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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하연 Mar 29. 2022

대치동의 가치를 배우다

"00 이는 요즘 어떤 학원이 제일 재미있어?"

"피아노 학원이요."

"또 재밌는 거 있어?"

조금을 고민하는 듯싶더니

"황소요."


00의 엄마인 내 친구는 옆에서 웃음을 터트렸다.  황소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수학학원 이름이 황소인데, 그날 주어진 문제를 끝까지 해결하는 방식의 학원으로 목동에서 유명하다고 했다. 그 학원에 들어가기 위해 몇 번을 시험 본 친구도 있고, 학원 입학을 위해 과외까지 받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아이는 기대 없이 시험에 응시했는데, 붙어서 축제라고 했다. 지난주 합격소식만 듣고, 아직 학원을 가기 전인데  좋아하는 학원이라고 하니 그 상황이 웃기다고 했다. 아이는 어려운 시험에 붙었으니 스스로도 뿌듯한 모양이었다. 전후 상황을 알고 들으니 아이의 답변이 귀여웠다.


그 동네에 살지 않아서 황소라는 학원이 유명한지 몰랐다. 얼마 전, 같이 천안에 살다가 대치동으로 이사 간 언니를 만났다. 이런저런 이야기 중, 대치동도 황소라는 학원이 유명하냐고 물었다. 황소뿐 아니라, 대치동 안에는 유명한 학원들이 많다고 했다. 아이의 공부를 위해 이사 갔는데, 학원을 알아볼 때마다 속이 상했다고 했다. 유명한 학원들은 테스트가 있고, 아이가 점수를 넘겨야 들어갈 수 있는데 실력이 부족했기에 들어갈 수 없었다.

지금 다니는 학원들은 최선의 선택이 아니라고 했다. 대치동에서는 부모들 사이에서는 아이들이 어떤 학원을 다니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어떤 대학을 다니느냐와 비슷한 이야기 같았다.


"부모의 직업이나, 재산, 아파트 평수 이런 것 보다 아이의 학원이 더 중요해?"

믿기 어려워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응. 아이가 좋은 학원에 다니면 부모의 어깨가 으쓱해지고, 다른 사람들도 부러워해."


교육을 위해 모인 곳, 대치동에서의 가치는 명확했다. 아이의 공부 실력이 삶의 최우선 순위였다. 어떻게 그럴 수 있지? 그 속에 살고 있지 않기 때문에 감각할 수 없었다.


사람마다 중요한 가치는 다르다. 누군가는 건강이 제일 중요하고, 누군가는 부(돈)가, 누군가는 직업이, 누군가는 명예가 중요하다. 부가 중요한 사람은 재산이 얼마인가가 중요하듯, 대치동에서는 아이의 교육이 제일 중요했다.


나는 아이의 교육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내 삶의 일 순위는 아니다. 내 삶의 우선순위는 나의 꿈이다. 글을 잘 쓰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내가 꿈을 이뤄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자연스럽게 아이에게 스며들기를 바란다. 베스트셀러 작가는 선망의 대상이고,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는 자기만의 문체를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 사람의 욕망의 무늬는 이처럼 다양하다.


문득 대치동이 부러워졌다. 비슷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그런 곳이 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생각했다. 집 꾸미기에 관심 있는 사람들끼리 모여 사는 동네라던가, 책을 사랑하고 작가의 꿈을 꾸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동네. 골프가 좋아서 날마다 골프 생각만 하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동네. 하루 종일 주식 이야기만 하는 동네. 옷을 사랑해서 서로의 패션을 들여다보며 같이 호들갑을 떨 수 있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동네 등. 비슷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 산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실의 삶은 가치관보다는 다른 이유들로 모인 사람들로 동네가 구성된다. 그런 점에서 보면 대치동은 가치관이 모인 동네라는 특수성을 지녔다.


비슷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살면, 다른 곳에 에너지를 소모할 일도 없고, 대화가 척척 잘 통하지 않을까? 성공한 공원 디자인 사례를 벤치마킹하듯 대치동처럼 교육 뿐 아니라, 다른 가치관을 담은 동네가 곳곳에 생겨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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