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하연 Aug 30. 2023

책 첫문장으로 글쓰기

오래책방

오래 책방에서 첫 문장 뽑아 글쓰기를 했다. 내가 뽑은 문장은

위대한 개츠비의 첫 문장이었다.




내가 아직 어리고 마음이 여리던 시절,

아버지가 내게 충고를 해주셨는데 그 후

나는 언제나 그 말씀을 마음속에 되새기고 있다.


 

나고야에서 택시를 탔다. 나이가 있던 백발의 기사는 구글맵을 보지 못하는지, 일본어 주소를 알려 달라고 했다. 지도만 봤던 남편은 당황하며 주소를 찾기 시작했다. 정적이 흘렀다. 몇 분 뒤, 핸드폰 구석에서 일본어 주소를 찾았다. 기사님에게 주소를 알려주자, 그는 주소를 내비게이션에 입력했다. 호텔로 가는 중간에 그가 이런 말을 했다.


“간고꾸?”

“하이”

“송강호 뮤비, 리멤버?”

“리멤버?”



송강호의 리멤버가 무엇일까? 잘 알 수 없어서 더 이상의 대화는 진행되지 않았다. 잠시 뒤, 남편이 이 길이 아니라며 기사에게 노노노노를 외쳤다. 차를 세워 다시 지도를 보여주었다. 나는 단지 기사님의 실수였을 뿐이라 여기는 상황이었는데, 남편은 화가 나 있었다.



‘그럴 수도 있지.’



왜 사람을 의심하는지, 나까지 의심당하는 것 같아 기분이 나빴다. 대부분 상황과 사람을 신뢰하는 나는 세상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는 취급을 종종 받아왔다. 사람을 믿는다는 건, 태어나 받은 엄마의 신뢰가 시작이었다.


각기 다른 상황마다 누군가를 의심하는 건, 너무 피곤한 일이었다. 그렇다고 내가 경험이 없어 사람을 100퍼센트 신뢰하는 건 아니었다. 나 역시, 어떤 상황과 어떤 뉘앙스에서는 불쾌감을 느끼며, 신뢰하지 못하는 순간도 있다.



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와 남편과 나눈 대화에서 그 택시 안의 상황이 나는 불편했다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냥 잘못 간 것뿐이었는데, 그렇게 어른에게 불편한 감정을 표현하는 모습은 고치면 좋을 것 같아.”

“너는 못 느꼈겠지만, 나는 몇 번 의심을 할 만한 상황이 있었어. 일본어주소도 내가 세 번이나 보여드리고, 음성으로도 켰었고, 송강호 이야기를 하는 것도 이상했어. 리멤버가 뭐야? 알지도 못하는 이야기나 하고? 당신은 세상의 험한 순간들을 접하는 일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세상에는 그렇게 좋은 사람들만 있는 게 아니야. 나의 것을 빼앗아 가려는 사람들, 의도가 좋지 못한 사람들도 많아.”     


그 말은 내가 어릴 때, 아빠에게 들은 말과 비슷했다. 모든 사람은 좋은 사람이며 우리를 도와주려고 한다는 엄마와는 다르게 아빠는 늘 사람들을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택시 사건을 이야기하는데 남편의 입에서 나온 말들은 마치 아빠가 하는 말 같았다.



영원히 그 택시 기사의 의도는 알지 못한다. 어쩌면 내가 맞을 수도 있고, 남편의 말이 맞을 수도 있다. 우리는 무사히 호텔에 도착했지만, 우리의 느낌과 생각, 서로 다른 마음은 호텔에 도착하지 못했다.

이전 17화 가족을 인터뷰하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