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사랑에 화가 난다

시로 쓰는 일기

by 하하연

복숭아 5개

사과 3개


엄마의 가방은

과수원


깍두기 한 통

무생채 한 통

제육볶음 한 통


엄마의 가방은

반찬가게


가벼운 사랑은

고맙지만


무거운 사랑은

화가 난다


저 많은 걸

이고 지고


몇 번의 버스를

갈아탔을 생각에

화가 난다


오늘도 엄마의

사랑이 밉다






결혼을 하고, 내가 엄마에게 14년 동안 반복하는 말이 있다.

"제발, 가볍게 와. 여기도 감자 있어. 여기도 호박 있어. 여기 무도 맛있어."

"시장이 훨씬 싸잖아."


엄마는 우리 집에 오실 때는 늘 양손 무겁게 무언가를 들고 온다. 엄마가 잘하는 양념게장 하나만 딱 들고 오면 될 것을 아령처럼 묵직한 감자나 무, 고구마 등을 챙겨 왔다.


"엄마 관절을 생각해. 아프면 감자값보다 약값이 더 들어."

딸이 청량 고추처럼 톡 쏘아대도 엄마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다음 방문에는 참외, 배, 사과 종류만 바뀌었지 또 무거운 과일들을 들고 온다. 엄마가 가져온 양말, 팬티, 손수건 등의 가벼운 사랑은 고마워 하며 잘 받을 수 있지만 무거운 사랑은 고맙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여기 마트에도 다 있는 감자를 그 멀리서 가져오는 비효율성을 이해할 수 없었다.


어떤 사랑은 화가 난다. 엄마의 몸을 해치는 사랑은 나에겐 고통이다.


그렇게 이고 지고 온 복숭아는 너무 맛있었다. 어떻게 온 복숭아인지도 모르는 아이는 할머니께 너무 맛있다며 다음에 올 때 또 가져다 달라고 한다. 어쩌면 아이의 반응이 엄마가 바라는 보답인지도 모르겠다.

몇 년째 역도 선수처럼 무거운 가방을 들고 오는 엄마와 몇 년째 화를 내는 나, 우리 둘은 언제쯤 마음을 온전히 주고받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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