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은 몇 개일까?

by 하하연

나는 모르는

나의 얼굴들


누군가 내 얼굴을 보고

다른 사람들을 떠올린다


세상에 존재하는

내 얼굴은 몇 개일까


몇 명의 내가 있을까


나는 사촌 누나

나는 고모


나는 중학교 친구

나는 조승우


각자 떠올리는

또 다른 나


나는

나를 모르며 산다


어딘가에 있다던

나를 만나고 싶다



<2023. 6월 22일의 일기>



직접 찍은 사진






자루에서 콩이 쏟아지듯 중학교에서 아이들이 쏟아져 나왔다. 나는 양손에 장바구니를 들고 아이들 틈을 헤치며 집으로 향했다. 하굣길이라 유난히 발랄한 아이들 틈에서 세 명의 여자아이들이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한 아이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내게 인사를 했다. 순간 놀라, “어, 어어. 안녕.”이라고 얼떨결에 인사했다. 아이들이 엘리베이터에서 인사하는 건 봤어도 청소년들이 모르는 사람에게 인사하는 건 처음이었다. 그 옆에 있던 다른 학생이 나 한 번 보고, 친구 한 번 보더니

“누구셔? 아 아 안녕하세요.”하며 얼떨결에 내게 인사한다. 확신에 찬 친구 한 명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세 사람(나포함)은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 갑자기 일어난 일이라 나조차 상황 파악이 되지 않았다. 그렇게 스쳐 지나갔다. 뒤에서 아이들의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

“너 아는 분이야? 누구야?”

“음악 선생님 아니야?”

나를 음악 선생님으로 착각한 모양이었다. 나와 얼마나 닮았길래 그렇게 확신에 차서 인사를 한 것일까? 우연히 거리에 일어난 상황이 몰래카메라가 같았다. 살면서 내겐 이런 일이 종종 있었다. 처음 만나는 사람이 어디서 본 것 같은데…. 하기도 하고, 친구들은 ‘자기 고모 닮았다. 외숙모 닮았다.’라고도 했다. 내 외모가 얼마나 친숙하면 전국 곳곳의 이름 모를 사람들과 닮았다고 하는지…. 나만 모르고 그 사람들만 아는 얼굴이 궁금했다.

모르는 사람이 길을 찾을 때도, 거리의 수많은 사람 중 내게 물어보는 경우가 많다. 내 얼굴이 잘 알려줄 것 같거나 무해한 얼굴인 걸까? 이런 일들이 계속 일어나는 걸 보면 뛰어난 외모를 갖지 못했어도 친숙한 외모를 가진 게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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