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 두 개를 들고 다니는 이유.

시로 쓰는 일기

by 하하연

< 비를 타고 내리는 호의 >


몸이 아닌

말이 현관문을 연다


얼굴은 보이지 않고

엄마, 엄마


목소리가

먼저 도착한다


어떤 언니가

나한테 우산을 줬어


왜?

비가 왔거든


어떻게?

버스에서 내리는데 줬어


사라진 말의 머리를 찾고

잘라진 말의 꼬리를 이어 붙인다







-

비 오는 날이면 어린 날의 감정이 살아난다. 교문 앞 우산을 들고 있는 엄마들 사이에 우리 엄마는 없었다. 일하는 엄마는 그 시간에 올 수 없었다. 늘 비는 느닷없이 왔고, 나는 느닷없이 비를 맞았다. 비는 바늘처럼 아팠다. 몇십 년이 흘렀건만, 비가 오는 날이면 느닷없이 슬퍼진다.

우리 엄마와 다르게 나는 집에 있어서, 비가 오는 날이면 아이에게 우산을 가져다줄 수 있다. 차에 태워 학원에 데려다줄 수도 있는데, 아이는 거절한다.


“가까운데 그냥 우산 쓰고 갈게.”


딸에게 비는 슬픔이 아니다. 그냥 내리는 물일 뿐이다.


늦은 저녁, 아이는 보컬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오는 길이었다. 버스를 타고 창밖에 내리는 비를 보고도 엄마를 부를 생각을 하지 않았다. 잠바를 뒤집어쓰고 뛰어가면 된다고 생각했다. 버스에서 내리려는데, 누군가 말을 걸었다.


“이 우산 써. 안 돌려줘도 돼.”

중학생인지, 고등학생인지도 모르겠는 언니가 우산 하나를 건넸다.

“감사합니다.”

인사를 하고 급하게 버스에서 내렸다.

어떻게 된 영문인지도 모른 채 검은색 작은 우산을 썼다. 덕분에 비를 맞지 않았다.


“엄마, 엄마. 어떤 언니가 이 우산을 줬어.”

집으로 들어온 아이가 격양된 목소리로 말했다.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었다. 전, 후의 상황을 물었다.


“진짜 그런 일이 있었다고?”

“응.”

“그 언니는 우산이 두 개였던 거야?”

“몰라. 안 돌려줘도 된대”

갑자기 일어난 일에 아이도 자세한 이야기는 모르는 듯했다.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올법한 이야기인데... 너무 고맙다.”

“엄마, 나도 앞으로 우산 두 개 들고 다닐래.”



누군가에게 받은 이 마음은 아이의 기억에 평생 새겨질 것이다. 그렇게 스며든 온기는 다른 형태로 누군가에게 전해질 수도 있다. 그 학생은 누구였을까? 우산을 건네기까지 아이를 한 번 보고, 창 밖의 비를 한 번 보았으리라. 버스 안에서 건넬 타아밍을 고민했겠지. 그냥 넘길 수도 있던 상황에서 용기를 내어 말을 건네고 우산까지 주다니...

모르는 사람을 위해 베푸는 마음은 귀해서, 농도가 더 진하게 느껴진다.


앞으로 내게도 망설여지는 상황이 온다면 그 학생을 떠올려야겠다. 망설임에서 나아가 행동으로 마침표를 찍으리라.


한 사람의 좋은 행동은 이렇게 퍼져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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