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 여행에서
여행에서 호텔을 고를 때, 오래 고민하는 이유는 멋스러운 공간에 머무르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잡동사니가 가득한 집과는 달리 모든 것이 정갈하게 준비되어 있는 곳. 호텔을 고르는 일부터 여행은 시작된다.
남편은 그냥 아무 곳에서 잠만 자면 된다주의이지만 나는 살림과는 분리된 채, 예쁜 소품만 가득한 공간에 며칠 머무르는 일은 일상에서 쉽게 느낄 수 없는 감각이기에 여행에서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을 만끽하고 싶다. 그래서 숙소를 오래 고르고 또 고른다. 좋은 호텔은 늘 비싸기에 예산 안에 있는 좋은 곳을 고르란 쉽지 않다. 그래서 며칠동안 눈이 빨개지면서도 찾는다.
그래야 여행의 만족도가 올라간다는 신념으로..
지난날의 여행에서 남편의 선택(저렴한 곳)으로 사진과는 다른 지저분한 숙소를 만난적이 있다. 여행의 피로를 풀어야 할 숙소가 더 큰 스트레스가 되어 숙소에서 쉬지 못하고 밖에서 방황한 적이 있었다. 그 숙소로 인해 여행의 기억이 통째로 안 좋아졌기에 내가 이렇게 숙소 선택에 공을 들이게 된지도 모르겠다.
예약을 할 때, 호텔 사진 몇 장만으로 그 공간의 분위기를 다 알 수는 없다. 아래의 후기의 글을 꼼꼼히 살펴보면서 공간을 그려나갈 뿐이다. 이번에 고른 치앙마이의 SYN 호텔은 후기가 좋았다. 그런데 내 눈에는 사진 속 수영장이 평대로 좋아 보이지 않았다. 적갈색의 벽에 금이 간게 왠지 오래되고 낙후된 느낌이었다.(오해였다. 가야지만 알 수 있는 것) 너무 많은 호텔 검색으로 지쳐 있는 터라 이제는 결정해야만 했다. 뭔가 찝찝했지만 후기를 믿고 예약 버튼을 눌렀다.
치앙마이에 도착해서 택시를 타고 호텔에 도착했을 때, 입구를 보며 안도했다. 호텔 로비에 놓인 거대한 현대미술작품도 멋있었고, 체크인할 때 제공한 웰컴티도 3종류로 다채롭고 향긋했다.
숙소들어가 보니 내부도 깨끗하고, 세 식구가 잘 침대도 크기가 딱 좋았다.
그 중에도 반했던 건, 우유가 준비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아메리카노뿐 아니라, 라테를 먹는 사람들을 위한 배려였다. 몇 가지의 간식과 냉장고 속 음료도 무료였다. 스낵바 안의 음식은 대부분을 돈을 지불하고 먹어야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렇게 인심 좋은 호텔을 만나니 신이 났다. 간단히 짐을 풀고 관광을 하려고 나오는 길에 이상한 문 하나를 발견했다.
엘리베이터 문 옆에는 ARTIST AT WORK라는 글이 써져 있었다. 처음 본 글귀에 처음에는 무엇을 하는 곳일까 상상했다. 위치상 청소해 주는 분들의 용품들이 있는 곳 같았다.
다른 곳에서는 룸메이드 혹은 스탭, 여사님이라고 부르는 직원을 여기서는 ARTIST라고 불렀다.
예술을 창작하거나 표현하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을 ARTIST로 부른다고 사전(위키백과)에 나와있는데, 그 단어를 이곳에서 만났다. 생소한 곳에서 익숙한 단어를 만나니, 생각을 불러왔다. 호텔 룸, 혼돈의 상황을 자기만의 방법으로 깨끗하게 정리하는 전문가. 그들이 하는 일은 아티스트와 같았다.
어떤 단어는 그 사람을 인식하고 대하는 것에 큰 영향을 미친다. 어떻게 부르느냐에 따라 우리의 사고체계가 다르게 작동한다. 호텔에 머무르면서 폭포처럼 물이 떨어지던 파란 수영장도 좋았고, 아침마다 나오는 조식은 매일 기다려질만큼 맛있었다. 늦은 밤, 하늘을 보며 마시던 칵테일도 상콤했다.
그러나 그것보다 이 호텔이 가장 좋았던 이유는 호텔 방의 청소를 책임지는 직원을 ARTIST라고 부르는 문화였다. 다른 시설들은 다른 호텔에서도 누릴 수 있는 것이지만, 호텔의 직원을 이렇게 부르는 곳은 처음이었다.
함께 일하는 직원들이 서로를 존중하는 곳. 문에 적힌 단어가 말해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