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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하연 Jun 26. 2023

MZ세대의 프러포즈

부러우면서 미래가 기대되

컴퓨터, 핸드폰, 냉장고 등의 가전제품은 빠른 속도로 업데이트가 된다. 과거 사양과 신제품의 사양을 비교해 볼 수 있기에 어떤 점이 좋아졌는지, 한눈에 알아차릴 수 있다. 하지만 사람, 문화의 업데이트는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알아차리기 어렵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무엇이 다른지 가늠하기 어렵듯 말이다.


 

얼마 전, 남편의 대학원 부부 모임에 다녀왔다. 총 다섯 커플로 50대, 40대, 30대 등 다양한 연령층이 모였다. 처음 보는 자리였지만 부부 중 한 명은 친한 사람들이었기에 서로를 배려하며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고, 생각보다 편안했다. 10명의 입에서 다양한 이야기가 오고 갔다.


얼마 전 신혼여행을 다녀 온 부부는 몰디브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문을 열면 하늘과 바다의 경계가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바다였지만, 수영을 즐기지 않는 본인은 조금 지루했단다. 주변에 둘러볼 곳도 없고, 관광지도 없어 그 안에서 모든 걸 해결해야 하는데, 4박 5일이 지나자 생활이 단조롭게 여겨진 것이다.식사도 다양한 종류로 마련되어 있었지만, 활동이 적다 보니 배가 꺼지지 않은 상태에서 저녁을 먹고, 소화된 안 된 상태에서 점심을 먹어야 했다고 했다. 좋은 기내에 머무른 기분이었달까?

내겐 꿈의 여행지인데, 누군가의 경험 속에는 별로로 각인되어 씁쓸했지만, 그 모든 감정을 직접 느끼고 싶다고 생각했다.      



대화 중 프러포즈 이야기가 나왔다. 곧 결혼을 앞둔 30대 커플 두 팀이 있는데, 그중 A팀의 신부가 예비 신랑을 위해 한 프러포즈를 동영상으로 보여주었다. 본인은 장소를 빌려서 초도 켜고, 노래도 선곡하고, 영상도 만들고, 풍선도 불어가며 준비했는데, 남자친구의 첫 반응은 “이게 뭐꼬?”였단다. 그래서 실망했다는 이야기가 시작이었다. 여자가 먼저 프러포즈하는 모습이 멋졌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냐고 물었더니, 그동안 남자친구한테 받은 게 많아서 프러포즈는 꼭 자기가 준비하고 싶다고 했다. 그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다른 커플들의 프러포즈로 옮겨갔다. 곧 결혼을 앞둔 신혼부부 B팀은 한 날, 같이 프러포즈를 했다고 했다. 둘이 좋아하는 식당에서 앞으로 어떤 결혼생활을 했으면 좋겠는지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에게 선물과 편지를 주고받으며 프러포즈했단다.


‘요즘은 프러포즈의 문화도 업데이트되었구나. 너무 보기 좋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40대인 부부의 프러포즈는 남편만 준비하는 일방적인 형식이 많았다. 여자는 프러포즈를 기다리기만 했지, 지금처럼 답 프러포즈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더 거슬러 올라가 50대의 프러포즈, 그곳에 있던 언니는 한강의 불꽃 축제가 있던 날 폭죽을 보고 있는데, 남편이 꽃다발을 안겨 주었다고 했다. 남편이 어떤 말도 하지 않아, 본인은 그게 프러포즈인지도 몰랐다고 했다. 시대에 따라 다양한 이야기를 듣다 보니, 연인 사이의 관계들도 시대에 따라 진보된다는 기분이 들었다.      



평소 비슷한 또래의 사람들만 만나서 요즘의 프러포즈 이야기를 들을 일이 없었는데, 이런 모임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되었다. 이 시대, 미세먼지와 환경오염으로 기후적인 조건은 퇴보하고 있지만, 젊은 사람들의 인식과 문화는 좋은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만진 기분이었다. 나도 딸을 키우고 있기에 아이가 성인이 된 시기에는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모임에서 많은 주제를 다루며 4시간 30분 동안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요즘 세대들의 프러포즈 사고방식이 가장 인상 깊었다. 모두가 헤어진 그날, 카톡방에는 입으로 18홀을 돈 건 처음이네요.라는 감상평이 올라왔다.     


다양한 세대가 어우러져 명랑골프를 치듯 명량 대화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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