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하연 Dec 05. 2022

1+1의 말






멸치 중에 가느다란 멸치를 편애한다. 간장과 올리고당의 간이 쏙 배어서 달콤 짭조름한 맛,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문득 이 작은 멸치는 어떻게 잡힐까? 궁금해서 <극한 직업: 가을의 맛의 시작- 멸치와 고등어 편>을 찾아보았다.      



멸치잡이 배의 선원들은 아침이 되어 작업을 시작했다. 가을의 짧은 시기에만 잡을 수 있어 모두 마음이 바빴다. 새벽에 쳐 놓은 그물이 3톤 자리 무게가 될 만큼 부풀어 올랐다. 다른 고기를 잡는 그물과는 다르게 멸치 그물은 바닥이 뚫려 있지 않는 거대한 봉투 같았다. 터지지 않도록 조심조심 옮겼다. 배 안으로 건져 올린 그물을 미리 준비된 수영장 같은 커다란 사각통에 부었다. 그러자 시멘트처럼 은빛 멸치가 쏟아졌다. 멸치는 잡자마자 쉽게 상하기 때문에(滅(멸할(멸) 자를 써서 멸치다) 구멍 뚫린 바구니에 건져 올려 재빨리 찜통으로 보냈다. 찐 후에는, 영하 30도의 냉동실에 얼린다. 그 과정을 거쳐야 상하지 않아, 상품으로써의 가치를 가질 수 있었다.

몇 백개의 바구니를 하나하나 물속에 담갔다가 건져 ‘통통’ 털어 물기를 빼고 쌓아 올렸다. 배는 흔들리지, 비바람 불지, 작업을 계속해도 통 안의 멸치는 줄어들지 않았다. 선원들은 쉴 새 없이 허리를 굽혀가며 움직였다.



/


식탁 앞에 놓여 있는 멸치 한 그릇 안에 이 모든 과정이 들어 있었다. 쌀처럼 멸치 한 톨도 소중히 먹어야 했다. 그 유튜브 영상 아래에는 수많은 답글이 달려 있었다. 고생을 많이 한다는 이야기부터 플라스틱 바구니 그대로 찌면, 환경호르몬이 나오는 거 아니냐는 의견까지 다양했다. 하나의 영상을 보며 다양한 의견을 내놓는 장면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말은 하는 사람뿐 아니라,  듣는 사람의 몫(기분)까지 담겨 있는 1+1의 언어구나




어떤 답글을 보면서는 마음이 훈훈해졌고,

어떤 답글을 보면서 속상하기도 하고, 언짢기도 했다.     

글을 읽는 내게도 새로운 감정이 생겨났다.




1+1의 언어라고 생각하게 된 또 다른 경험이 있었다.

몇 년 전, A와 햇살 좋은 날 산책을 했다.




“날씨 좋다. 바람도 시원하게 불고 하늘도 예쁘고 너무 행복해.”



아무 생각 없던 나는 그 말을 듣고 덩달아 행복해졌다.

이 친구는 참 행복을 잘 느끼는구나 감탄했었다.

그 때는 그게 끝이었다. 생각이 더 나아가지 않았다.




몇 년 뒤, 또 다른 친구와 식사를 했다.

밤 시간, 오랜만에 둘이 만나 이자카야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었다.





“음악도 너무 좋고, 술도 맛있고, 닭 꼬치도 맛있고, 너무 행복하다.”




데자뷔같던 장면이었다. 한 번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두 번은 울림으로 다가왔다.



세상에는


1. 느끼지 않는 자

2. 느끼지만 표현하지 않는 자

3. 느끼고 나누는 자


 있는데 3번의 사람들은 얼마 없었다.  역시 행복을 느꼈지만 언어로 자주 표현하진 않았다.


  

“행복하다는 말, 고유한 감정이라 대부분의 사람은 혼자 느끼고 마는데, 너는 어떻게 그걸 언어로 표현해?” 물었다.


“나도 원래 안 그랬거든. 근데 우리 언니가 매번 내가 무슨 요리를 해주면 너무 맛있다고 하고, 여행을 가서 노을을 보다가도, 바닷가의 조개를 보다가도 행복하다는 말을 자주 쓰는 거야. 그게 좋아 보이더라. 그래서 나도 따라 하게 되었어.”     


좋아 보이는 것은 따라 하고 싶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우리는 일상에서 “그건 좀 힘든데, 곤란해, 나중에 할게.”라는 말은 쉽게 내뱉으면서 왜 “행복해. 너무 좋아. 즐거워. 기대돼.”라는 말은 쉽게 하지 못할까? 부정의 언어는 많이 들어서 쉽게 사용하지만, 긍정의 언어는 자주 만나지 못해서이지 않을까?     




친구들을 통해 ‘행복해’라는 단어를 여러 번 듣게 되었다. 나뿐 아니라, 상대까지 행복해지는 마법의 언어가 있다는 걸 알았다. 모두에게 공짜인 1+1의 언어를 꼭꼭 숨겨두지 말고, 자주 꺼내 말하고 싶어졌다.


양말 신듯 자주 "행복해"라는 말을 꺼내신기로 했다. 그런의미에서 오늘의 글을 이렇게 마무리를 해 본다.




   

“당신이 이 글을 읽어 주어서 행복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