 가깝고, 둘 다 가보지 않은 곳.
‘바다기찻길’이라는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주차하고 내리자마자 숨이 잠시 멈췄다.
해안선 대신 현무암이 둘러선 자리에 연못처럼 맑은 물이 고여 있었다.
바닷물이 고여 있는 웅덩이였다.
바다 쪽으로 이어진 선로를 따라 걸었다.
해녀들이 해산물과 어구를 옮기기 위해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선로의 끝이 바다와 닿아 있었다.
해가 그 끝에 걸려 있었다.
우리는 잠시 말을 멈췄다.
돌아오는 길에 작은 카페에 들렀다.
우리뿐이었다.
작년에 이어 다시 한달살기를 하고 있는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제주를 즐기는 법을 이야기했다.
제주의 밤은 빠르게 내려온다.
사장님이 우리의 대화가 끝나기를 기다리는 것 같아서 일어났다.
동료를 배웅하고 숙소에 들어왔다.
식탁 위에 메모지가 붙은 부의 봉투가 놓여 있었다.
‘장례식에 가지 못해서 미안해요. 항상 밝고 긍정적인 선생님을 닮고 싶지만 잘 안되네요….’
한참을 그 자리에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