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쓰는 일기
<여름을 놓고 간 매미>
소멸하면서 시작되는 가을
버튼을 눌러도
소용없던 매미 알람이 꺼졌다
어느새, 매미가 여름을 가져갔다
아니, 여름을 놓고 갔다
소란스럽다 못해 시끄러웠던 여름이 가고
고요하고 적막한 가을이 걸어온다
가을은 먼저 소리를 밀어낸다
그렇게 자기의 자리를 마련한다
<20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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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은 여전히 덥지만 고요하다. 나무마다 매미의 목소리를 빌려 노래를 부르던 소리가 사라졌다. 매미는 자신의 출현과 퇴장을 말해주지 않는다. 우리가 알아차려야 한다.
여름, 창문을 열면 바람대신 찢을 듯한 매미소리가 들어왔다.
밖을 나가도 소리는 더 커지고, 중첩된다. 민원을 넣을 수도 없는 매미의 소리. 여름은 매미소리로 절정을 맞이한다. 계절을 소리로 감각할 수 있는 건 여름뿐... 매미 덕분이기도 하다.
9월은 고요하다. 매미가 여름을 가지고 사라졌다. 언제 간 거지? 페이드 아웃으로 사라지는 여름의 소리들.
계절은 서서히 찾아오고, 서서히 사라지는데 매미가 가져온 여름은 갑자기 사라진다.
인사라도 하고 가지. 아쉽지만 덕분에 가을의 적막을 사랑하게 되었다.
고요함이 좋다.
바람소리, 나뭇잎이 서로 부딪히는 소리, 새소리, 자전거의 바퀴 소리를 온전히 들을 수 있어서 좋다. 모든 소리를 매미에게 양보하지 않아도 되는 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