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책방
오래 책방에서 첫 문장 뽑아 글쓰기를 했다. 내가 뽑은 문장은
위대한 개츠비의 첫 문장이었다.
내가 아직 어리고 마음이 여리던 시절,
아버지가 내게 충고를 해주셨는데 그 후
나는 언제나 그 말씀을 마음속에 되새기고 있다.
나고야에서 택시를 탔다. 나이가 있던 백발의 기사는 구글맵을 보지 못하는지, 일본어 주소를 알려 달라고 했다. 지도만 봤던 남편은 당황하며 주소를 찾기 시작했다. 정적이 흘렀다. 몇 분 뒤, 핸드폰 구석에서 일본어 주소를 찾았다. 기사님에게 주소를 알려주자, 그는 주소를 내비게이션에 입력했다. 호텔로 가는 중간에 그가 이런 말을 했다.
“간고꾸?”
“하이”
“송강호 뮤비, 리멤버?”
“리멤버?”
송강호의 리멤버가 무엇일까? 잘 알 수 없어서 더 이상의 대화는 진행되지 않았다. 잠시 뒤, 남편이 이 길이 아니라며 기사에게 노노노노를 외쳤다. 차를 세워 다시 지도를 보여주었다. 나는 단지 기사님의 실수였을 뿐이라 여기는 상황이었는데, 남편은 화가 나 있었다.
‘그럴 수도 있지.’
왜 사람을 의심하는지, 나까지 의심당하는 것 같아 기분이 나빴다. 대부분 상황과 사람을 신뢰하는 나는 세상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는 취급을 종종 받아왔다. 사람을 믿는다는 건, 태어나 받은 엄마의 신뢰가 시작이었다.
각기 다른 상황마다 누군가를 의심하는 건, 너무 피곤한 일이었다. 그렇다고 내가 경험이 없어 사람을 100퍼센트 신뢰하는 건 아니었다. 나 역시, 어떤 상황과 어떤 뉘앙스에서는 불쾌감을 느끼며, 신뢰하지 못하는 순간도 있다.
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와 남편과 나눈 대화에서 그 택시 안의 상황이 나는 불편했다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냥 잘못 간 것뿐이었는데, 그렇게 어른에게 불편한 감정을 표현하는 모습은 고치면 좋을 것 같아.”
“너는 못 느꼈겠지만, 나는 몇 번 의심을 할 만한 상황이 있었어. 일본어주소도 내가 세 번이나 보여드리고, 음성으로도 켰었고, 송강호 이야기를 하는 것도 이상했어. 리멤버가 뭐야? 알지도 못하는 이야기나 하고? 당신은 세상의 험한 순간들을 접하는 일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세상에는 그렇게 좋은 사람들만 있는 게 아니야. 나의 것을 빼앗아 가려는 사람들, 의도가 좋지 못한 사람들도 많아.”
그 말은 내가 어릴 때, 아빠에게 들은 말과 비슷했다. 모든 사람은 좋은 사람이며 우리를 도와주려고 한다는 엄마와는 다르게 아빠는 늘 사람들을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택시 사건을 이야기하는데 남편의 입에서 나온 말들은 마치 아빠가 하는 말 같았다.
영원히 그 택시 기사의 의도는 알지 못한다. 어쩌면 내가 맞을 수도 있고, 남편의 말이 맞을 수도 있다. 우리는 무사히 호텔에 도착했지만, 우리의 느낌과 생각, 서로 다른 마음은 호텔에 도착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