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비게이션>
상갓집을 다녀왔나
검은 옷 입은 나비 한 마리
열린 창문으로
수영하듯 공기를 밀고 들어온다
마음껏 활보하면 될 것을
막힌 유리창에 수십 번
머리를 박는다
자유가 발밑
조금만 내려오면 되는데
허둥대는 저 모습
어쩌면 내 모습일지 몰라
<2023. 9. 3 마더후드카페에서>
" 바람이 시원하게 불고 좋네요."
" 창문을 열어 놓으면 온갖 벌레가 다 들어와요."
창가에 앉아 구름화가의 작품을 감상하는데 카페 사장님이 말했다.
잠시 뒤, 손바닥크기의 검은 나비가 마치 아메리카노 한 잔 마시려는 듯 자연스럽게 카페 안으로 들어왔다. 우아하게 들어왔으면 잠시 쉬었다 가지, 늘 있던 자연이 아니라는 걸 본능적으로 알았을까? 들어오자마자 출구를 찾기 시작했다. 나비는 눈에 보이는 하늘로 가기 위해 방향을 틀었지만 투명한 벽에 부딪혀 한 걸음도 전진할 수 없었다. 우리 둘은 나비를 지켜보았다. 나비게이션이 되어 스스로 길을 찾기를 기다렸다.
한참이 지났는데도 같은 자리를 맴돈다. 유리창에 머리를 박고, 또 박고를 반복한다.
'어쩌지?'
방법을 몰라 동동거렸다. 카페 사장님은 지켜보다가, 옆에 있는 보자기를 들어 나비를 감싸며 또 다른 벽을 만들었다. 그러자 나비는 그 보자기 벽을 피하기 위해 아래로 이동했고,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
드디어 나비는 발 밑의 자유를 얻었다.
보자기를 들은 사장님의 몸짓은 하나의 춤 같았다. 그 몸짓 덕분에 나비도 제 갈길을 갔다.
창을 열면 좋은 것만 들어오지 않는다. 파리, 잠자리, 나방, 애벌레도 입장한다. 그래도 창문을 열어 놓는다. 들어온 애벌레를 들어 옮기고, 들어온 나비를 밖으로 안내하면서... 그래야 동시이 시원한 바람을 맞을 수 있다.
벌레 때문에 창문을 닫을까?
바람을 위해 창문을 열을까?
선택은 자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