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데이 클래스

세 번째 제주 한달살기 24일차_2026. 2. 4.(수)

by 풀잎소리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숙소 근처 화실을 검색해 전화를 걸었다.
몇 시간이면 그림 한 점을 그릴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 방식은 아니라고 했다.
적어도 네 번은 와야 한 작품이 완성된다고 했다.

목, 금, 월, 화로 예약을 했다.
내일 오전 열 시에 가기로 했다.


오늘을 그냥 보내기 싫어서 다른 원데이 클래스를 다시 찾았다.
조천읍에 있는 ‘해빛’이라는 공방이 눈에 들어왔다.
스테인드글라스로 도어벨이나 키링을 만드는 곳이라고 했다.

오후 세 시로 예약했다.
나 말고 한 사람이 더 있다고 했다.

두 시쯤 출발했다.
마지막 골목을 잘못 들어 5분 늦게 도착했다.

문을 열자 초등학생 여자아이와 어머니가 앉아 있었다.
함께 체험하는 사람은 그 아이였다.

아이는 도어벨을 골랐고 나는 키링을 선택했다.

선생님은 유리 자르는 법부터 알려주셨다.
다이아몬드가 박힌 펜으로 힘을 주어 홈을 내고, 도구를 이용해 눌러 잘라냈다.
직선과 곡선을 몇 번 연습한 뒤 도안을 골랐다.

유리는 생각보다 다양했다.
투명과 반투명, 무늬가 있는 것과 없는 것, 빛이 통과하는 속도가 서로 달랐다.

나는 오름과 달이 있는 키링을 만들기로 했다.
유리를 고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밑그림을 그리고, 자르고, 갈고, 세척하고, 동테이프를 감은 뒤 납땜을 했다.
인두 끝에서 연기가 가늘게 올라왔다.

선생님은 아이의 도어벨을 먼저 마무리해 주셨다.
사진을 찍고 아이와 어머니는 먼저 돌아갔다.

남은 시간, 나는 납땜으로 마무리를 했다..

선생님이 마지막 부분을 눌러 정리해 주셨다.
그 사이 제주에 오게 된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디자인 회사를 다니다가 이주를 결심했고, 가족의 권유로 유리공예를 배웠다고 했다.
지인들과 함께 내려와 땅을 사고 집을 지었다고 했다.
2~3년이 걸렸고 지금은 18가구가 함께 사는 마을이 되었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듣는 동안 키링 두 세트가 완성되었다.

빛을 비추니 유리 속에 작은 오름과 달이 생겼다.

사진을 찍고 공방을 나왔다.


제주에서 한달살기를 할 때마다 1년쯤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사계절을 다 지나보고 싶다.
바람의 방향이 바뀌는 걸 보고 싶다.

그 다음은 잘 모르겠다.

왜 제주가 좋은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지만 정확한 이유는 잘 잡히지 않는다.

바다가 가까이 있고, 곶자왈로 바로 들어갈 수 있고, 혼자 걸어도 어색하지 않은 길이 많다.

저녁이 되면 바람이 먼저 어두워진다.

그 정도면 충분한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