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쓰는 일기
<실수 시키신 분>
실수를 시킨 적 없는데
실수가 나왔다
크림 리조또를 시켰는데
크림 스파게티가 나왔다
정적 속, 모두의 머리가
빠르게 움직인다
실수 한 사람은
바꿔 드릴게요
라는 말 대신 정적을 견딘다
나도 실수 한 적 있으니까
이거 안 먹으면 버려지잖아
크림 스파게티도 맛있겠는걸
다양한 생각의 실로
그의 실수를 꿰맨다
원망의 마음이
새어나오지 않도록 예쁜 박음질을 한다
2023.08
실수는 누구나 하지만, 누구나 실수를 대응하지는 않는다. 실수 한 후, 외면하기도 하고 도망가기도 한다. 실수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사람은 흔하지 않다. 실수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사람은 자신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행동을 취한다.
살다 보면 주문한 음료나 음식이 잘못 나오기도 하고, 우리 집에 와야 할 택배가 다른 곳에 가 있기도 한다. 쇼핑몰의 실수로 다른 옷이 배달되기도 하고, 시킨 음식이 아닌, 다른 메뉴가 나오기도 한다.
언젠가 마트에서 과일을 샀는데, 귤 사이로 섞은 귤이 있었다. 몇 개라면 그냥 먹을 텐데 많은 양의 귤이 곰팡이가 생겨서 교환을 해야 했다. 왔던 길을 되돌아 가는 일은 참 번거롭다. 그것도 나의 실수가 아닌 일에는 짜증이 밀려왔다. 신선제품은 더 빨리 가야하기에 집에 오자마자 땀을 식히지도 못하고, 다시 마트로 갔다. 그러자 마트의 고객센터에서 새 귤로 바꿔 주는 건 물론, 죄송하다며 5000원 쿠폰을 건넸다. 그런 제도가 있는지 그날 처음 알았다. 5000원이 뭐라고! 몇 번을 움직여야 했던 번거로웠던 마음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쿠폰도 쿠폰이지만, 고객이 불필요하게 소비한 시간에 대한 보상이었다. 마트의 미안한 마음이 전해졌다.
어떤 날은 파스타를 먹으러 지인들과 레스토랑에 갔다. 리조또, 파스타, 스테이크 등 메뉴를 엄선해서 주문했는데, 리조또 대신 파스타가 나왔다. 파스타가 2개가 된 상황이었다. 주문과정에서의 착오가 있었던 모양이었다. 바꿔 달라고 해야 하나? 그냥 먹어야 하나? 모두 고민하느라 정적이 흘렀다. 잠시 뒤, 한 명이 그냥 먹겠다고 했다. 마음만 살짝 바꾸면 문제 될 것이 없었다. 맛있게 식사를 하고 있는데, 직원이 다가와 밥 한 공기를 내밀었다.
“아까 죄송해요. 이 밥을 크림파스타에 비벼 드시면 리조또 같을 거예요.”
직원은 계속 마음이 쓰였는지, 못 드린 리조또를 대체할 방법을 생각했고, 해결방법으로 공기밥을 떠올렸다. 서양음식 사이에 놓인 고봉밥이 식탁에 어울리진 않았지만, 그가 전한 마음만큼은 피클처럼 상큼하게 잘 어우러졌다.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다. 중요한 건, 실수 후의 태도다. 어떻게든 만회하려는 노력과 태도가 언 마음 땅도 녹이고, 녹인 곳에 꽃이 피게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