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을 알아차리거나, 알아차리지 못할 뿐이다. 소소한 일상을 이야기하다가 중간에 불쑥 남편 자랑하고, 방심하고 있으면 불쑥 돈 자랑을 한다. 이렇게 자랑은 언제나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나타났다 사라졌다. 치고 빠졌다.
만나면 자랑을 자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시작은 일상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입을 열지만, 끝은 꼭 자랑으로 끝난다. 한두 번은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그 사람과 대화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묘하게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그 기분의 원인을 파악해 보니, 대화의 대부분이 자랑이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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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난 사람이 되지 말고,
진실한 사람이 되세요.
잘난 사람은 피하고 싶어지지만
진실한 사람은 곁에 두고 싶어집니다.
-유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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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는 사람마다 마음을 꽉 채워서 주고받을 순 없지만, 어느 정도의 교감은 필요하다. 가끔 끼어 있는 자랑은 괜찮았지만, 자랑만 가득한 대화는 불편하고 상대와 멀어지게 했다.
자랑의 종류는 다양하다.
남자친구, 여자친구, 남편, 부인 자랑
부모님 자랑
시댁 자랑
처가자랑
자식자랑
건물 자랑
시계 자랑
차 자랑
집 자랑
명품 자랑
인맥 자랑
사업 자랑 등
이것들을 바꾸어 말하면 남자친구, 여자친구, 남편, 부인 이야기가 된다. 자랑과 이야기는 한 끗 차이다. 말하는 사람은 모르고, 듣는 사람이 판별할 수 있는 것이 자랑이다. 어떤 자랑은 아무렇지 않고, 어떤 자랑은 듣기 힘들다. 그 미묘한 감정차이는 무엇일까? 생각해보니 듣는 사람의 욕망에서 비롯되었다.
남편과 사이가 안 좋을 때는 남편과 사이가 좋은 친구의 이야기에 질투가 난다.
돈에 허덕일 때는 친구의 여행 이야기에 심술이 난다.
평소에는 괜찮다가 명절 즈음에는 제사 없는 시댁 이야기가 거슬린다.
우리의 대화는 잔잔한 바다처럼 흐르지만, 순간의 감정은 주제에 따라 달라진다. 괜찮았다가 요동쳤다가를 반복했다. 욕망의 문제라면 자랑이 문제가 아니라, 내가 문제일 수도 있었다. 자랑은 이토록 어렵고 복잡해서 똑부러지게 정의 내리기 어렵다.
이렇게 까다로운 자랑. 잘하는 방법이 있을까?
시 창작 수업을 들은 적이 있다. 그때, 다 같이 모여 대화하는데 00 선생님이 이런 말을 했다.
“있잖아, 나 자랑 하나만 해도 돼?”
자랑해도 되냐고 묻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그 말에 사람들은 웃음을 터트리며
“그래요. 해요.”
“뭔데요?”
라고 관심을 기울였다. 듣는 사람들이 들을 준비를 했다.
“이 목도리 우리 며느리가 짜 준 거야. 어때?”
“어머, 솜씨 좋다.”
“며느리가 언니 생각을 끔찍이 하네.”
“마음이 예쁘다.”
누군가 자랑하면 속으로 뾰로통하기도 하는데, 이렇게 뜨거운 리액션이 쏟아지다니. 역시 솔직함만큼 좋은 대화는 없었다.
자랑을 대놓고 자랑이라고 말하니 더 이상 자랑이 되지 않았다.
자랑을 시작한다는 알림 하나가 사람의 마음 문을 스르르 열었다. 거만한 태도로 자랑을 하는 게 아니라, 약간은 수줍은 태도로 말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었다.
자랑하고 싶은가?
자랑이 아닌 척하지 말고, 대화 중에 슬쩍 끼워서 하지 말자. 툭 까놓고 말하자.
“나 자랑 하나 해도 돼?”라고 물어보자.
주의사항 : 자랑은 하나만 하자.
나는 아니라고 생각하지 말자. 이 글을 쓰는 나도 수시로 자랑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건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