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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하연 Nov 29. 2021

거꾸로 가는 자동차

         

빨강 불이었다. 길가에 차들이 멈추어 섰다. 마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을 하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 앞의 차가 아주 천천히 움직였다. 앞이 아니라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설마……. 서겠지…. 어어 오빠 클랙슨 눌러.”     


멈출 생각을 하지 않는 차를 보며 급하게 빵빵 클랙슨을 울렸지만 소용없었다. 그대로 우리 차를 '쾅' 하고 박았다. ‘운전자가 의식을 잃었나?’ 생각했다. 사고가 났는데도 앞차의 운전자는 나오지 않았다. 우리가 먼저 나가 차를 살피자 슬며시 한 사람이 나왔다.   

   

“죄송합니다.”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모두가 멈춰 선 도로에서 왜 후진을 한 것인지…. 빵빵 울려대도 왜 멈추지 않은 것인지? 의식을 잃은 게 아니라면 더더욱 이해가 안 되었다. 얼마 전에도 주차장에 서 있었는데 앞차가 우리를 보지 못한 채 후진을 해서 사고가 난 적이 있었다. 그 과정이 번거로웠기에 다가오는 그 차를 보며 같은 절차가 또 생길까 기분이 날카로워졌다. 누군가의 운전 중 실수는 크게는 생명을 앗아가고 작게는 상대의 시간을 훔쳐갔다. 시간 도둑이었다.      


“근데 왜 안 멈춘 거예요?”

“뒤로 가는 줄 몰랐어요.”

“네? 브레이크 안 밟고 있었어요?”

“중립에 놓고……. 죄송합니다.”

“죄송하다는 이야기를 들으려고 하는 게 아니고요. 정말 궁금해서 그래요.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돼서요. 뭐하고 계신 거예요?”

“휴대폰 보고 있었어요.”

“면허는 있으신 거예요?”

“네. 있어요.”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에 무면허까지 의심하게 되었다.

또 보험회사를 부르고 차를 대차 하는 과정이 번거로웠다. 차를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상대의 차는 뒤 범퍼에 줄이 갔는데 우리 차는 번호판에 부딪혀서였을까? 살짝 흠만 났을 뿐 큰 상처는 없었다. 차가 막혀서 지치기도 했고, 일단 괜찮은 것 같으니 전화번호만 받고 마무리를 지었다. 차에 올라탔다. 흥분했던 마음을 가라앉히고 집으로 가며 생각했다. 그 차는 초보운전이라고 쓰여 있었고, 젊은 남자가 운전하고 있었다. 미안하다는 말과 중립, 핸드폰을 하고 있었다는 말만 했고 사고가 이해될 만한 이야기를 결국 듣지 못했다.      

세 단어를 가지고 복기를 했다. 탐정처럼 추리했다. 억울했기에 이 사건을 이해하고 싶었다.      


“그 사람이 기어를 중립으로 놓고 핸드폰을 봤다고 했거든. 아, 평지에서 주차할 때 중립으로 해 놓잖아. 그렇게 했나 보다.”

“그러네! 겉으로 봐서는 평지 같은데, 여기가 기울기가 있는 오르막이었네. 그러니까 차가 저절로 뒤로 간 거고….”

“아니 그래도 어떻게 자기 차가 뒤로 가는 걸 몰라? 브레이크는 왜 안 밟아?”

“그러니까...”     


빨강 불이었다.      


“내가 한번 해 볼게.”     


남편은 신호에 멈춰 재연하겠다고 중립에 놓고 페달을 놓았다.   

  

“이렇게 한 거네. 평지는 이렇게 멈춰있지.”

“어, 어어어 어. 뒤로 가잖아. 브레이크 밟아.”     


우리 차도 천천히 뒤로 가고 있었다. 그걸 또 따라 하겠다고 하는 그. 나는 뒤로 가는 게 느껴졌는데 그는 안 느껴진다고 했다.     


“그래서 그랬나 보네. 나도 뒤로 가는 줄 못 느끼겠어.”     

그대로 또 뒤 차를 박을 뻔했다.      

“재연을 왜 합니까? 여기에서? ”     


이해가 안 되는 후진의 이유를 찾아보겠다고 재연했다가 그대로 사고를 낼 뻔했다. 세상의 무수한 땅이 평지로 보이지만 사실은 저마다의 기울기를 가지고 있다. 눈으로 보는 것과 다르다. 난 그 사실을 자전거를 타며 알았다. 분명 평지처럼 보이는데 내리막처럼 페달을 밟지 않아도 저절로 바퀴가 구르는 길이 있었고, 어떤 길은 평지처럼 보이는데, 페달을 힘껏 굴러야 하는 오르막이기도 했다. 걸으면서는 알 수 없는 길이었다. 

    

이렇게 도로 위도 완벽한 평지는 얼마 없다. 평편하게 보이는 길만 존재할 뿐, 대부분은 기울기를 가지고 있다. 내 눈에 평편해 보인다는 착각이 사고를 불러온 것이다.      



초보여, 이제 빨강 불에 브레이크를 밟고 계시기를…. 

우리는 벌써 두 번째 사고, 

거꾸로 운전하는 차는 이제, 그만 만나고 싶다.      




P.S - 우리 차는 후진을 좋아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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