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하연 Aug 26. 2022

조회수 10만 되면, 노트북 사줄게.

하루가 비슷비슷한 무늬를 만들며 흘러가다가 아이와 집 안에 편의점을 만든 일이 특별하게 느껴져서 

브런치에 글을 올렸다. 


제목은 <나 외숙모랑 하루만 살고 싶어.>



내 브런치의 파급력은 먼지처럼 미미하기에, 그날도 일상을 기록하는 것에 의미를 두었다. 몇 시간 뒤, 잠깐 브런치 글을 확인하는데, 평소 보지 못한 숫자가 찍혀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일까?

마지 내 통장에 누군가 잘못 입금한 숫자를 본 듯했다.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다. 

알고리즘을 탄 것 같았다.

금요일 저녁은 가족 외식회가 있는 날이었다. 외식하기 전 숫자를 다시 확인했다. 주식도 이렇게까지 자주 확인하지 않는데, 볼 때마다 놀라웠다. 


처음 만나는 무지개에 신나 남편을 보자마자.

"여보, 나 브런치에 쓴 글이 지금 조회수 2만이야."

"진짜야?"

"응응. 너무 신기하지."

"어디에 노출된 거야?"

"통계 보니까 다음 메인화면인 거 같은데... 아무리 찾아봐도 없어. 그거 찾다가 나온 거야."

뒷 자석에 앉은 아이가 

"엄마 너무 좋겠다. 나도 제페토 알고리즘 타는 게 소원인데... 그거 어떻게 하는 거야?"

"나도 몰라."


정말 모르는 일이었다. 나도 방법을 알고 싶었다.


모두가 튜브처럼 들뜬 마음에 저녁을 먹으러 샤부샤부 집을 향했다. 


"여보, 내 노트북 요즘 이상해. 글자를 쓰면 엉뚱한 글자가 뒤에 붙어.

'아'를 쓰면 '아ㅇ'이렇게 돼. 맛이 갔어. 바꿔야 될 것 같아."


잠깐 침묵이 흘렀다. 남편이 입을 열었다.


조회수 10만 되면 내가 노트북 사줄게.



남편은 신난 얼굴로 말했다. 


그 말을 듣고 치사했다. 안 사주겠다고 말을 하면 되지 10만은 무슨? 어떻게 10만이 된다고....

곧 사그라질 숫자인데....

쿨하게 사준다고 하면 얼마나 좋을까? 매번 이런 식으로 약을 올렸다.



저녁을 먹고 와서도 계속 숫자를 확인했다. 더불어 구독자 수도 조금씩 늘고, 댓글도 달렸다. 모르는 사람들이 자기의 일처럼 댓글을 달아주는 상황도 신기했다. 하나의 글을 통해 자기의 유년시절도 떠올리고, 부모님도 떠올리고, 아이들도 떠올렸다. 글 하나로 이렇게 다양한 생각을 하게 할 줄은 미처 몰랐다. 반응을 들여다 보는 즐거움이 더 컸다.






하루 지나면 멈출 것 같은 숫자는 이상하게 계속 올라갔다. 글을 올린 금요일은 지나, 토요일이 되어서도 오르다가 일, 월요일을 지나, 화요일에 10만 조회수를 돌파했다. 




어떤 알고리즘으로 돌아가는지 미처 알지 못해서, 

'금요일에 담당자가 다음 메인화면에 띄워주고 토, 일 주말출근을 안 했나?' 생각하다가

왜 숫자가 한 번에 딱 줄어드는 것이 아니고, 서서히 줄어드는 것이지? 궁금하기도 했다.

그 모든 것의 답을 찾지 못했지만, 내겐 명확한 답 하나가 남아 있었다.



남편에게 폴짝폴짝 뛰며, 드디어 10만이라고 말했다.

이 기쁜 순간에 남편은 혼자만 웃지 못했다. 이렇게 될 줄을 미처 알지 못했다. 

노트북을 사줄 생각이 없었기에 그런 말을 던졌는데, 진짜 10만이 되었으니 노트북을 사주겠다는 

말을 지켜야 하는 상황이었다.



"언제 사 줄 거야?"

"내가 그런 말을 했었나?"

"당신 닉네임 넓은 마음이잖아. 넓은 마음답게 살아야지? 자꾸 이렇게 좁은 마음 같은 말 할래?"


다 같이 웃음이 터졌다. 

나는 이대로는 안될 것 같아 남편과의 에피소드를 SNS에 올렸다.



그 아래로 이런 답글이 달렸다.


-노트북 사는 거 미리 축하드려요.

-으하하하하! 노트북 생기겠다.

-진짜 진짜 진짜 축하. 남편 천리안

-노트북 사고 인증 소식 기다릴게요

-세상에 만상에, 이런 기쁜 에피소드를 봤나.

-노트북은 보너스로 하연님 품에 쏙



답글을 캡처해 남편에게 보냈다. 그날 저녁 어떤 노트북이 좋냐며 물었다.

같이 앉아 노트북을 골랐다.







<바꿔야 할 컴퓨터>



내 글을 읽어준 수많은 사람들에게 감사했다.


새 노트북은 얼굴모르는 수많은 분들이 사준 것이다.  

클라우디 펀딩처럼 여러분의 클릭으로 노트북을 선물받게 되었다.

(남편은 그 후 말 한마디의 무게를 생각하게 되었다. 말에는 책임이 따른다.)


일상의 글 하나가 

사람들이 가진 저마다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다뜻한 댓글을 만나게 하고,

노트북을 품에 안겨 주었다.


이 모든일을 가능하게 해 준

알고리즘씨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작가의 이전글 미용실에서 정액권을 권하는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